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라는 표현이 나왔던 곳, 지난해에 나왔던 곳, 시민사회단체입니다. 참 많은 시련이 있었어요. 환경연합은 공금횡령 사건이 있어서 도덕성이 치명상을 입었고, 참여연대의 경우도 창립 14년 만에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시민단체의 보조금 삭감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시민단체의 대표 격이죠,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와 함께 시민단체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새해 첫 날 어제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 박원순
저는 어제 지리산 갔다 왔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리산 정상에 올라서 좀 새해 포부도 다지고 오셨습니까?
◆ 박원순
아름다운 가게 직원들하고 매년 저희들이 가서 일출도 보고 또 사실 겨울 산행이라는 게 굉장히 고난의 연속이잖아요.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또 그러니까 그런 시련도 함께 하고 왔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난 한 해 시민운동계 돌아보면 좀 심난하실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 박원순
저는 사실 뭐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게요. 물론 이명박 정부가 시민단체들에 대해서 별로 그렇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진 문제도 있고요.
스스로도 자신을 성찰하고 바라봐야 할 대목도 사실 그동안 많이 지적이 돼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들이 이제 함께 터져 나온 문제이고. 이런 것들을 잘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저는 오히려 이런 위기들이 기회다, 더 좋은 정말 우리 사회를 위해서 국민들 위해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저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위기가 기회다, 어떻게 보면 흔하게 하는 말인데. 지금 시민단체에 꼭 맞는 말이 될 수 있다고 보시는군요?
◆ 박원순
네. 사실은 정부 보조금 문제도 그렇죠. 물론 저는 정부 보조금 문제는 시민단체의 성격에 따라서. 시민단체라고 하면 한 종류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정부를 비판하거나 대기업을 비판하는 이런 쪽은 사실 안 받는 게 훨씬 좋고요. 많은 단체들이 사실 안 받아 온 사례도 많습니다.
◇ 김현정 /요진행
희망제작소는 어떤가요?
◆ 박원순
저희들은 정부로부터 직접 무슨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뭔가를 굵직하게 만들어 가는 조직이기 때문에 때로는 그런 보조를 받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고요. 단체 성격마다 굉장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은 오히려 정부의 기능을 보조하는 업무잖아요.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요. 받아서 함께 정부의 기능을 대행하거나 보조하는 그런 기관들이야 받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 김현정 / 진행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걸 보면 좀 선별해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겠다는 이런 건가요. 만족할만한 수준의 삭감이라고 보십니까?
◆ 박원순
저는 문제가 많다고 보죠. 왜냐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선진국일수록 사실은 정부가 직접 무엇을 하기보다는 중간 매개기관, 중간 전달기관들이 굉장히 발전이 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직접 사실 주면 효과가 별로 없잖아요. 그걸 중간에서 풀뿌리 단위에서 그런 것을 주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이런 기관들이 발전하게 됩니다. 특히 복지 쪽이 그렇죠.
그래서 요즘은 이른바 거버넌스라고 해서 협치체제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통치라는 것이 과거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했는데 지금은 이런 민간기관들과 함께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런 것이 우리 시대, 우리 역사에서 하나의 화두가 됐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맹목 한 게 아닌가, 이 정부는. 저는 그렇게 되면 결국은 정부의 정책이 굉장히 공중에 뜰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시대 흐름을 역행해서 가고 있다고 보시는군요?
◆ 박원순
저는 그렇게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정치권 보면서도 박원순 변호사께서 심난한 생각 드셨을 것 같은데요. 요즘 상황 보면서 어떤 생각 드십니까?[BestNocut_R]
◆ 박원순
국회라면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른바 무슨 개혁 법안이니 하면서 87개 법안을 한꺼번에 하루아침에 통과시키려고 하는 거거든요. 야당도 협의에 의해서 일괄 통과 시킨다고 하는데.
저는 과연 묻고 싶습니다. 우리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이 법안이 도대체 어떤 법안인지, 또 국민들의 삶이나 생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 법인지 알고나 계시는지.
사실 법안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충분히 청문회를 통해서 국민들의 또는 이해관계단체 전문가들의 견해를 충분히 듣고 그 경향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서 하나하나씩 통과시키는 게 맞지, 지금 정부가 이 법안에 대해서, 국회가 이 법안에 대해서 얼마나 고려하고 얼마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통과시키는지 참 걱정스럽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시민사회 원로시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께서는 최근에 이런 말씀 하셨어요. "대한민국의 나라 다스리기가 심각한 고장의 징후가 뚜렷하다, 그래서 올해 봄 대규모 군중시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셨는데. 박원순 변호사께서도 좀 그런 식의 걱정 하기는 건가요?
◆ 박원순
작년에 집회를 통해서 나온 화두가 소통이라고 하는 것이었잖아요. 그것은 제가 보기에는 여야 관계라든지 또는 세대 간의 문제, 노사 간 문제, 또는 정치와 국민들 간의 이런 관계에서도 똑같이 해당될 수 있는 화두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것은 또 대통령에서부터 언론인, 시민사회, 누구나 함께 얘기했던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 소통의 장이 돼야 될 국회에서 작년부터 새해 벽두에 이르기까지 계속 지금 이런 갈등이 있는 것은, 저는 충분히 길이 있는데, 조금만 여유를 두고, 그게 뭐 오늘 통과 시키나, 한 달 후에 통과시키나 그렇게 결정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있다면 그것을 먼저 통과 시키고요.
그렇지 않은 법안들은 충분히 소통하고 토론하고 논쟁을 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온갖 폭력과 폭력적 언사와 실제 폭력적인 양상을 통해서 통과 시킨다면 이런 소통이 사라진 곳에 뭐가 남겠습니까. 불신과 대립, 갈등, 서로 싸움밖에 있을 수밖에 없죠.
◇ 김현정 / 진행
2008년 화두가 소통이었다면 2009년에는 우리 사회에 어떤 게 필요할까요?
◆ 박원순
소통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죠.
◇ 김현정 / 진행
여전히 소통의 문제는 해결이 안 됐다고 보시는군요. 2008년에 그렇게 외쳤습니다만.
◆ 박원순
소통이라는 것은 사실 힘이 있는 쪽에서 자세를 낮추고 귀를 열어서 들으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조금 더 힘이 있는 노사 중에서도 사용자 쪽, 또 노동조합도 요새는 힘이 생겼으니까 노동조합 쪽, 다 이렇게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부도 보면 과거의 공안통치 같은 것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들으려고 하는 겸허하고 겸손한 자세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시민단체는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가장 절실한 것은 소통이다, 이 두 부분 강조해주셨는데요. 올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좋은 희망적인 얘기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00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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