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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6(화) 2008 포털 최다 댓글 기사 "떡볶이 할머니" 심경인터뷰
2008.12.16
조회 1327
(대담 - 김춘자 대구 두류시장 노점상 떡볶이 아줌마)
‘서러운 떡볶이 아줌마’ 이런 제목의 보도 사진 한 장을 혹시 보셨습니까? 올해 초에 노점상 단속이 한창이던 대구의 한 재래 시장에 단속반이 들이닥쳤습니다. 이 보도 사진에는 떡볶이가 길 한복판에 널부러져 있고요. 흥건하게 국문들이 쏟아져 있고, 그 옆에서 떡볶이 파는 아주머니가 얼굴을 감싼 채 엉엉 울고 있습니다. 또 옆에는 빨간 모자를 쓴 단속반 사람들 여러 명의 모습도 찍혀 있습니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은 분노했고요. 자그만치 2만 6천 건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올 한 해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 1위로 뽑히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입니다. 혹시 지금 옆에 인터넷이 있다면 잠깐 찾아보셔도 좋겠어요. 그때 얼굴을 감싼 채 목 놓아 울던 떡볶이 노점상 아주머니,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저희가 찾아봤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대구시 성당동에 사는 김춘자씨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인터넷에서 이 사진이 화제가 돼서, 올 한 해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기사로 선정됐다는 것 알고 계셨어요?
◆ 김춘자
저는 몰랐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올해 초에 보도 사진이 나왔다는 건 보셨고요?
◆ 김춘자
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저는 사진 보면서 일단 화가 났습니다. 단속을 하면 했지 왜 저렇게 떡볶이 좌판까지 뒤집어엎어야 되나? 떡볶이 팔아서 얼마 벌어보겠다고 하루 종일 서 있는 분인데, 왜 저렇게 눈물을 쏙 빼야 되는 건가? 도대체 그 날 상황이 어떻게 된 건가요?
◆ 김춘자
그 날도 철거 온다고 말은 했지만 설마 했거든요. 그랬는데 그렇게 들이닥칠지 몰랐어요. 그래 가지고 소방관들, 용역 업체, 포크레인, 경찰관 말도 못 하게 사람이 왔습니다. 42가구 철거하려고 그렇게 많은 인원이 동원됐는지 저는 몰랐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포크레인도 왔어요?
◆ 김춘자
네. 그래 가지고 동네 있으신 분들은 다 놀래더라고요. 골목 골목에다가 사람들, 청년들 그런 사람들을 사서 세워 놓고, 새까만 사람들 옷 입혀 놓고 용역 업체 그런 사람들이고, 신체도 건강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 노인네들 아저씨들 장사하는데 그렇게 힘 센 사람 올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동원해서 깔아 놓고 그래 오더라고요. 그래도 우리는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힘 센 사람들하고 할머니들하고 해 볼 수 있습니까? 못 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일단 비키라고 말을 했을 텐데 안 비키신 거예요? 왜 떡볶이 좌판까지 뒤집어엎은 거예요?
◆ 김춘자
하지 말라 하는데 한다고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다짜고짜 와서 엎은 겁니까?
◆ 김춘자
철거는 한다 했어도 계속 하고 있으니까. 하지 말라 하는데 한다고. 엎고. 사람 막 힘 센 사람들이 할머니들이 끄집어 밖으로 내 놔 버리고 포크레인이 와서 덮어 눌러버린 거죠.
◇ 김현정 / 진행
아이처럼 엉엉 우시던데 뭐가 그렇게 서러우셨어요?
◆ 김춘자
그거는 내가 평생 몸담고 있는 집이고 집이나 한 가지고 내 생명줄이거든요.
◇ 김현정 / 진행
몇 년이나 하셨어요?
◆ 김춘자
그거를 몇 년을 하다가 하루 아침에 눌러 버리니까. 그 설움 어따 대고 말 할 수 없죠.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르죠.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설움이 나오더라고요. 누구를 원망하는 것보다도 내 자신이 내가 이렇게 밖에 할 수밖에 없는가. 이렇게 살아야 되는가. 그거를 현장에서 그렇게 당하니까 눈물이 그래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사진 찍히는 줄도 몰랐어요. 지금도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오네요.
◇ 김현정 / 진행
그 자리에서 노점을 몇 년이나 하셨어요?
◆ 김춘자
88년도부터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20년 정도 하셨군요.
◆ 김춘자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시작을 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1인분에 얼마나 하세요? 떡볶이 1인분에 얼마짜리에요?
◆ 김춘자
요새는 그거 다 철거 당해 버리고 갈 곳이 없거든요. 쫓겨 다니고 뭐 할 수도 없고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 보니까 할 수가 없어요. 지금도 쫓겨 다닙니다. 할 수가 없어요.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지금 여러 가지 놓고 할 수도 없고 겨울이 돌아와서 국화빵으로 바꿔서 국화빵 굽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골목 안에 들어가 밖에 못 나오게 하니까. 차선을 그어 놓고 거기를 못 나가게 하니까 골목 안에 들어와서 하니까 사람들은 안 오고. 나가기만 나가지 팔지도 못 합니다. 그렇지만 안 하고 집에 있으려고 하면 누가 돈 줍니까. 안 주잖아요. 그래서 나가서 한다고 해도 장사는 안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은 풀빵?
◆ 김춘자
바꾸었습니다. 다 놓고 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은. 구루마에 끌고 다니면서. 쫓겨 다닐 판이니까요.
◇ 김현정 / 진행
하루에 얼마나 파세요?
◆ 김춘자
시장이 완전히 다 죽었기 때문에 사람이 안 옵니다. 사람이 없고 수리한다고 다 펜션을 쳐 놔 버리고, 또 노전은 주차선 그어서 차가 대어져 있습니다. 지금 언제라도 오시면. 차는 이틀 삼일 놔둬도 괜찮지만 우리가 한 발자국만 들어섰다 하면 경고판도 붙여 놨습니다. 차선에서 한 걸음만 들어오면 불법해서 고발해서 벌금 낸다. 써 붙여 놔서 들어갈 수도 없어요. (영 장사가 안 되시는 군요?) 그래서 정말 어디 어떻게 할. 나이 칠십 먹은 노인이 어디 가서 뭘 하겠습니까? 그래서 버티고 있는 건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지금.
◇ 김현정 / 진행
자제분들은 두셨습니까?
◆ 김춘자
자식들도 자기 살기 바쁘니까 내가 벌어야 되고.
◇ 김현정 / 진행
사진 보고 저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던데. 우리 자녀분들이 보고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싶어요.
◆ 김춘자
딸도 그렇고, 그래요. 엄마 때문에 마음 아프다고 하면서 엄마 제발 TV에 나오지 말라고. 가슴 아프다고. 나는 몰랐다, 내가 나온줄 몰랐다, 내가 나오는줄 알았다면 그렇게 안 했을 건데 나는 몰랐다 하니까 엄마 거기 나온 거 보니까 모든 사람이 엄마를 알아볼 것 같고 가슴 아프다면서. 제발 엄마 그런데 몰라서 올라간 겁니다. 제가 알았으면 안 올라갔을 건데 몰라서 올라갔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고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인터뷰 내내 나누면서도 제가 또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요. 올 한 해 2주 남았습니다. 건강하시고요. 풀빵 장사도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춘자
대책을 세워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 김현정 / 진행
그러게 말입니다. 추운 계절 오는데요. 2008년 정말 이런 분들 위한 대책, 겨울 대책 반드시 나와야 될 것 같고요.
◆ 김춘자
대책을 세워 주셨으면 우리가 공짜로 뭐 달라 하는 것 아니고 노력해서 먹고 살려고 하니까. 정말 대책을 세워 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 진행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