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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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화) 올해의 사자성어 추천교수 "내년 사자성어는 용용지지(庸庸祗祗)였으면..."
2008.12.23
조회 246

조금 전에도 잠깐 얘기 나누었습니다만, 2008년을 상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 바로 호질기의(護疾忌醫)라고 하죠. 어제 오후부터 아마 뉴스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호질기의(護疾忌醫)라는 사자성어를 직접 추천하신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의 김풍기 교수 만나봅니다.

◇ 김현정 / 진행
김 교수님이 추천한 사자성어에 가장 많은 교수들이 표를 던지면서 이게 선정이 된 거군요?

◆ 김풍기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호질기의(護疾忌醫)의 정확한 뜻을 좀 알고 싶은데요?

◆ 김풍기
이게 널리 알려진 단어는 아닌데 ‘호’자는 ‘보호한다’의 ‘호’자고요. ‘질’자는 ‘질병’할 때 ‘병 질’자고요. ‘기’자는 ‘기피한다’라고 할 때 ‘꺼릴 기’자입니다. 그 다음에 ‘의’는 ‘의사’라는 뜻의 ‘의’인데요. 글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병을 보호하듯이 끌어안고만 있느라고 의사한테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뜻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어디가 아픈데도 겁나 가지고 병원에 안 가서 의사한테 안 보여준다? 병이 곪으면 더 큰일난다, 이런 얘기군요?

◆ 김풍기
그렇습니다. 병이라는 게 사실 자기 몸에 병이 있으면 널리 알리라는 이런 어른들 말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람들 도움을 받아서 자기 병 고칠 방도를 찾으라는 건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병이 있으면 당연히 전문가인 의사에게 보여야죠. 그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뭔가 문제점이 있으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전문가 집단이나 많은 사람들과 상의해서 풀어야 될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가 않죠. 문제점을 감추려고만 하지 그걸 토론이나 조정, 충고 이런 것을 통해서 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점을 비유하는 사자성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왜 올해가 이 사자성어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 김풍기
글쎄요. 올해 우리는 이제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죠. 우선 새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첫 해였고요. 정치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어 가지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는데. 얼른 머리에 떠오르는 것만 우리가 생각해도 운하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라든지,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서 촉발된 정말 촛불 시위라든지, 또 언론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정책이라든지, 남북 관계 경색이라든지 최근만 해도 역사 교과서에 대한 우편향 논란이라든지, 또 교과서 수정 지시, 일제 고사 거부 문제와 관련한 교사 해임 문제라든지, 거기다가 사라진 것 같은 4대강 정비 사업 문제가 다시 이야기가 되고 이런 걸 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자꾸 뭘 덮으려고만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봤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일단 논란이 되면 터놓고 많이 토론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고 보시는 거군요?

◆ 김풍기
국민들이나 전문가 집단에서 정부의 정책에 뭔가 문제를 제기하면 왜 문제를 제기하나 생각을 해 봐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정작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어떻게 하든 문제가 없는 쪽으로 가든지 아니면 아니 문제가 없는데 왜 자꾸 문제를 제기하냐 이런 태도를 보인 게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렇게 해서 호질기의(護疾忌醫)라는 단어를 추천하셨는데, 다른 교수들이 야~ 이거다 이렇게 다들 투표를 해 주셨어요.

◆ 김풍기
사실 이런 단어에 지지를 보내는 세태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씁쓸한 거죠. 다른 성어들, 어떤 것 후보들 있었어요? 올해?

◆ 김풍기
두 번째로 지지를 많이 받은데 토붕와해(土崩瓦解)인데요. 그러니까 흙이 무너지고 그러니까 땅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지듯이 이렇게 한꺼번에 확 무너지는 이런 뜻의 토붕와해(土崩瓦解)라든지.

◇ 김현정 / 진행
역시 씁쓸한 거네요. 2위도? 3위는요?

◆ 김풍기
그 다음에 받은 게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건데요. 일을 너무 서둘리 하려고 하면 오히려 목표에 도달하지 못 한다. 이런 뜻의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것도 있고요. 그 다음에 일엽장목(一葉障目)인데요. 나뭇잎 하나로 눈 가린다. 말하자면 작은 것 가지고 전채를 가리려고 하는 이런 태도를 비판한 거고요.

◇ 김현정 / 진행
다들 통하는 게 있네요?

◆ 김풍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많이 알려진 단어인데 설상가상(雪上加霜).

◇ 김현정 / 진행
맞아요. 설상가상도 딱이네요. 올해 경제 위기에다가 여러 가지 위기들 많습니다. 작년에도 기억이 나요. 작년에 자기기인(自欺欺人) 아니었습니까?

◆ 김풍기
나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

◇ 김현정 / 진행
작년에 학력 위조 사건 있었고요. 대선에서도 서로 거짓말 한다 이런 논란들 있었고 해서 자기기인이 뽑혔는데 교수님 항상 관심 가지고 이 올해의 사자성어들 지켜봐 왔으셨을텐데요. 예전 과거 성어들 중에 기억나는 것 있으세요?

◆ 김풍기
쉬운 단어는 딱 떠오르는 거는 우왕좌왕(右往左往)이네요. 2003년도에 선정됐었는데요.

◇ 김현정 / 진행
그때 왜 우왕좌왕이었어요?

◆ 김풍기
그때 워낙 여론이나 이런 것에 너무 많이 정책이 흔들려서 아마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가 하면 2002년이 이합집산(離合集散)이었던 것 같고요.

◆ 김풍기
대부분 정치권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국민들의 생활하고 집결되니까.

◇ 김현정 / 진행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던 적도 있었고. 올해 호질기의까지 다 좋은 뜻의 한자 성어는 거의 없네요.

◆ 김풍기
좋은 뜻의 한자성어가 선정돼야 사실 우리 살기 좋다는 뜻인데요.

◇ 김현정 / 진행
내년에는 이런 사자성어 뽑혔으면 좋겠다? 희망의 사자성어 하나 제시해 주시죠?

◆ 김풍기
역시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용용지지(庸庸祗祗)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서경에 나오는 사자성어인데요. ‘용’자는 ‘중용’할 때 ‘용’자고요. ‘쓸 용’자로도 쓰이는데 뜻은 쓸 만한 사람은 쓰고 곤경 할 만한 사람은 공경한다 이런 뜻이거든요. 말하자면 정부든 어떤 단체는 화사든 간에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보면 정부든 회사든 좋은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가 되고 또 원로가 원로 대접을 받고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자신의 재력에 맡는 일자리도 젊은이들이 찾고 또 자연히 건강한 사회가 되고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 진행
내년에 꼭 그 한자성어로 다시 한 번 인터뷰 해요.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