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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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목) 황운하 총경 “‘본질’ 사라지고 경찰청장 ‘사퇴’만 남는다”
20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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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용산 참사에 대해서 국회 긴급 현안 질의가 있었습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로 모든 게 끝난 거냐? 아니다,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런 입장이 팽팽히 맞섰는데요.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과연 용산 케이스에 있어서 정당 했는가, 이 논란이 일기 시작할 때부터 저는 이 분 의견을 참 듣고 싶더군요.

2006년 경찰 지휘부가 수사권 독립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했고요. 2007년에는 한화그룹 회장 보복 폭행 사건 때 이택순 당시 경찰청장의 사퇴를 공개 주장하다가 감봉을 당했던 분입니다. 소장파 경찰로 알려진,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경찰 내부 분위기가 굉장히 끓고 있다고요?

◆ 황운하

김석기 경찰청장 사퇴에 대해서는 우선 예상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도 경찰에 특별한 잘못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또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에 대한 국민 여론도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쪽이 우세한 쪽으로 좀 흘러가고 하니까. 또 김석기 경찰청장이 경찰 조직 내부에서 상당히 신망 얻는 분이다 보니까 그것이 겹쳐지면서 사퇴를 예상하지 못 했다가 갑자기 자진사퇴라고 하면서.

이번에도 또 경찰은 희생양이 돼야 되느냐? 또는 정국 돌파, 민심 수습에 버리는 카드로 활용돼야 되느냐? 잘잘못을 떠나서 그렇게 경찰 총수의 진퇴 문제가 정국 돌파나 민심 수습용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서 좀 비애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일단 이해는 갑니다. 허준영 경찰청장 때부터 시작해서 어청수 청장, 최근 김석기 내정자까지 다들 불미스러운 사퇴를 했기 때문에. 임기 못 채우고 갔기 때문에 참담한 심경일 거라는 건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 경찰이 옳았는가를 따져 보자면 의견이 엇갈리거든요. 우선 황 서장께서는 이번 공권력 집행을 어떻게 보십니까?

◆ 황운하

결론적으로 공권력이 조기 투입했다, 특공대 투입했다, 이런 부분들이 주요 쟁점이 된 것 같습니다. 농성 25시간 만에 경찰이 너무 일찍 투입된 것 아닌가? 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것이 상대방이 테러 집단이 아니고 국민들인데 좀 과격한 진압 아니냐는 게 주로 쟁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은 망루에서 농성하는 시위대에서 화염병을 대로변에 막 던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버스가 지나가고 사람이 지나가는 대로변에 화염병이 던져지는 상황이다 보니까 그런 화염병으로 인해서 불특정 시민들을, 경찰은 국민을 보호해야 되는데 철거민이든 국민이든 일반 시민이든 국민들을 다 보호해야 하는데요. 또 다른 시민들인 일반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봐야 될 것 같고요.

◇ 김현정 / 진행

시민 보호 차원에서 공권력 집행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부분, 그러니까 농성 하루 만에 에너지가 넘칠 때 진압했다든지 시너 같은 위험 물질이 있는데 무리하게 진압한 것, 이런 것들은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요?

◆ 황운하

결과적으로 6명의 목숨이 희생되는 결과가 빚어졌기 때문에 경찰이 조금 더 안전 대책에 만전을 기했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그렇긴 하지만 어느 경찰이 그런 불상사가 날 것을 예상하고 진압 작전을 했을 리야 없지 않습니까.

◇ 김현정 / 진행

물론 그렇습니다만, 과잉 진압, 섣부른 진압이었다는 것은 잘못 집행된 공권력이기 때문에, 정당한 공권력은 아니라는 주장들이 많은데요?

◆ 황운하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아니라는 부분은 저는 동의하기 어려운 데요. 결과적으로 6명의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경찰이 조금 더 앞으로는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서 조금 더 구체화된 진압 매뉴얼을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런데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봐야 합니다. 경찰이 진압 시점을 언제로 택할 것인지, 또 진압의 방법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그런 부분은 경찰이 최선을 다해서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가 났다, 이렇게 이해돼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고 보기는 조금 위험하지 않습니까? 하루 만에 농성자 진압에 들어갔고, 컨테이너를 이용해서 들어갔고. 시너가 있는 것을 알면서 물대포를 쐈고. 용역 업체가 개입했고 이런 것들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잘한 판단이다, 안전한 판단이었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 황운하

그런 부분들을 제가 하나씩 설명하자면 시간이 굉장히 길어질 것 같은데. 아무튼 전체적으로 검찰이 수사를 맡으면서 그런 부분 하나 하나를 다 스크린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법률적으로 문제될 부분은 없고. 경찰의 정책적 판단 사항도 그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부당했다, 라고 지적될 만한 것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면 그 부분을 신뢰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 부분은 지금 다시 논의를 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은데. 오늘 사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는, 경찰 총수들이 이렇게 계속 자리를 지키고 나가는 부분, 여기에 대해서 내부 생각은 어떤지, 어떤 자정이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없는지, 어떤 고민은 없는지 이 부분인데요?

◆ 황운하

내부에서도 노력해야 될 부분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번에는 경찰 내부에서 어떤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아니었고. 경찰 외부에서 정치권에서 진퇴 논의가 있었던 사안이거든요. 최근 경찰청장 중도 사퇴는 대부분 시위 진압 과정에서 과격 시비에 따른 사퇴였습니다.

그래서 최근 사례를 보면 허준영 전 총장께서도 농민 시위 때 사망 사건 때문에. 그때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이번에도 그렇게 됐는데. 결국 과격 폭력 시위 문화는 개선돼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고. 경찰이 그에 대해서 조금 더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 공권력을 확립돼야 한다고 그런 국민적 요구도 있고.

매 맞는 경찰이 어디 있냐? 공권력 권위가 존중돼야 한다, 이런 요구가 있지 않습니까? 경찰이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 이렇게 하면 사실은 시위를 하는 분들도 나름대로 다 절박한 이유가 있겠지만. 경찰은 시위의 원인을, 갈등을 제공한 사람도 아니고. 또 해법을 제시할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경찰은 단지 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국민 누구든지 보호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 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 때문에 길거리에서 시위대와 부딪치게 되는데. 결국은 그 과정에서 어떤 경찰에서 표현하는 변수, 어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러면 그 본질, 시위를 촉발시켰던 이번에도 재개발 문제라든지 철거민 문제라든지 이런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경찰 총수의 사퇴 문제만 남습니다. 경찰 총수만 사퇴 하면 이 문제는 흐지부지 넘어갑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니까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본질을 갖고서 갑론을박을 벌어야 하는데?

◆ 황운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정치권일 수 있고 정책 입안자일 수 있고 한데. 그런데 그에 대한 어떤 심층적인 논의나 해법은 찾아지지도 않고 경찰청장 사퇴하면 이 문제는 넘어 갑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과격 폭력 시위가 재발됩니다. 경찰에게 매 맞으면 안 된다고 또 공권력 확립 캠페인이 벌어집니다. 그러다가 또 변수가 발생하면 또 경찰청장 물러나라고 합니다. 이런 것이 반복된다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이번에도 세입자 문제 터졌을 때, 정치권이 그걸 어떻게 해결할까 이 부분하고 누가 잘못했냐 그 안에서 가리는 것보다는.

◆ 황운하

경찰 총수부터 자르고 보자, 이번에 조사도 사실은 검찰이 이걸 맡아서 조사를 하면 사법적 영역밖에 손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 부분을 수사하게 되는 건데. 좀 더 정책적인 판단까지 수사를 하려면 합동 조사 기구 같은 전문성 있는 조사 기구를 구성해서 상당 시간 투자해서 그래서 좀 심층적인 조사를 해서 거기에서 경찰의 진압 작전이 적법했을 수는 있지만 최선을 다했느냐 여부도 심층적으로 조사를 해서 경찰에게 권고할 만한 사항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