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4(화) 김현기 스키점프 금메달리스트 "연봉 360만원,,,인형탈 알바까지"
2009.02.24
조회 263

스키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따라 빠른 속도로 내려옵니다. 그러다가 도약대에서 점프를 하면 직선으로 아주 높이 멀리 허공을 날아서 착지를 하죠. 스키점프 얘기입니다. 이 스키점프가 우리나라에서 흔한 스포츠는 아니지만 다들 TV 해외 스포츠 시간에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보면 아찔하죠. 제가 왜 이렇게 스키점프를 열심히 설명했냐면 지금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스키점프 부문 금메달이 우리 선수에게서 나왔습니다. 기적 같은 금이다 이런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하얼빈을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스키점프 K90에서 금메달을 따고 K125에서 은메달을 딴 국가대표 김현기 선수 불러보죠.

◇ 김현정 / 진행
축하드립니다.

◆ 김현기
감사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지난 주말에 금메달을 따고 이어서 어제 은메달까지 2개의 메달을 땄어요. 먼저 소감부터 한 말씀 해 주시죠.

◆ 김현기
일단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영광이고 저희 스키점프를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또 이번 대회를 계기로 그런 기회가 찾아와서 너무 기쁩니다.

◇ 김현정 / 진행
사실은 스키점프라는 게 아직 우리한테는 생소합니다. 우리 국민들한테는. 쉽게 말하면 누가누가 멀리 뛰냐 이건데 저는 보기만 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 앉더라고요. 공중 날아오를 때 기분이 어떤가요?

◆ 김현기
이거는 그 기분은 진짜 선수 아니면 정말 느끼기 힘든 거거든요. 정말 저희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이것도 안 해 봤으면 전혀 모르는.

◆ 김현기
안 해 봤으면 절대 말을 하지 마세요. (웃음)

◇ 김현정 / 진행
스키 점프대 정상에서 아래를 보면 조금 무섭지 않으세요?

◆ 김현기
물론 무서운 것도 있는데 또 이것이 직업이다 보니까 직업이고 매일 매일 하다 보니까 이것도 면역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제 그런 무서움보다는 집중할 수 있죠. 그런 거에 대해서.

◇ 김현정 / 진행
오히려 즐기는 이런 단계가 되는 거죠.

◆ 김현기
네.

◇ 김현정 / 진행
4명의 선수가 갔는데 지금 인터뷰 하고 있는 김현기 선수는 금메달, 은메달을 땄고 또 다른 한 선수는 동메달을 땄고요. 지금 이 성적을 두고 한국에서는 기적 같은 메달이다.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제가 사연들을 찾아보니까 흔히들 말하는 눈물 없이는 못 보는 사연들이 많더라고요. 훈련장은 단 한 곳이 있는데 연습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요?

◆ 김현기
현재 무주에 경기장이 딱 한 군데가 있는데요. 겨울에 저희가 연습을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현재까지. 한국에는 적설량이 적기 때문에요. 그게 자연설로만으로는 점프를 할 수가 없거든요. 인공눈을 뿌려야 되는데. 인공눈을 뿌리는데도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요. 겨울에 할 수 있는.

◇ 김현정 / 진행
무주에 있는 경기장은 오히려 여름에 연습을 할 수 있는 건가요?

◆ 김현기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인조 잔디에서? 그러면 전지 훈련을 갈 여비는 넉넉히 있는 건가요?

◆ 김현기
물론 없죠. 당연히.

◇ 김현정 / 진행
어떻게 하세요? 훈련들을?

◆ 김현기
그것도 없는데 최대한 돈을 끌어 모아서 대한체육회에서 나오는 비용 가지고 저희가 1년 예산을 받아서 그것을 쪼개서 쪼개서 쓰고 쪼개서 쓰고 이런 식으로 해서 나가는 형편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이번에 뛴 국가대표 선수 중에 찢어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 김현기
맞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게 어떻게 된 사연이에요?

◆ 김현기
경기복 같은 경우가 워낙 고가의 제품이에요.

◇ 김현정 / 진행
예를 들면 얼마 정도?

◆ 김현기
한 벌 당 한화로 60만 원 돈 하는데 1년에 10벌 이상이 필요한데 저희가 1년에 1벌, 많아봐야 2벌밖에 구입을 못 해요. 경기복이 많이 늘어나다 보니까 찢어지게 되는 거예요.

◇ 김현정 / 진행
듣고 있으니까 이게 정말로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데 같은 동계 종목인 피겨의 김연아 선수 보면 많이들 부러우시겠어요?

◆ 김현기
그림의 떡 정도. 거의 그 정도죠.

◇ 김현정 / 진행
많은 지원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제 단체전이 남았죠?

◆ 김현기
네.

◇ 김현정 / 진행
목표는?

◆ 김현기
현재 선수들 모든 컨디션 그대로 잘 유지해서 메달 땄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다음 대회부터는 아예 단체전에 못 나간다고요?

◆ 김현기
저하고 최영철 선수는 이제 실업팀에 소속이 됐잖아요. 저희가 그동안 1년간 수입원이 약 360만 원밖에 안 됐어요.

◇ 김현정 / 진행
1년 연봉이 360만 원?

◆ 김현기
그 연봉이 360만 원밖에 안 되니까 훈련 시간 외에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왔어요.

◇ 김현정 / 진행
무슨 아르바이트 하십니까?

◆ 김현기
막노동은 기본이고요. 인형탈도 쓰고.

◇ 김현정 / 진행
대표 선수들이? 전혀 상관이 없는? 그렇군요. 네. 그래서요?

◆ 김현기
그래서 이제 저희 2명은 실업팀에 소속이 되었는데 2명이 아직까지 실업팀을 찾지 못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후원 업체가 없어서 이 선수들은 아직도 연봉이 360만 원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 선수들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실업팀에 소속이 안 된 선수들은 국가에서 받는 360만 원이 이게 다가 되는 군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스키점프를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 김현기
네. 먹고 살 길을 찾아 나가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단체전에는 인원수가 안 되니까 더 이상 참가 못 하는 이런 상황이 되는 군요.

◆ 김현기
그렇게 되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오늘 이 인터뷰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듣다 보니까 필요한 게 1-2가지가 아닐 것 같은데 그래서 다 말씀하십시오 이렇게는 못 할 것 같고요. 지금 가장 절실한 것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

◆ 김현기
일단 가장 필요한 거라면 지금 나머지 두 선수의 앞으로의 거취가 가장 문제되는 것 같은데요. 저희가 스키점프가 계속 나아가려면 두 선수 없이는 절대 저희는 불가능하거든요. 그 다음에 저희가 유럽 전지훈련이나 시합을 뛸 수 있는 충분한 지원금이 좀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많이 듭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늘 인터뷰가 널리널리 알려졌으면 좋겠고요. 금메달 따고 인터뷰 하는데 이렇게 우울해보기는 처음입니다.

◆ 김현기
저도 자꾸 말 하면서 우울해 지네요.

◇ 김현정 / 진행
힘내시고요. 우리 다음에 지원 넉넉히 들어 왔습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이런 인터뷰 한 번 더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반짝 관심이 아니라 정말 이런 소외된 종목에도 많은 관심 여러분 지원 보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