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함께 하고 있습니다. CBS가 선정한 2008 10대 뉴스,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으로 삼성 특검과 이건희 회장의 퇴진입니다. 삼성 특검은 이건희 회장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99일 간의 수사를 마쳤습니다. 4조 5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밝혀냈음에도 관련자는 모두 불구속 기소가 되면서 과연 이게 제대로 한 거냐, 이런 저런 논란들도 있었죠.
지난해에 삼성 그룹 비자금 의혹을 전격 발표했고요. 결국 올해 특검 수사까지 이루어지도록 이끈 분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총무, 김인국 신부님 연결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 김인국
성탄 준비하며 지냅니다.
◇ 김현정 / 진행
다음 주 정말 성탄인데. 올해 성탄 맞는 마음은 다른 해와 다르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 김인국
대통령부터 입으로는 구세주 빨리 오사, 이렇게 노래하거든요. 뭘 알고 저러실까, 예수님 오시면 정말 혼날 사람들 많을 텐데, 그런 쓸데없는 걱정 하면서 지냅니다.
◇ 김현정 / 진행
(웃음) 제가 더 깊게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걱정들 하시는군요.
지난 4월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가 났을 당시에 몹시 실망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뭐였나요?
◆ 김인국
특검 결과 실망스러웠죠... 김 변호사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제단 입장에서도 굉장히 힘들게 내 놓은 증언이었거든요. 원칙대로만 했더라면 국가 권력 기관 그리고 삼성그룹이 죄를 깨끗이 씻어버리고 새로 태어날 수 있었는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그 책임을 다 하지 못한 검찰, 조준웅 특검, 사법부의 불명예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특검의 발표나 두 번의 재판 모두 너무 당연한 결과였어요. 왜냐하면 삼성 문제는 처음부터 누구나 모른 척 봐주고 그 대가로 특전을 챙기는 구조였거든요. 오죽하면 김용철 변호사가 그 엄청난 범죄를 신고하려고 해도 신고를 받아줄 곳이 없다, 이렇게 얘기했을까요? 결국 사제들이라도 나서야겠다고 해서 문제를 제기한 건데, 사제들이 나섰다는 것 자체가 그 결말을 예고한 거였어요.
◇ 김현정 / 진행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사제들이 나섰다는 것 자체가 결말을 예고했다?
◆ 김인국
경찰, 하다못해 파출소라도 이런 엄청난 범죄 사실을 접수해야 될 것 아니에요. 아무도 모른 척 했다는 거예요.
◇ 김현정 / 진행
접수의 대상이 경찰, 검찰이 아닌 사제단이었다는 것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이세요.
◆ 김인국
그렇죠. 삼성의 불법을 조사해야 될 사람들이나 판결을 내려야 할 사람들이나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에 불과하다고 하잖아요. 삼성을 위해서 검찰이 움직이고, 국정원이 움직이고, 청와대가 움직이고, 모든 언론 기관이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 보고를 했습니다, 김 변호사가 이렇게 증언했는데요. 이게 얼마나 무서운 사실인지 다들 놓쳤던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특검에서는 김 변호사의 증언이 아주 구체적이지 않고 시시때때로 변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렇게 나중에 발표를 했더라고요. 어떻게 보십니까?[BestNocut_R]
◆ 김인국
수사 의지의 문제였죠. 그건 김 변호사도 그렇지만 사제들을 완전히 무시한 거예요. 김 변호사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한결같이 했는데도 김 변호사는 부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반대 편 쪽의 의견만 물어서, 나는 불법 로비에 의해서 챙긴 것 없다고 하니까 그 사실만 믿어주고. 김용철 변호사는 자기부터 죄인이라고 하면서 나부터 고발하고 나부터 체포하라고 하면서 자신의 범죄 사실부터 시인했던 경우거든요.
그런 범죄 당사자의 말은 묵살을 해 버리고, 반대편의 말만 일방적으로 믿어줬잖아요. 그게 특검 수사의 전부였어요.
◇ 김현정 / 진행
지금 말씀하시면서도 분노가 차오르시는 느낌을 제가 받습니다.
◆ 김인국
그러면 안 되는데, 좀 들켰네요.
◇ 김현정 / 진행
특검이 불구속 기소하고요. 역시 이어진 재판에서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혐의, 다 무죄 판결 났죠. 이것도 예상 하셨겠어요?
◆ 김인국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건으로 이미 월급 사장 두 분이 1,2심에서 배임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거든요. 그렇게 법대로 하면 불법과 비리의 실질 조정자라고 하는 이건희 씨나 비서실 간부들에게 어떤 벌이라도 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무죄를 선고하대요. 법리상 무죄, 이렇게 얘기하는데. 세상에 무슨 법리가 앞 다르고 뒤가 다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특검 결과는 올해 발표가 됐지만 사실 김용철 씨의 양심선언은 작년이었거든요. 그 이후 혹시 삼성그룹 차원에서 사제단에 접근하거나 이런 적은 없나요?
◆ 김인국
그 정도의 눈썰미, 예의는 있으셨는지 그러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 적은 없군요. 지금 김용철 씨 어떻게 지내십니까?
◆ 김인국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했는데 역시 힘들어 하시고요.
◇ 김현정 / 진행
사건이 별로, 수임이 안 되는 모양이군요?
◆ 김인국
그렇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하는 하는 가족 사업 돌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삼성이 나름대로 개혁 작업을 펼쳤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고요. 구조본 해체 하고, 지주 회사 전환도 계획 내 놓고. 그래도 뭔가 노력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평가 하십니까?
◆ 김인국
그 이후에 삼성을 위한 법안들이 속속 마련되고 관철될 기미들이 역력한데요. 그런 것들을 보면, 금산법의 해제 같은 것 말이죠. 삼성은 회계한 것이 아니고 갖은 특혜를 더 많이 누리게 생겼잖아요.
◇ 김현정 / 진행
법안 처리가 되고 나면 말씀이시죠?
◆ 김인국
네. 삼성이 더 안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염려가 되는 군요.
◇ 김현정 / 진행
그래도 이건희 회장이 퇴진까지 결심했다는 건 사람들이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얘기를 했었는데요?
◆ 김인국
이건희 씨가 내 놓은 회장 직함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직함을 내 놓고도 얼마든지 배후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얘기는, 김 변호사도 그렇고 저희도 수차례 드렸던 말씀이에요. 그 아들이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제 본인이 바라던 대로 다 간 거예요.
◇ 김현정 / 진행
말씀 들으면서 좀 착잡한 생각도 들고요. 굉장히 오랫동안 끌어온 사건인데 결국은 달라진 게 없다, 이런 말씀으로 들려서 말입니다. 12월에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는 있습니다. 어떤 희망 걸고 계십니까?
◆ 김인국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상고심도 삼성을 거스르는 판결을 감시 내리지 못할 거예요. 대한민국 주류 사회와 권력기관의 속성상 절대 그러지 못 합니다. 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주류 사회의 온실에서 지낼 수 있는데 김용철 변호사처럼 추운 데로 쫓겨날 각오를 한 사람은 드물죠.
또 이용훈 대법원장도 옛날에는 바로 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이 문제의 1심 변론을 맡았던 삼성 측 변호인이거든요. 그 분이 대법원장으로 상고심을 관장하는데, 자유롭지 않죠. 삼성의 감시 카메라에 대한민국이 잡혀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이 질문 되게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 제가 한 번 더 질문 드릴게요. 삼성 같은 그룹이 그럼 이대로 무너지길 바라느냐, 왜 이렇게 자꾸 삼성을 흔드느냐, 이 정도 눈감아줄 수도 있지 않느냐, 이 질문 많이 받으셨죠?
◆ 김인국
삼성그룹은 절대로 무너지면 안 되죠. 저희는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의 문제라고 처음부터 시작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기업, 삼성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고. 이건희 씨와 그 일가의 문제와 허물, 그것이 개선되면 삼성은 더 좋은 회사로 성장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여러 차례 호소를 했는데 그 점도 오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7(수)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삼성의 감시카메라에 대한민국이 잡혀있다"
20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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