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직권상정 20분을 남기고 미디어법안에 합의를 했는데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제 합의, 우선 만족하십니까?
◆ 원혜영
정말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장이 아니라,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그리고 국회의장에 대한 공갈 협박으로 국회의장의 정당한 의사도 무시하고 날치기를 강요하는 등 참 있을 수 없는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눈이 오지만 우리는 봄이 오고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우리 사회, 정치의 봄은 아직 멀다, 차라리 거꾸로 겨울로 돌아가고 있다, 유신 때 5공 독재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생각을 점점 많은 국민이 하지 않으실 수가 없을 것 같고. 우리 민주당이 국회를 부끄러운 전쟁터로 만드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는 한나라당 정권의 작태를 보면서 저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실 수 없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말씀이신데요. 그런데 어제 새벽까지만 해도 김형오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이 있었는데 그게 민주당에 상당히 유리한 중재안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후가 되면서 민주당 스스로 100일 논의 후에 표결 처리라는 후퇴한 수정안을 먼저 제안하게 된 배경은 어떤 걸까요?
◆ 원혜영
먼저 제안한 게 아니죠. 아시는 것처럼 의장의 본인의 판단으로 이런 정도로는 여야가 합의하면 좋겠다고 해서 우린 그걸 전폭 수용을 했거든요. 한나라당도 홍준표 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와서 그런 정도라면 좋겠다고 해서 합의가 이뤄졌는데. 그걸 한나라당 강경파들이 뒤집어엎은 겁니다.
의장의 판단이 주된 기준이었는데, 그것을 거부했으면 한나라당을 야단치고,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어떻게 직권중재를 하느냐? 이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런데 의장이 한마디 항의도 하지 않고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아침 회의에서 직권상정 계속 해라, 라고 하는 데에 굴복을 했습니다.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국회의장을 공갈하고 협박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말 모든 국민이 기가 막혀하고, 우리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아주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이 합의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면 끝까지 버틸 수는 없었나요?
◆ 원혜영
그러면 그냥 다 날치기를 하겠다는 겁니다. 의장이 본인의 중재안을 한나라당이 거부했으니까 최소한 본인의 중재안을 거부한 한나라당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 이건 상식 아닙니까? 국회의장이 아니라 일반인도 본인의 자존심이나 체면 때문에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어떻게 당신네들의 직권상정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느냐, 이게 당연한 일인데요. 그렇게 며칠이라도 그런 입장을 고수하는 게 아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아주 의외로 거꾸로 됐습니다.
한나라당이 거부를 했는데 김형오 의장이 저희한테 “한나라당이 거부하니까 어떡하냐? 너희가 표결 처리라든가 아니면 처리 시한을 양보하지 않으면 나는 직권상정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하고 우리가 항의를 했습니다만, 직권상정을 했고 평소에 본인이 경제 관련 법안은 빨리 처리하는 게 좋겠다, 그러나 미디어 관련 MB악법은 비록 날치기 상정을 했지만, 바로 그것이 표결하는, 최종 처리하는 첫 단추가 돼서는 안 된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게 국민 성명까지 발표하신 분이거든요. 그런 부분이 본인의 생각과 어긋난 그냥 무더기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방침을 밝히신 겁니다.
저희는 그런 점에서 의장의 어떤 무원칙함, 그리고 한나라당의 국회 의사일정과 운영을, 완전히 국회의장까지도 강박을 해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서 MB악법들을 무더기 날치기 처리하게 해서 우리 사회 운영의 기준을 왜곡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경제를 위협받게 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우리 야당의 책무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대폭적인 양보를 해서라도, 특히 방송 관련 악법이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의견 수렴 과정과 야당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기회를 확보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저희가 양보를 통해서 타협을 하게 된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쩔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이신데요... 아시겠지만 지금 미디어법에 반대해서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던 지지자들이 상당히 실망한 분위기입니다. 시한을 못 박고 거기에다가 표결까지 약속한 부분, 한나라당에 너무 많이 내준 건 아닌가요?
◆ 원혜영
그런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신문법, 방송법, 핵심 언론 악법들을 아주 잘못된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채 원안대로 날치기 처리하게 돼 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직권상정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보신 거군요. 몸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신 거군요?
◆ 원혜영
그렇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다행히 국민의 뜻이 있었고, 또 하늘이 도와서 우리가 본회의장을 합법적으로 평화적으로 점거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완전히 못 치고 자동 전자 장치들 설치하고 자물쇠 잠가서 요새화 했습니다.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나라당이, 국회 사무처가 스스로 요새화라고 얘기 했으니까요. 그렇게 철통같이 막아놓는 바람에 우리가 거기에 들어가서 우리 소수 세력이지만,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도 없었고.[BestNocut_R]
그냥 놔두면 한나라당이 170석이 넘는 거대 의석을 가지고 또 경위들을 동원해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를 하는 것이 필지의 사실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저희는 MB악법이 이대로 그냥 날치기 돼서 우리 사회를 잘못 이끌어가는 것보다는, 좀 양보해서라도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잘못된 부분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럼으로써 MB악법이 원형대로 처리되지 않도록 하는 힘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타협을 한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사실은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상임위에 직권상정 할 때도 기습적이지 않았습니까. 그 얘기는 뭐냐 하면 민주당이 너무 낙관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지난 연말에 잘 막아냈다고 해서 이번에는 조금 느슨해졌던 건 아닌가, 이런 질책들도 쏟아지더라고요?
◆ 원혜영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고 저희는 그런 점에서 못지않게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회는 정상적인 운영의 원칙과 기준과 관례를 갖고 있거든요. 그것을 완전히 뒤집고 그야말로 기만해서 소위 사기를 친 거죠.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그리고 심지어는 고흥길 위원장이 “나는 오늘은 우황청심환도 먹지 않았고 그러니까 막 대립하고 격하게 충돌하고 이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아주 우스꽝스러운 쇼까지 연출해 가면서. 규정에 맞지 않는, 처리할 법안들은 여야 간에 협의를 해가지고 상정하게 돼 있는데, 상정돼 있지도 않고. 그리고 신규를 법안을 상정하려면 그 법안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것조차도 생략하고 “미디어법”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22개 날치기 상정한 법안 중에 미디어법이라는 이름의 법이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얘기하면 대충 무슨 얘기인줄 알지만, 법안은 법안의 이름을 그대로 불러서 상정을 해야 하는 거거든요.
기본 원칙을 그렇게 다 무시하고 기만적으로 상정을 했기 때문에, 심지어 도둑놈을 경찰이 지켜도 지키기 어려운 판에, 위원장이 기만적으로 상정하는 것을 우리가 사전에 통제하는 것이, 저지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다면 이 사회적 논의기구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운영을 보면 여야 동수 참여에다가 시민사회 쪽에서도 참여를 하도록 돼 있네요. 시민사회 쪽이라면 역시 여야가 각각 추천하는 인사들이 되겠죠?
◆ 원혜영
그렇습니다. 여야가 동수로 추천을 해서 전문가 시민사회 대표자 이런 분들이 중심이 돼서 국민적인 의견 수렴과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미디어 관련 MB악법들이 지금 원안대로 한나라당과 정권의 의도대로 재벌에게 언론을 주고 또 우리 사회의 거대 언론 집단이 언론을 독과점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그런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폭 넓게 의견 수렴을 하고 그걸 토대로 국회가 의사결정을 하자,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라고 일방적으로 자기네들 생각하는 대로 처리하지 못 하게 하자는 게 여기의 핵심이고요.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마지못해서 사회적 논의기구의 설치와 운영은 동의했습니다만, 껍데기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를 집요하게 해나갈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100일 동안 과연 어디까지 논의를 할 것인가, 사실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거든요?
◆ 원혜영
원래 120일, 4개월을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를 하겠다, 직권상정해서 다 처리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100일로 줄여서 양보를 했죠. 그런데 20일 간의 차이는 충분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논의기구의 활동을 통해서 그건 극복할 수 있다, 100일이나 120일이나 짧다면 다 짧은 것이고, 시간이 충분하다면 충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한 시간의 길고 짧음 보다는 얼마나 이것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느냐, 잘 가동시켜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느냐가 중요하고. 한나라당도 이렇게 사회적 논의기구를 설치에 동의한 이상, 이것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을 드립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각종 토론들을 보면, 아무리 밤새 치열하게 해도 팽팽하게 평행선만 달리다가 결론 없이 끝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혹시 이 기구도 싸우다가 이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닌지. 결론을 어떤 식으로 도출하게 되는 건가요?
◆ 원혜영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 언론의 다양성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구성과 운영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김현정 앵커 같은 분들이 이런 부분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합니다. 사회적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이고, 한나라당은 그것을 껍데기만 남겨서 형식적으로 100일 채우고 이제는 표결하자, 이렇게 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현재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방송 관련 MB악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국민 의견 수렴해라, 이게 3분의 2가 다 넘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결론을 내리긴 내리나요? 예를 들어서 신문의 방송 지분은 몇 %로 한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 결론이 나오긴 합니까, 이 논의기구 끝에는?
◆ 원혜영
논의기구가 그런 결론을 내리는 기능보다는 폭 넓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해외 사례를 수집하고 이런 걸 통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가능한 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이 되도록 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환경을 만드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자료 제공하고 충분히 논의만 하고 결론을 안 내린 다음에 그냥 표결에 부치는 건가요?
◆ 원혜영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여야 간에 논의를 통해서 결정이 된다고 봐야죠.
◇ 김현정 / 진행
논의기구를 가동한 다음에 마지막에 또 여야 지도부가 모여서?
◆ 원혜영
아닙니다. 문방위에서 결정을 하고 본회의에서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러니까 한나라당은 지금껏 해온 것처럼 그 과정은 관심 없고 다수결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고. 저희는 소수 세력 아닙니까? 그러니까 사회적 논의기구 가동을 통해서 국민 여론이 보다 바른 방향으로 강력하게 형성되고, 전문가들 의견이 수렴되고, 그걸 통해서 한나라당이 비록 다수 세력이지만 일방적으로 할 수 없는 환경과 여건을 만드는 것, 이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 김현정 / 진행
논의가 팽팽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표결 연기도 가능합니까?
◆ 원혜영
그런 걸 지금 얘기할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실질적인 국민 의견 수렴이 반드시 신문법, 방송법 등에 미디어 관련 MB악법이 이렇게 독소조항으로 구성된 상태로 처리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아주 필수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그런 과정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고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다수의 힘으로, 또 의장을 협박해서 직권상정해서 처리하겠다고 할 경우에는 그 부분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사실은 좀 애매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합의들이 안 돼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원혜영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법 직권상정한 점을 사과 안 하면 민주당은 추경 협조 안 하겠다, 이런 입장 밝히신 적 있죠. 추경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됩니까?
지금 추경을 당장 논의하기는 그렇습니다만. 저희가 지난 연말에 예산안 심의할 때, 경제 성장률 3% 이건 국민을 속이는 짓 아니냐,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예산을 짰다가는 당장 거덜 날 것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경제 위기가 엄습해오고 있는데. 실업 대책, 일자리 대책, 이런 게 중요하지, 대운하하고 형님 동네 개발하고 이런 데 예산 쓰는 건 잘못됐다고 했는데 전혀 반영하지 않고 무시했거든요. 그랬으면 그 책임을 져야죠.
◇ 김현정 / 진행
혹시 미디어법하고 추경이 연결이 되는 건지 궁금해서요?
◆ 원혜영
그런 부분은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추경이 언제 제기될지. 그리고 저희는 반성과 사과, 그리고 일자리와 실업대책 등 서민 복지에 중점이 된 추경이 되지 않고는 우리는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3(화)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악법 막기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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