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입학한지 25년 만에 학사모를 쓰는 졸업생, 그 심정은 어떨까요.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몇 기간 뒤에 졸업을 하는 분이세요. 그런데 44살의 대학생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84학번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생활고 때문에 중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20여 년 동안 밤무대의 트로트 가수로 활동을 하다가 지난 2006년 서울대에 재입학을 하고 오늘 드디어 졸업식을 하는 분입니다. 가수로 활동할 때 가명은 현자씨인데요. 오늘은 대학생으로 인터뷰 하는 거니까 본명으로 소개를 하죠.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하는 양미정씨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몇 시에 졸업하세요? 오늘?
◆ 양미정
오늘요? 2시에 졸업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당연히 참석 하시죠?
◆ 양미정
당연히 가야죠.
◇ 김현정 / 진행
상은 못 받으십니까?
◆ 양미정
뭐, 졸업장 받겠죠? (웃음)
◇ 김현정 / 진행
25년 만에 졸업하는 분의 기분은 어떤가요?
◆ 양미정
뭐라 형용할 수 없고 그냥 굉장히 고생한 보람도 느끼고 제 자신이 뿌듯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눈물은 안 흘리시려나 모르겠어요? 오늘 졸업식장에서?
◆ 양미정
글쎄, 눈물 많이 흘릴 것 같은데요? (웃음)
◇ 김현정 / 진행
아직 결혼은 안 하셨고요?
◆ 양미정
네. 결혼 아직 못 했어요.
◇ 김현정 / 진행
다른 가족 분들은 오늘 참석하세요?
◆ 양미정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형제하고 이모님하고 오실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가족들도 많이 우시겠어요.
◆ 양미정
네.
◇ 김현정 / 진행
84학번으로 서울대 가정학과에 입학을 한 건데 한 학기 다니고 그만두신 건가요?
◆ 양미정
1년 다니고...
◇ 김현정 / 진행
얼마나 생활이 힘들었기에 접어야 했습니까?
◆ 양미정
그때는 아버지가 건축 사업 하시다가, 사업이 실패하셔 가지고 그냥 끼니 걱정할 정도였기 때문에 그때는 공부 한다는 게 좀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괜히 우리 집안 식구들 다 이렇게 좀 너무 힘들게 하는데 나 혼자 공부를 할 수가 있겠는가 싶어 가지고 그냥 그 당시는 돈을 벌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 김현정 / 진행
서울대학교라고 하면 지금이나 그때나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인데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그만둬야 할 때 심정은 어떤 거였을까요?
◆ 양미정
그때는 대학 1학년 돌이켜 보면요. 그냥 봉사 장학생으로 학생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그냥 책 사고 끼니 해결하고 그런데 굉장히 급급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당시 학창 시절의 낭만이라는 것은 없고 오히려 2006년에 2학년에 복학해서 학생들과 어울려서 캠퍼스 다니고 공부하고 그런 기억이 더 오히려...
◇ 김현정 / 진행
그래서 학교를 나와서 밤무대 가수가 되신 거예요. 아니, 다소곳하게 공부 잘 하던 여학생이 밤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트로트를 부른다? 이게 잘 상상도 안 되고요. 어떻게 그런 길을 선택하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 양미정
제가 학창 시절에 노래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학업을 그만 두고 아르바이트를 전전을 하다가. 분식집에서 설거지도 하고, 제과점에서 서빙도 하고, 그랬었는데 돈 벌이가 시원치 않고 너무 막 힘들고 그랬기 때문에 이렇제 재능을 살려서 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노래를 하고 돈을 버는 것 이 직업만큼 저한테는 좋은 직업이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20년 넘게 노래를 했었고 그런데 지금은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졸업도 했고 또 노래도 계속 해서...
◇ 김현정 / 진행
음반도 내시고 이제는. 그래도 처음에는 속상했던 기억이 있을 것 같아요? 밤무대라는 게 일반인들이 생각했을 때 먼 거리감이 있잖아요?
◆ 양미정
편견 아닌 편견이 있긴 하지만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하고 또 자기 하고 싶은 일 하기 때문에 그때는 뭐 그렇게 제가 그런 생각은 못 했어요. 그냥 재미있고 즐겁고 그랬어요.
◇ 김현정 / 진행
일단은 돈을 벌어야 된다는 게 워낙 절실하니까. 하긴 이것저것 가리고 이런 상황은 아니었을 것 같긴 해요. 그러다가 재입학을 결정하게 된 게 2006년 20년 만에? 왜 그런 생각 하셨어요?
◆ 양미정
20년 동안 돈 버느라고 정신이 없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그런데 항상 마음속에는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2006년 음반을 내고 나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제가 정말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죠.
◇ 김현정 / 진행
인터뷰를 하는데?
◆ 양미정
인터뷰를 하는데, 지금도 말을 버벅거리지만 그 당시에는 머리가 텅 비어 가지고 정말 제가 바보가 됐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 방송할 때가 아니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되겠다 생각을 하고 그 다음 날 서울대학교를 갔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갔는데 20년 만에 온 졸업생을 받아주던가요?
◆ 양미정
그런 학생도 없을뿐더러 조금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학교에서 3-4일 있다가 통보를 학교 관계자 측 하고 통보를 준다기에 기다렸죠. 그런데 3-4일 만에 공부를 다시 해도 좋다 이런 허락을 받고 정말 기뻤죠. 무작정 2006년 3월 달에 2학년에 입학을 하고...
◇ 김현정 / 진행
20년 동안 연필 놨던 걸 잡으니까 보통 어려운 게 아닐 것 같아요?
◆ 양미정
그냥 무대포로 들어갔는데요. 정말 힘들었죠. 컴맹에다가 그 당시 컴퓨터도 못 했고 그 다음에 영어 원서로 공부하기 때문에 정말 저한테는 너무 깜깜한 거예요.
◇ 김현정 / 진행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해서 학점은 얼마나 받으셨어요?
◆ 양미정
평점 3.44...
◇ 김현정 / 진행
와~ 지난번 84년도에 1년 다녔을 때 그때 학점과 비교하면?
◆ 양미정
그때는 2.72 정도 됐고요.
◇ 김현정 / 진행
성공하셨네요.
◆ 양미정
정말 제가 느낀 건데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을 해요. 어려운 난관이 많은데도 부딪히니까 거기에서 보람도 느끼고 또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오늘 아침에 기운이 나는 인터뷰였습니다. 노래도 열심히 계속 불러 주시고요. 자주 방송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양미정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늘 졸업 잘 하세요.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6(목) 25년만에 서울대 학사모 쓴 트로트 가수 양미정
200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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