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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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9(월) 만17세 등단 여고생 노지연 "세상의 모든 저녁이 밤하늘안에 있다면..
200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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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아주 어린 시인을 한 명 만나려고 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만 17세 나이로 등단을 한 노지연 양입니다. 그냥 시집을 내서 시인이 아니고요. 이번에 시인세계를 통해서 등단을 하게 되는 시인입니다. 1949년에 ‘낙화’를 쓴 이형기 시인이 만 17세로 등단했던 게 이게 최연소 기록인데요. 그 17세 기록이 60년 만에 다시 한 번 나온 겁니다.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2학년 노지연 양 직접 만나 보죠.

◇ 김현정 / 진행
우선 축하합니다. 본인 소개를 직접 해 주시겠어요?

◆ 노지연
저는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노지연이라고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17세면 몇 년 생인 거죠?

◆ 노지연
네. 91년생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이 기사를 보고 수많은 2-3-40대 문학도들이 충격 받았대요. 어떻게 91년생이 나보다 먼저 등단을... 시인으로 등단하게 됐다 이 연락 받고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 노지연
처음에는 너무 떨리기도 했고 너무 기뻐서 일단 너무 많이 울어서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워낙 대학 공모전이라든지 이런 데서 수상을 많이 했더라고요? 그러면 기대를 했을 것 같기도 한데?

◆ 노지연
전혀 기대를 못 하고, 그냥 고3이 되기 전에 한 번 이렇게 뭐냐 전문가 분들한테 조금 더 평을 받아보자 이런 느낌으로 제출했기 때문에 기대도 못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친구들이라든지 부모님들, 선생님들은 뭐라고 하세요? 주변에서?

◆ 노지연
니가 드디어 일을 냈구나. 이러시면서...

◇ 김현정 / 진행
일을 냈구나, 장하다... 친구들도 놀라지 않아요? 문예창작과면 다들 그런데 관심이 있는 학생들인데?

◆ 노지연
네. 많이 놀라고 오히려 그런데 저보다 더 많이 기뻐해 주고 있어서 너무 고맙죠.

◇ 김현정 / 진행
들으시면서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등단까지 하게 됐을까 궁금하실 거예요. 제목이 ‘세상의 모든 저녁’ 맞죠? 우선 좀 시인이 직접 낭송 해 주시겠습니까?

◆ 노지연
네. 알겠습니다.

(음악 깔리고)
세상의 모든 저녁
복제품 달, 잘 익은 달을 허공에 깨뜨려 먹는 맛
움푹 패인 달이 휘청거리며 느릿느릿 자신의 늘어난 태엽을 감아올린다.
윤기 나는 밤이 감은 눈을 반짝 뜨며 헐렁한 그림자들의 나사를 조인다.
차곡차곡 진열된 어둠들이 짧게 흔들린다.
복제된 달의 그림자들이 정육점의 고기 덩어리처럼 신전의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어둠의 입술에 흥건한 침이 고인다.
복제된 달이 담쟁이 넝쿨처럼 일제히 신전의 기둥을 휘감는다.
어둠이 휘발성이 되어 비닐봉지처럼 붕붕 날아오른다.
허공으로 후두둑 증발한다.

◇ 김현정 / 진행
좋습니다. 저는 시를 잘 모르지만 이 심사위원들이 평을 보니까요. ‘잘 익은 달을 허공에 깨뜨려 맛을 보는’ 재기발랄함과 풍부한 상상력이 대단하다? 이렇게 평들을 해 주셨더라고요. 어떤 걸 노래한 시인가요?

◆ 노지연
저녁을 밤하늘에 보이는 단순한 검은 밤이 아닌 정말 세상의 모든 저녁이 밤하늘 안에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서 장면 장면을 연결한 시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설명을 들어도 어려워요. 이런 시상 이런 영감은 딱 떠오르는 거예요?

◆ 노지연
아니, 매번 떠오르는 건 아니었는데 지금 이 시는 어느 정도 영감이 떠오른 편이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아니 솔직히 어리잖아요. 많은 경험이 있어야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이런다고 저는 들었는데 노지연 양 어렵지 않으세요?

◆ 노지연
제한된 면이 많이 있긴 있는데 책이나 이런 간접 경험들을 통해서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언제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거예요?

◆ 노지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쓰게 됐는데요.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다른 친구들은 TV 만화영화 보고, 이럴 때부터 노지연 양은 시를 쓰기 시작한 거군요? 지금까지 쓴 작품이 지금까지 몇 작품이나 되나요?

◆ 노지연
퇴고까지 마친 작품은 아주 많은 건 아닌데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습작은 꾸준히 셀 수 없을 만큼 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하루에 한 편씩도 쓰고 그랬던 건가요?

◆ 노지연
한 편 이상씩 쓸 때도 있고.

◇ 김현정 / 진행
뭐가 그렇게 어린 소녀의 마음을 흔들던가요? 시의 매력이 뭡니까?

◆ 노지연
무한하게 상상할 수 있는 것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런 제가 상상한 걸 글로 쓸 수 있다는 거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상상하는 거는 비단 시뿐만 아니라 소설도 가능하잖아요. 굳이 시를 택한 이유는?

◆ 노지연
아무래도 시가 뭐랄까. 조금 더 함축돼 있고 조금 더 풀어서 쓰지 않고 함축돼 있는 면이 시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 면, 그런 거에서 정말 조금 더 응축된 것의 미학이라고 해야 될까요?

◇ 김현정 / 진행
어떤 시인을 좋아하세요?

◆ 노지연
김해순 시인을 좋아하고.

◇ 김현정 / 진행
김해순 시인... 저는 잘 몰라서... 어떤 작품을 좋아하십니까?

◆ 노지연
항산의 붉은 거울(?)이라는 작품 좋아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존경하는 시인들도 있을 테니까 영향을 받아서 그런 시를 쓰고 싶을 것 같은데 어떤 작가 되고 싶으세요?

◆ 노지연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저만의 화법으로 제 색이 뚜렷한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자기 색깔이란 걸 찾았습니가? 어떤 거예요?

◆ 노지연
아주 다 찾았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고요. 앞으로 더 많이 열심히 찾아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마지막으로 한 작품 습작한 것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것 한 편만 더 낭송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노지연
알겠습니다.

구름 베스킨 라빈스 31
복제된 달을 좋아해. 차가운 핏방울 냄새를 사랑해.
이 세상 모든 복제품들을 구워줘.
모락모락 피어나는 바람을 넣어놓고 뭉텅뭉텅해진 구름을 먹을테야.
입 한 가득 번져오는 차가운 핏방울
낡은 태양을 구워 넣은 체리쥬빌레와 그림자들을 노릇노릇 구워놓은 피스타치오 아몬드를 먹어봐.
점점 모호해지는 어둠의 경계
눈 녹듯 사라지는 구름들을 한 입 가득 털어 넣고 침전(?) 위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 당신의 침전(?) 속에는 구름이 구워지는 상점이 있지.

◇ 김현정 / 진행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