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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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목) 박창일 연세의료원장 "존엄사,제도 잘못되면 21세기 고려장될수도"
200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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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의 중병에 걸린 또는 회복하기 힘든 이유로 치료 및 생명 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 치료를 중단하는 것, 바로 ‘존엄사’입니다. 지난 11월 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환자의 가족에게 처음으로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 측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이 어제 비약적 상고를 결정했는데요. 이건 2심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법원 판결로 가는 겁니다. 오늘 연세의료원의 박창일 원장과 함께 자세한 입장 들어보기고 하죠.

◇ 김현정 / 진행

항소가 아니라 비약적 상고, 바로 대법원으로 상고를 하셨네요. 어떤 배경일까요?

◆ 박창일

첫 번째는 환자의 기대 여명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것이 이번에 그렇게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두 번째는 결국은 아직은 입법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자칫 이 논란이 여러 가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서 대법원의 판결로 입법이 되기 전까지는 그걸 판례로 남겨야 여기에 대한 기준이 서지 않겠냐 하는 것이 저희의 의견이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 환자, 75세의 김 씨 할머니는 지금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요?

◆ 박창일

지금 환자 분은 뇌사 상태는 아닙니다. 식물인간 상태, 즉 의식은 없지만 스스로 눈도 뜨고 감을 수도 있고 꼬집으면 움직일 수도 있고.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국민들께서 아셔야 될 게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는 완전히 틀린 겁니다. 그래서 이런 어느 정도 눈 깜빡이도 있고 이러한 상태이나. 그러나 이제 자기 호흡이 굉장히 미약하기 때문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야지만 생명 연장이 가능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의사 판단 같은 건 안 되고 숨 쉬는데 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인공호흡기를 떼면 바로 사망하는 이런 상황이군요. 다만 다른 어떤 본능적인 반응들은 다 하고 있는 상태고요?

◆ 박창일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논의를 하셨을 텐데. 일단 반론은 이런 게 있습니다. 가망 없는 환자고 또 그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존엄하게 살기를 원했던 거라면 그 뜻을 존중해 줘야 되는 것 아니냐, 어떻게 보십니까?

◆ 박창일

그 말씀은 저희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만약에 식물인간으로 있다고 전부 다 소생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현재 우리 국내에 수많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이 모두가, 만약에 그러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할 때,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으로 이걸 할 거며, 어떤 가족은 떼어 달라, 어떤 가족은 생명 유지해 달라, 굉장히 혼란이 올 겁니다.

그리고 똑같은 사건이 2004년에 보라매 병원에서 있었습니다. 환자 가족들의 간청에 의해서 인공호흡기를 떼어 준 적이 있었는데 이때 법원에서 판결을 살인 방조죄로 의사들을 구속한 상태까지도 갔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지금 제도가 분명히 없는 건가요?

◆ 박창일

그렇죠. 여기에 대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존엄사는 생명을 다루는 아주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 이건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서 법으로 입법이 돼야 되고. 그 입법에 따라서 병원에 있는 윤리위원회라든가 이런 분들이 모여서 논의를 해서 환자 가족들과 합의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지, 모든 걸 법원의 판단에 맞길 수는 없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어떤 분들은 인공호흡기 떼어 달라는데 안 떼어 주는 건 병원이 돈 벌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 이렇게 오해하는 분들도 있던데?

◆ 박창일

그건 잘 못 생각하신 게요, 지금 중환자실은 전부 다 적자입니다. 환자가 오래 있으면 오래 있을수록 적자입니다. 그걸 저희 병원들이 어느 병원이든지 저는 그런 생명을 생각 안 하고 돈 때문에 그런다는 병원은 정말 한 군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고 중환자실은 전부 다 적자를 보면서도 중환자실을 다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중한 환자들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병원계의, 의료계의 뜻이 담겨 있는 거지.

◇ 김현정 / 진행

지금은 임의로 떼게 되면 살인 방조죄가 적용되기 때문에 보면서도 안타까운 경우가 있겠어요. 저 가족은 너무 가난한데 환자는 기약이 없는 상태인데 또 법적으로는 못 떼게 되는 인간적인 고민이 될 때도 있겠습니다?[BestNocut_R]

◆ 박창일

그럼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예를 들면 식물인간의 상태도 단계가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 단계까지는 우리가 허용한다든가 이런 기준이 있어야지, 또 돈이 없다고 해 가지고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소생 가망성 있는 식물인간도 떼어 달라고 할 경우에는 그건 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이런 저런 것에도 불구하고 존엄사가 여태 인정이 안 됐던 이유는 부작용이 너무 클 거라는 생각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서 심각한 암이라든지 각종 장기부전환자, 노인 환자들이 존엄사 인정되면 그때부터 좀 흔들리고 나도 그러면 존엄사 하겠다, 이러실 수도 있고요. 또 자식들 중에도 21세기 고려장이라고 할까요? 이런 식으로 존엄사로 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박창일

저희가 바로 비약 상고를 한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한 겁니다. 지금 이게 법원의 한 번의 판단으로써 판결로써 이런 게 이뤄진다면 지금 수없이 많은 혼란이 야기됩니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자칫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정말 머리를 맞대고 어떤 것이 우리가 존엄사를 인정해 주는 것이냐 이러한 것들을 논의를 하고 입법 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국민들이 뇌사와 식물인간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뇌사는 이미 뇌 기능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식물인간은 뇌의 기능이 정지 안 돼 있습니다. 지금 이 환자 분도 스스로 눈을 뜨고 감을 수 있습니다. 이 분을 인공호흡기를 뗀다고 그럴 때, 정말 이게 정말 우리가 할,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인가 심각하게 고민해 보고. 또 여기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고 이렇게 해야지만 혼란이 없지, 잘못하면 정말 21세기에 나타나는 고려장도 있을 수가 있고.

◇ 김현정 / 진행

오늘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낼 수는 없을 테고요. 이렇게 공론화를 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해서 원장님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사실은 암 센터에서 그쪽의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존엄사 부분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더니요. 1,000명 중에 80%가 존엄사에 찬성한다, 이렇게 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더라고요. 그런 걸로 봐서 이것은 좀 더 공론화 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 드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