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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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5(월) 동물원 박기영 "김광석 추모 콘서트를 찾는 사람들? 공동체 음악에 대한 향수"
2009.01.05
조회 278
화제의 인터뷰, 이 맘 때가 되면은 많은 사람들이 추억하는 가수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고 김광석씨에요. 내일이 김광석씨가 세상을 떠난지 꼭 13주년 되는 날이라고 하는데요. 올해도 변함없이 선후배 가수들이 추모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김광석 하면 떠오르는 그룹이죠. 그룹 동물원의 박기영씨 만나보려고 합니다. 그 시절 그들의 음악은 어떤 음악이었는지. 어떻게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는지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가 보죠.

◇ 김현정 / 진행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박기영
학생들하고 같이 지내고, 요즘 방학이라 조금 이제 한가해졌죠.

◇ 김현정 / 진행
벌써 13년이 흘렀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지금 고 김광석씨를 추모하는 선후배 가수들, 동료들 공연이 진행 중이라는데, 어떤 분들이 함께 참여하고 계신 거예요?

◆ 박기영
어제부터 시작됐죠. 어제 이적씨,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이런 분들이 공연 했고. 오늘 이은미씨, 권진원씨, 요조, 이렇게 같이 무대를 만들고요. 내일은 저희 친구들 박학기, 한동준, 윤도현, 여행스케치, 나무자전거, 저희들 이렇게 같이...

◇ 김현정 / 진행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추모 음악회가 꼭 있어왔어요. 그만큼 기억하는 동료, 후배, 팬들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가 될 텐데, 왜 많은 분들이 김광석이라는 가수를 잊지 못하고 있을까요?

◆ 박기영
글쎄요. 워낙 좋은 노래를 잘 불렀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김광석이라는 이름으로 대두되던 포크 음악에 대한 향수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포크라는 음악이 사실 어떻게 보면 공동체 음악이고 또 함께 부르는 노래가 이 포크인데 요즘 그런 함께 부르는 체험이라든가 공동체적인 체험이 이런 것들이 점점 줄어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것에 대한 향수 같은 것 그런 것도 작용하는게 아닌가 싶고요.

◇ 김현정 / 진행
사실 가수들도 그래요. 예전에는 동물원도 그렇습니다만 친구들끼리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몇몇 모여서 노래 부르다가 그게 어떻게 음반을 내게 되고 공감을 받고 가수가 되고 이런 거였는데, 요즘은 상품처럼 만들어지니까. 처음부터 만들어지니까. 노래 잘 하는 사람 한 명, 춤 잘 추는 사람 한 명, 이런 식이니까 공감이라는 것도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은 덜 한 게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팬들은 물론이고 동료들에게 김광석씨는 참 잊을 수 없는 친구이자 가수였을 텐데. 기억나는 추억, 에피소드 많으시죠?

◆ 박기영
글쎄요. 김광석씨는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그런 구석이 있었던...

◇ 김현정 / 진행
어떻게 천진난만한 거예요?

◆ 박기영
예를 들면 저희 1집이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인데, 거리에서 라는 노래가 진짜 거리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할 그런 무렵인데 같이 대학로에서 밤늦게까지 놀다가 택시를 타고 같이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택시 타자마자 김광석씨가 기사 분한테 다짜고짜 “아저씨 저희가 동물원이거든요?” 그러는 거예요. 아저씨가 대꾸를 안 하시더라고요. 또 얼마 안 가서 “아저씨 저희가 동물원이라니까요?” 이러는 거예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창경원 앞에 저희를 내려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기사님 모르셨던 거예요?

◆ 박기영
전혀 몰랐죠. 그랬던 재미있는 기억들이 있어요.

◇ 김현정 / 진행
맞아요. 천진난만한 웃음 저도 기억이 나요. 기타 들고서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눈가에 지어지는 게 김광석씨 트레이드 마크였잖아요. 그런데 김광석씨가 홀로 솔로로 그룹을 떠나면서 좀 섭섭했던 적은 없으세요?

◆ 박기영
그런건 없었어요. 처음부터 김광석씨는 음악을 천직으로 생각했던 그랬던 거였고. 나머지 동물원 멤버들은 그때만 해도 평생 음악을 하리라고 생각을 못 했던 상황이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 중에는 의대 다니시는 분도 계셨고. 그래서 그러면 너는 가수를 해라, 이러고선 보내주셨던 거군요?

◆ 박기영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동물원이라는 그룹 만들어진 때가 88년 맞습니까?

◆ 박기영
88년 1월에 첫 앨범이 나왔죠.

◇ 김현정 / 진행
그래서 그런지 그때가 아직은 닫혀있던 시대라, 암울했던 사회이기 때문에, 동물원이라는 이름도 그 시대 상황과 연관이 있었다, 이렇게 해석하는 분들도 많던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 박기영
글쎄요. 저희 입장에서야 하고 싶은 음악 하고 싶은 이야기 했을 뿐인데, 어떤 분들은 그러시더라고요. 당시 이렇게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음악 듣기는 부담되고, 변진섭 음악 듣기는 그랬던 사람들의 정서를 동물원이 대변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들도 하는데 그때 음악들 한 번 생각해 보면 하여튼 한쪽에는 어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염원하는 음악들 이런 게 있었고, 또 한쪽에는 아주 예술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음악들, 그런 음악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동물원은 두 개의 길 말고도 또 다른 길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줬던게 아닌가 지금 와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 진행
극과 극 사이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많은 서민들의 심정 이런 거를 긁어준 것 같아요. 상실감, 답답함 이런 것들?

◆ 박기영
좋게 해석하면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멤버들이 가장 사랑한 곡은 어떤 곡이었어요?

◆ 박기영
잘 안 알려진 곡이죠. 아무래도. 세 번째 앨범에 보면 유리로 만든 배 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 김현정 / 진행
저 정말 좋아합니다.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 박기영
잘 아시네요. 그 노래를 다들 좋아해요. 그 노래가 갖는 이야기나 정서나 이런 것들 다 좋아하고요.

◇ 김현정 / 진행
가사들 하나 하나 생각하면 시대 상황 반영한 노래들 많은데 지금은 다른 이유이긴 합니다만 경제 상황, 시대 상황 보면서 답답해 하는 상실감 느끼는 국민들 지금도 많습니다. 노래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지금의 노래들은 그렇게 많은 이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 박기영
글쎄요. 이게 하여튼 언젠가부터 90년대 이후인 것 같은데. 모든 분야에서 정말 속도전의 경쟁 같은 것들, 이런게 벌어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모두들 정체성 이라는 걸 상실한 것 같아요. 80년대까지만 해도 그나마 내가 누군지 또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정말 눈 돌아가는 이 변화에 하루 하루 적응하는 것만 해도 바쁜 그런 시기가 된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자꾸 주어지는 걸 받아들이는 것만 해도 벅찬 상황이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박기영씨와 얘기 하고 있으니까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