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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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팔순 농부와 일소의 우정, 미국 관객도 호응"
200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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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잘 보면요. 귀에서부터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이 하나 있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달랑달랑 방울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워낭 소리’ 이렇게 부릅니다. 지금 극장가에서는 ‘워낭 소리’라는 다큐멘터리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일 것 같은데. 일주일 만에 2만 여명을 넘어섰습니다. 또 선덴스 영화제에 한국 작품 최초로 경쟁 부분에 초청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팔순 노인과 그 노인이 키우는 마흔 해를 넘게 산 소 한 마리입니다.

소가 마흔 살을 넘기는 게 이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그 둘의 우정을 넘어선 끈끈한 사랑 이야기가 아주 지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소의 해이기도 해서요. 이 영화 ‘워낭 소리’ 이충렬 감독 연결해 봤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선덴스 영화제 갔다가 어제 귀국을 하셨다고요. 이게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데 외국 사람들 반응이 어떻던가요, 우리나라 소 이야기를 보고?

◆ 이충렬
도착하자마자 일단 언론 방송 인터뷰가 계속 됐고요. 영화 바이어들도 좀 관심이 있었던 것 같고요. 특히 현지 미국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는데요. 매진 사례도 있었고요. 보는 내내 웃고 우시고 박수 치시고 보고 나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다, 죽은 애완견이 생각난다, 또 어떤 분은 아름다운 봉화에 가고 싶다, 이런 어떤 반응들이 한국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놀라웠었는데 문화가 다른 미국에서도 워낭 소리가 통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아직 못 본 분들도 많아요. 2만 여명이 넘어서긴 했습니다만 어떤 영화인지 감독님이 직접 줄거리를 간략하게 말씀해 주실까요?

◆ 이충렬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삶의 내리막길에 서있는 어느 팔순 농부와 마흔 살 먹은 일소의 30년 동행과 이별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이별을 기록한, 뒤 이야기는 소가 나중에 세상을 떠난다는 얘기죠. 그런데 소의 수명이 마흔이 넘는다는 게 가능한가요?

◆ 이충렬
생물학적인 나이는 15년으로 보는데요. 실제로 소가 장수한 그런 어떤 기록이 있는데요. 38살로 문서상 기록돼 있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아마 봉화의 소는 마흔 살 정도 될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시니까. 그렇게 저는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굉장히 오래 산 장수한 소에요. 할아버지는 다리가 많이 불편해서 제대로 걷지 못하시는데, 또 소도 나이가 많이 들어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어떻게 보면 주인하고 소하고 꼭 닮았어요. 두 나이 든 친구가, 나이 든 두 사람과 동물이 친구가 돼서 살아가는 정말 감동적인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큐잖아요. 그러면 실제로 팔순 노인과 마흔 넘은 소가 배우가 아닌 진짜로 등장하는 건데, 어떻게 이런 주인공을 찾으셨어요?

◆ 이충렬
IMF 당시에 10년 전에요. 실직하고 직장에서 쫓겨난, 고개 숙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우직하고 헌신적인 한국의 아버지를 다큐멘터리를 해 봐야 되겠다, 이런 마음을 먹었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런 아버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게 우리의 아버지를 닮은 일소였어요. 그래서 아마 어린 시절에 제 기억 속에 있는 그런 어떤 영웅이었던 아버지의 소를 깨워서 경북 봉화로 불러온 거죠.

◇ 김현정 / 진행
할아버지도 그렇고 소도 그렇고 카메라 라는 걸 모르는 분들이잖아요. 처음에는 카메라를 의식을 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찍으셨습니까?

◆ 이충렬
할아버지는 여전히 지금도요. 이게 지금 방송인지 영화인지 모르시고 그저 사진 찍는 줄 아시거든요. 그래서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일단 활짝 웃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정지 사진인 줄 알고...

◆ 이충렬
그렇습니다.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몇 년 동안 찍으신 거예요?

◆ 이충렬
기획 기간 포함하면 거의 10년인데요. 캐릭터 잡는 건 5년. 그 다음에 촬영은 횟수로 3년 정도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촬영한 기간만 3년, 기획은 10년? 그 사이 동안 별 일이 다 있었을 것 같아요? 좋은 일, 나쁜 일... 가장 감동적인 일, 기억나는 일 뭐가 있을까요?

◆ 이충렬
여러 장면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저는 가장 개인적으로 많이 생각나는 게 소가 죽기 직전에 나무를 해 오는 장면이 있거든요. 30년 동안 할아버지가 한 번도 할아버지가 달구지에서 내려 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그 날 따라 달구지에서 내려 가지고 자기의 체중도 덜고 나무 짐도 덜어서 지게에 나눠지고 서로 나란히 걸어가는 거예요. 그때 저는 생각이 할아버지가 고집 세고 자기밖에 모르는 철노가 아니구나. 내내 어떤 소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할아버지가 존경스럽고 성자처럼 느껴졌어요.

◇ 김현정 / 진행
그 날 그러면 소가 눈을 감은 건가요?

◆ 이충렬
그 이후에 나무를 많이 해 놓고 소가 갑자기 겨울 12월 말 즈음으로 기억되는데요. 밤 11시 정도에 전화가 와서 개인적으로 혼자 이제 가서 찍었던 장면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소가 이상하다, 할아버지는 느끼는 거군요. 소가 나를 떠날 때가 됐구나, 라는 걸 느끼셨던 거예요. 참 그 부분에서 눈물 흘린 분들이 많던데. 그 할아버지 지금도 농사 짓고 계세요?

◆ 이충렬
네. 여전히 한 달 전에 봉화에 갔더니 여전히 농사를 짓고 계셨는데. 옆에 보니까 젊은 소가 달구지를 매고 있더라고요. 젊은 소를 구입한 소가 있었는데, 소가 죽고 나서 길들이기에 성공하신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소와 사람의 우정 이야기. 지금 많은 분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기축년 소의 해라서 더 영화가 관심이 가고요. 흔하게 볼 수 없는 다큐 영화라서, 다큐 영화인데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어서 더 애정이 갑니다. 영화가 많은 분들의 사랑 받기를 바라고 오늘 설날 아침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