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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화) 이만섭前국회의장 "김형오,'경호권.직권상정' 안한다 선언해야"
2008.12.30
조회 292

꽉 막혀있는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 오늘은 원로 정치인의 해법을 듣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을 연결합니다.

◇ 변상욱 / 진행

국가 원로로서, 또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으로서 최근 국회 상황을 지켜보시는 심경이 어떠신지요?

◆ 이만섭

지금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이에요, 내일 하루 지나면 새해를 맞이하는데, 국회나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새해 희망은 못 줄지언정 더 이상 고통은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참 답답합니다. 여야가 이제 모두 이성을 되찾아서 한 걸음씩 후퇴해서 빨리 해결하는 게 좋겠어요.

◇ 변상욱 / 진행

국회의장을 두 번 하셨습니다. 혹시 하시면서도 경호권 발동을 정말 하고 싶다고 느끼신 적이 있으셨는지 모르겠어요?

◆ 이만섭

아니죠. 저는 14대 국회의장 될 때 국민들에게 절대로 날치기는 하지 않는다고 공약을 했어요. 그래서 내가 국회의장 두 번 하는 동안에 끝까지 날치기나 직권상정은 안 했다고요. 그래서 14대 국회의장 때나 16대 의장 때 청와대,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생기고 그랬어요. 그러나 국회는 삼권분립에 의해서 독립된 기구니까 절대로 청와대 눈치나 이런 걸 보면 안 된다고요.

나는 내가 국회의장을 할 때도, 국회는 여당의 국회도 아니고 야당의 국회도 아니고 오직 국민의 국회다, 하는 생각을 항상 가졌고. 사회봉을 세 번 칠 때도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고 한 번은 방청석을 통해서 국민을 바라보면서 “양심의 사회봉을 칩니다.” 했다고요.

그러니까 지금 국회의장단은 특히 의장은 절대로 여당의 눈치를 보면 안 돼요. 여당의 원망을 들어가면서 해야 한다고요.

◇ 변상욱 / 진행

2년 전 여름에 의장님을 잠깐 뵈었을 때 자서전을 주셔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나의 정치인생 반세기>. 지금 말씀하신 “나는 의사봉 칠 때 한 번은 여당보고, 한 번은 야당보고, 그리고 한 번은 국민을 바라보면서 친다”고 했던 말씀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데 혹시 청와대로부터 여당 수뇌부로부터 이건 어떻게든 빨리 통과를 시켜주셔야 됩니다, 라고 압력이나 요구가 국회의장에게 옵니까?

◆ 이만섭

여당이나 청와대에서 물론 오죠. 오지만. 나는 대통령들이 직접 연락이 오고 그랬다고요. 그러나 나는 “국회 문제는 국회의장한테 맡기시오” 하고 절대로 안 듣는다고요. 그렇게 해서 그분들하고 좀 불편했다고요. 그래서 내가 정치적 손해는 보지만 그러나 양심은 지켜야 되니까.

◇ 변상욱 / 진행

알겠습니다. 문을 닫아걸고 야당 의원들을 못 들어오게 한 다음에 진행하는 거나,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이나, 뭐 어느 것이든 국민들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만, 어느 쪽이 먼저 책임 있느냐, 더 책임이 크냐, 이런 얘기들을 흔히 하는데, 의장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 이만섭

양쪽 다 책임이 있어요. 참 답답하다고요. 지금 여당이나 야당이나 지도부, 국회의장을 비롯해서 모두가 큰 정치를 하는 사람이 없어요. 아주 답답하다고요. 원인이야 양쪽 다 있지, 어느 한 쪽만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양쪽 다 있어요.

◇ 변상욱 / 진행

만약 여야가 합의를 못할 경우 의장으로서는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시는지요?

◆ 이만섭

합의를 해야죠. 오늘 아침 10시에 한다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하든지 합의를 해야 해요. 합의 못 할 이유가 없어요, 내가 볼 때는. 왜 합의를 못 합니까? 지금 문제가 쟁점 법안이 문제 아니에요? 지금 내가 보니까 여당이나 야당이나 많이 후퇴가 됐다고요. 많이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한 고비만 넘기면 돼요. 그러니까 쟁점 법안이라는 게, 야당이 쟁점 법안이라고 내놓는 게 뭔지, 그걸 놓고 여당이 회의를 하라고요. 그 중에 한 두 개 더 양보하는 건 없는지. 쟁점 법안은 내년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국회의장이 경호권 발동이나 직권상정 안 한다, 합의 하에 한다고 선언을 하고. 쟁점 법안을 내년으로 미루고. 그래서 이걸 해결을 해야죠.

내가 볼 때는 여당이 뭐라고 할까, 정치기술이 모자라고, 국회 운영의 기술이 모자라요. 또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인상만 주고 무조건 반대를 한단 말이야, 오히려 여당이 다수를 가지고 저럴 때 야당이 머리를 써서 두뇌 플레이, 머리를 써서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세우면 오히려 더 국민의 지지를 받죠. 왜 야당이 그걸 못 합니까? 우리는 뭐, 뭐, 뭐를 빼고는 무조건 협조해서 무조건 통과 시키겠다, 야당이 그렇게 먼저 나와 봐요.

또 여당도 왜 자꾸 쟁점법안이라는 걸 무리하게 하려고 합니까? 내년으로 좀 미루라고요. 국민들 더 설득하고 더 시간을 갖고 국민들이 알아듣도록 만들고 난 뒤에 하라고요. 국회의장이 대화, 타협 하라고 해 놓고 어제 밤까지 농성을 풀지 않으면 경호권을 발동 하겠다?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이율배반이야. 경호권 아예 생각을 하지 말라니까요. 경호권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요.

◇ 변상욱 / 진행

일단 경호권을 몇 시까지만 시한을 주고 그 이후에는 한다고 하면 거기에 기대를 거는 여당 측이 합의에 임하는 자세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아예 경호권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말씀이군요?

◆ 이만섭

경호권 발동한 당이 언제든지 손해를, 큰 손해를 본다고요. 지난 번 대통령 탄핵 때도 국회 나왔을 때 본인은 소신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거 경호권 발동하는 게 아니에요. 경호권 발동을 해서 국회의원들 끌어내니까 그 해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는데, 경호권 발동해서 국회의원들 경위 한 서너 사람이 끌어내는 장면을 TV에 매일 하루 다섯 번 여섯 번 틀더라고요.

그러니까 민심이 획 돌아서 그때 열린우리당이 압도적으로 당선되고 한나라당 수가 굉장히 줄지 않았어요? 경호권 발동하는 건 나중에 큰 손해를 본다니까요.

◇ 변상욱 / 진행

여야가 합의하는 노력은 별로 없는데 국회의장한테만 자꾸 떠넘기면서 직권상정해라, 직권상정 안 한다고 약속을 먼저 해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 이만섭

그건 의장도 책임이 있다고요. 의장이 자꾸만 합의하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야당 원내대표하고 여당 원내대표를 각각 따로 따로 만나라고요. 만나서 야당 원내대표하고는 무엇을 끝까지 반대하느냐, 어느 법을? 그래서 그 사람들 얘기하는 걸 듣고. 여당 보고 야당이 이러니, 이 중에 한 두 개라도 더 양보할 수 없느냐, 이렇게 해서 각각 만나 가지고 타협점을 의장이 만들어 줘야지.

◇ 변상욱 / 진행

국회의장이 발로 뛰라는 말씀?

◆ 이만섭

발로 안 뛰어도 좋아요. 책상에 앉아 가지고 말로 뛰면 된다고요. 입으로. 타협하라, 타협하라, 경호권 발동한다, 그런 이야기 할 거 없다니까요.

◇ 변상욱 / 진행

국회의장이 왜 이렇게 뛰어 다니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 이만섭

그게 왜 그러느냐 하면 평소에 국회의장이 야당한테 믿음을 줘야 해요. 여당은 물론 말할 것도 없고 야당한테도 믿음을 줘야 해요. 국회의장 말이라면 “아, 맞다” 하고 믿고 국회의장 말이라면 따를 수 있는 그런 믿음을 평소에 줘야 해요. 그러면 국회의장이 불러 가지고 야당을 좀 코치를 하면서 지도를 할 수 있다고요. 그걸 왜 못 합니까?

◇ 변상욱 / 진행

결국 청와대 눈치를 보는 거라고 보십니까?

◆ 이만섭

모르지, 안 보이지만, 아마 그런 게 있겠지. 그러나 국회 지도자들은 이제 청와대 눈치 같은 거 안 봐야해. 국회라는 게 국민의 국회인데, 청와대의 국회가 아니잖아요.

나는 답답한 게 내가 그때 현장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예산 통과할 때 왜 예산 부수법안은 함께 통과를 안 했는지 모르겠어요. 예산 통과를 하기 전에 예산에 관계된 부수법안은 먼저 통과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그때 예산 부수법안, 세출과 관계되는 것, 세입, 전부 다 통과를 시켜야지. 그리고 그때 중요한 민생 법안도 함께 통과 시켜야 해요. 그걸 안 해놓으니까 자꾸 문제가 되잖아요.

◇ 변상욱 / 진행

결국 앞뒤 가리지 못 했던 것이 이제 와서 점점 상처가 곪아가는 것 같습니다.

◆ 이만섭

어쨌든 국회의장은 야당 의원들이 믿을 수 있는 태도를 평소에 취해야 해요. 그래서 내가 16대 국회의장 때 국회의장은 당적을 이탈하도록 국회법을 만들었다고요. 지금 당적이 없어요. 그러나 형식적으로 당적이 없어서는 안 되고, 마음으로부터 진실로 당적을 버려야 해요. 나는 국회의장 그만두면 이제 정계은퇴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정말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해요.

◇ 변상욱 / 진행

자서전에서도 제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정치인이 꾀로 하면 안 된다, 가슴으로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지금 너무들 계산하고 꾀를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 이만섭

지금 모두 여야 정치인들이 자기의 입장, 자기 당의 입장만 생각한다고요. 이걸 국민과 나라를 생각해야 해요. 지금 경제가 어렵고 국민들이 민생고에 시달려 자살을 하고 모두 다 죽어가고 있는데 국회는 언제까지 싸움만 하고 있을 거예요? 빨리 수습을 해야 해요. 그래서 국민들에게 내년에는 희망을 갖고 이 난국을 극복하자는 용기와 의욕을 주도록 해야지, 국회가 저 모양이니까 국민들이 전부 우울하잖아요.

◇ 변상욱 / 진행

알겠습니다. 아무튼 직권상정, 경호권 이런 걸 생각하지 말고 왜 정치인들이 합의를 못 이루느냐, 의장이 원내대표 불러서 따지기도 하고 만나게도 좀 하고, 의장도 좀 열심히 뛰어다니라는 당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라는 말씀 저희가 새기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만섭

오늘 10시에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 변상욱 / 진행

네, 저도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