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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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금) 강수돌 고려대 교수 "우수학생 유치 욕심이 민족高大 이미지 먹칠"
2009.02.06
조회 261
- 고교등급제 의혹, 최대한 공개하고 해명해야
- 고대 의혹, 용산 참사...알콜에 중독된 사회 같아
- 학교 교육 ,'돈벌이 교육'만 남았다



내신을 90% 반영하는 시험에서 어떻게 일반고의 1등급은 떨어지고 외국어고등학교의 8등급은 대거 붙을 수 있었는지, 고려대학교 수시 전형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더 문제는요. 당사자인 고려대가 전형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고 시원하게 해명도 안 하고 이런 상태라는 겁니다. 이렇게 되자 고려대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현직 교수, 고려대학교 교수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의 강수돌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언론을 통해서 이 사실 처음 접하고 기분이 어떠시던가요?

◆ 강수돌

제가 일하고 있는 고려대에서 그런 일이 이제 발생해서 좀 당혹스럽고요. 마음속으로 느끼고 이러는 건 아주 선생님들도 많을 텐데, 대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 상황이 좀 더 갑갑하네요.

◇ 김현정 / 진행

요즘 분위기가 술렁술렁 거리나요, 학생들이나 교수님들 사이에서?

◆ 강수돌

지금 방학이라. 특히 저는 세종 캠퍼스에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안암 캠퍼스 분위기는 직접 접하지는 못하고요. 여기서도 학생들이나 선생들을 만날 기회가 잘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에 우리 고려대 교수 전체 연수가 있거든요. 그때 선생들 만나게 되면 아무래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겠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이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이유가 고대 측에서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해명을 하기는커녕 항의하는 고등학교에다가는 공문까지, 좀 위압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해서 또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학교 측의 이런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강수돌

저도 그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상당히 안타까운데요. 이게 이번 이런 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조금 전에 용산 참사 관련해서도 내용이 나오는 걸 들었거든요. 그런데 한국 사회 전체가 어느 곳에 가든 어떤 사태가 발생하고 나면 솔직하고 정직하게 이것을 해명하고 밝히고 잘잘못을 가려서 책임질 부분은 지고 이렇게 하는 건강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부정하고 가리고 은폐하고 그래서 또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린다거나 이런 식의 자세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게 제가 연구하는 부분과도 관계되는데, 마치 알코올 중독자의 행위처럼 조직이나 사회도 그렇게 움직인다, 그래서 중독 조직, 중독 사회라고 그러거든요. 그런 부분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학교가 지금 어떻게 대응하는 게 올바른 대응이라고 보십니까?

◆ 강수돌

학부모들이나 일선의 선생들이나 또는 수험생들이 문제제기 하듯이 그런 어떤 전형 과정에 의혹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으로 공개하고 해명을 해야 된다고 보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의문이 있는 부분은 문제가 있든 없든 공개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시군요?

◆ 강수돌

그렇죠. 그래서 납득이 안 된다, 라고 하는 부분을 분명하게 납득을 시켜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겠죠.

◇ 김현정 / 진행

이번에 고대 입시 사태를 보면서요. 고대를 우리가 민족고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웃음) 그런데 고려대학교 정신과는 사뭇 동떨어진 것 아니냐, 이 대응 방식, 의혹들, 어떻게 보세요. 이런 지적에 대해서?

◆ 강수돌

일반적으로 우리 고려대가 한국사회에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죠. 민족고대 라는 것도 있지만 ‘자유, 정의, 진리’ 라고 하는 슬로건도 상당히 좋고요. 그리고 저도 입시 과정에서 학생들 면담하면서 왜 고려대를 오려고 하냐 하면, 어릴 때부터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하거든요.[BestNocut_R]

그리고 실제로 졸업생들도 사회 나가서 좋은 이미지를 많이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좋은 이미지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학교가, 한국 최고 내지는 세계에서도 몇 대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이런 욕심은 다 가지는 건 맞긴 한데. 그게 지나친 나머지 우수한 학생을 많이 뽑겠다, 이런 욕심이 작용했던 것 같고. 그게 오히려 기존의 좋던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고교등급제를 이번에 하긴 한 것 같습니까. 저희들보다는 입시 전형을 잘 아실 텐데?

◆ 강수돌

저는 내부 사정은 잘 모릅니다. 보직 교수들이 아니면 그런 내부 자료나 이런 것을 잘 모르고요. 이제 경우에 따라서 평가를 하거나 면접을 하거나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이제 우리 선생님마다 할당이 되어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긴 하는데. 전체적인 사정의 과정은 모르죠.

◇ 김현정 / 진행

그러시군요. 그러면 공개를 하라고 교수님들이 내부에서 강하게 요구하실 수는 없나요?

◆ 강수돌

글쎄요. 저도 마음으로는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다른 선생님들하고 아직 소통을 제대로 못 해 봤어요.

◇ 김현정 / 진행

교수협의회 같은 것 없습니까?

◆ 강수돌

있습니다. 교수협의회에서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을 줄로 믿는데요. 저도 기회 되는대로 그런 말씀을 나눠보려고 그래요.

◇ 김현정 / 진행

언젠가 이런 지적 하셨어요. 한국 교육 문제의 원인은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과 돈벌이 패러다임에 있다, 이게 교육의 문제다, 지금 이 분위기가 조금 더 심화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 강수돌

저는 안타깝게도 갈수록 제 가설이 맞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고려대가 문제됐다고 하지만 사실 고려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 전체 문제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고대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 이런 뜻은 아니고요.

어쨌든 좋은 학생을 뽑아서 기업에 많이 취직을 많이 시키고 그 학생들은 장학금도 많이 내놔서 학교를 발전시키고 이런 식의 흐름이 가장 모범적인 것처럼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기업이 좋아하는 인재라고 하는 것이 결국은 돈 많이 벌어주는 인적 자원을 생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국에서 모든 학부모들이 일류대학을 보내려고 하고 또 학교에서는 최고의 인재를 뽑아서 가장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 내보내려고 하는 그런 흐름들 자체가 학교가 내세우는 진리, 정의, 자유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지금은 3불정책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고교등급제 안 된다, 본고사 안 된다, 기여입학제 안 된다, 이게 2012년부터는 다 자율입니다. 이걸 최근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이거 다시 묶어두는 법제가 필요하다고 발의하셨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시나요?

◆ 강수돌

저는 개인적으로는 3불정책이 지금 현 상황에서는 맞다고 생각하고요. 3불 정책보다 오히려 더 나아가야 된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솔직하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일류 대학, 이류 대학 이런 거 없어져야 한다는 것에 다 동의해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기 개성과 소질에 맞게 마음껏 공부할 수 있고 마음껏 공부하고 나오면 아무런 차별 받지 않고 지방이든 서울이든 차별 안 받고 자기 직장에서 비슷한 대접을 받기를 원하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는 3불정책보다 나아가서 대학 평준화와 직업 평준화까지 이뤄져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