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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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목) 난쏘공 조세희 작가 "불속이 다탈때 얼마나 뜨거웠겠어요..."
200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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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한 판자촌에서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가족들이 철거 용역의 포크레인에 내리 찍혔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기자는 그 길로 미친 듯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 기자가 바로 조세희 작가고요.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입니다.

내용은 이렇죠.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던 난쟁이 가족이 재개발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결국 병까지 든 난쟁이 아버지는 벽돌 공장에서 하늘을 향해서 작은 공을 쏘아 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1970년대 현실을 담은 이 책이 용산 참사 때문에 다시 한 번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작가 조세희 씨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뉴스를 통해서 용산 참사 보시고, 어제는 현장까지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심경이 어떠시던가요?

◆ 조세희

저는 이런 불행한 일은 언젠가 곧 그리고 한번이 아니라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생각을 해왔어요. 그리고 몸이 요즘 유난히 안 좋아서 그런지 내 작품을 쓰지도 못 하면서 이런 충격적인 일을 당하고 보니까, 일반 대중보다 그 아픔 받는 충격이 더 심했을 것 같아요. 굉장히 아주 힘들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몸이 굉장히 편찮으시다고 저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죽하셨으면 그 몸을 이끌고 용산 현장까지 가셨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조세희

후배님들 몇 분을 만났어요. 그래서 불러서 얘기를 하다가 그중에 차를 가진 분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김현정 / 진행

30년 전에 선생님이 목격하셨던 판자촌 포크레인 사건 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계기가 돼서 난쏘공 작품도 쓰신 건데. 그때 그 장면이 떠오르시던가요?

◆ 조세희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것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현재의 일로다 나한테 오는데. 인간에게 주는 충격이, 30년 전의 것보다 어제의 것이 몇 배나 위력적이고 더 컸어요.

◇ 김현정 / 진행

왜 그랬을까요?

◆ 조세희

3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 보면, 어떤 잘 되는 국가, 잘되는 민족은, 아주 어려운 형편에서 그것을 뛰어 넘으면서 아주 좋은 세상에. 우리는 그렇지 못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충격이 더 크고. 불속에서 돌아가는 분들, 그 아픔, 그 절망, 그 희망이 꺾어질 때 그 느낌 어땠겠어요? 그걸 생각하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는 게 나 혼자뿐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 구성원들 모두 가슴이 아프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굉장히 고민들 하고 있을 거예요.

◇ 김현정 / 진행

그때보다 그 시절보다 더 잔인하고 야만적이 됐을까요?[BestNocut_R]

◆ 조세희

난 그렇게 봅니다. 그 사이에 뭐가 있었느냐 하면, 우리가 60년대, 70년대에는 우리가 꾸는 꿈이 단순했어요. 지금은, 내가 농경사회에서 나왔다는 말을 하는데, 농경사회에서 나와서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난쏘공을 썼어요. 그때 물질의 힘이 발휘되기 시작했죠.

그리고 지금은 그걸 더 말할 수 없는, 세계화라든가 시장이라든가 신자유주의라고 흔히 말하는 것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든지 살아도 된다, 잘 살면 된다, 그런 걸 심어줬는지, 뭐든 게 더 깜깜한 세상, 정 있는 세상, 우리 공동체가 가졌던 아름다운 것들이 파괴되는 그런 세상에 와 닿아 있었죠. 거기에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거예요. 인간에 대한 보호망은 전혀 없이.

◇ 김현정 / 진행

선생님 그 장면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굉장히 충격적으로 봤던 것이, 결국은 달랑 달랑 매달려 있다가 하는 수 없이 손에 힘이 빠지니까 밑으로 떨어지는, 이런 철거민이 있었습니다.

◆ 조세희

제가, 우리 구성원에서 그래도 힘을 갖고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 공부를 제대로 하고,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일이 없도록 조처를 했어야죠.

◇ 김현정 / 진행

떨어지는 철거민 모습 보면서 떨어지는 난쟁이 모습 떠올랐단 분들이 꽤 있습니다.

◆ 조세희

글쎄, 그래서 그런 전화가 오더라고요. 난쟁이는 이 지구상, 한국, 이 땅이 아주 살기가 어려우니까 황당무계한, 달나라가 가는 꿈을 꾸지 않습니까.

난 이랬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국가 안에서, 이 공동체 안에서, 일을 보는, 높은 자리에 사람들, 그 사람만 갖곤 부족해요. 그 자식들, 그의 친구들, 학교에서 같이 공부한 사람들, 학교에서 그들을 가르친 교수들, 이 모든 사람들이 옥상에서 떨어졌을 때, 마지막 힘을 다해서 버티다가 죽음의 길로 떨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불 속이 다 탈 때, 얼마나 뜨거웠겠어요?

나는 대통령과 그 휘하 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 한국에서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부터 자체가 그 고통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을 한다고 국가 일 못 합니까?

◇ 김현정 / 진행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법 폭력 시위였기 때문에 진압이 불가피했던 건 아니냐, 어쨌든 불법 시위, 과잉 시위의 악순환은 끊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변?

◆ 조세희

역사를 보면 말이죠. 힘 있는 사람들이 가진 것은 올바른 법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법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안 되죠. 어떤 인간이, 난쟁이 쓸 때 30년 전에, 우리가 잠을 잘 때, 우리의 도시 한 쪽에서 한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을 가만 놔두는 것도 폭력이라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쓴 적이 있는데.

지금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법을 이야기하고, 폭력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한 인간들이 처할 수 있는 절망,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 국가와 민족, 우리 공동체원들은 무슨 지혜를 짜내서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을 해봐야죠. 제 난장이는 30년 전에 냈을 때 집 문제 때문에 그런 불행을 겪는 걸 썼거든요. 지금 집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부족한 건 집이 아니라 지혜에요.

◇ 김현정 / 진행

지혜?

◆ 조세희

지혜가 부족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힘 있는 사람들이 폭력에 의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법이라는 말 그 이전에 먼저 생각을 해야 해요. 이것이 인간의 일이다.

◇ 김현정 / 진행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인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이신데요. 건강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더 좋은 책들 많이 써주십시오.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