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앞마당에서, 천막에서 또 경찰차로 연행되면서 500여 일 동안 뿌린 눈물도 참 많았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징이 됐던 이른바 이랜드 사태.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복귀시키면서 카운터로 진열대로 판매사원으로 이 분들 다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거의 한 달이 지났는데요. 다시 만난 고객들, 어떤 기분일까요?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복귀를 한 정미화씨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우선 축하드립니다. 늦었지만.
◆ 정미화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다시 현장에서 일하게 되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 정미화
글쎄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투쟁이 길어지면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때는 정말 내가 저뿐만 아니라 일 할 수 있을까, 그런 어쩌면 못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 김현정 / 진행
어쩌면 안 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했던 계기는 뭘까요?
◆ 정미화
어떻게 보면은 가장 저희가 싸웠던 거는 큰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일터에서 차별 받지 않고 일하게 해 달라는 그런 저희의 투쟁이 정당했기 때문에.
◇ 김현정 / 진행
한 마디로 말해서 너무 억울해서.
◆ 정미화
길어지면서 여태까지 싸운 시간이 또 아깝고 그래서 끝까지 가 보겠다는 그런 오기심도 있었고요. 그리고 저희가 투자라서 투쟁한 건 아니고요. 저희 아들이 그러더라고요. 엄마, 정의는 승리하니까, 아들이 학생인데 그런 얘기가 더 많이 힘이 됐었어요.
◇ 김현정 / 진행
정의는 승리한대 이런 말, 아들이 몇 살이에요?
◆ 정미화
17살, 16살이에요.
◇ 김현정 / 진행
정미화씨는 어느 코너에서 어떤 일 담당하세요?
◆ 정미화
저는 농산 코너에서 판매직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 진행
과일도 파시고 야채 파시는 일 하고 있는 거군요? 출근 첫 날, 1년 넘도록 쉬다가 출근한 그 첫 날, 눈물을 흘린 분들 그렇게 많았다고 그러던데 정미화씨도 우셨습니까?
◆ 정미화
실감은 나지 않고 울었던 거는 마지막 부의원장님이 노래 앞에 나가서 할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지 한 달 여가 됐는데,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 정미화
저희가 매장에서 물론 일하는 파트는 다르지만 표정들을 보면 굉장히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봤을 때 그 전하고는 분위기부터가 표정이 다르다는 것 알았고요.
◇ 김현정 / 진행
어떤 분은 그런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쉬다가 500여 일 일 못 하다가 다시 하니까 예전에 얄밉던 진상 고객들도 반갑더라? 정말 그렇습니까?
◆ 정미화
그런 면도 있고 모든 게 마음이 너그러워졌다고 할까요? 고객님들도 큰 것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사소한 거에, 판매직이 가격을 붙여서 하다보면 가격 붙여야 되거든요. 그러면 라벨지가 다 돼서 기다리면 화를 내시는 분들 있어요. 빨리 빨리 안 되냐고. 시간이 잠깐인데도 불구하고. 역시 저희가 복귀해서도 그런 분들 계셨는데 전에는 밉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해한다기 보다는 그냥 좋게 넘어가는 그런 여유가 좀 생겼다고 할까요?
◇ 김현정 / 진행
따지는 고객도 예쁘군요? 이제는?
◆ 정미화
네.
◇ 김현정 / 진행
마트 앞의 천막에서 농성하는 것하고 지금 하루 종일 서서 과일, 야채 파는 것하고 체력적으로는 어떠세요?
◆ 정미화
저희가 천막에 있을 때는 사실, 작년에는 굉장히 힘들게 투쟁을 했어요. 10시간씩. 텐텐이라고 그래서요. 했는데, 천막 치고 나서는 오히려 이제 투쟁하는게 편해졌다고 할까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니까 힘들지만 그래도 정말 제가 투쟁하고 나서 매장에 복귀했을 때 정말 일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고요. 힘들지만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 행복하다고 할까요? 소박한 일자리지만 너무 소중하다는 것 저희가 알았기 때문에 일하는 것 굉장히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도 10시간씩 서서 판매하시는 거예요?
◆ 정미화
10시간이 아니고 저희가 밥 먹는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저희는 서서 하고 있고 케셔들은 의자가 생겼어요. 저희는 서서 일하고 있어요.
◇ 김현정 / 진행
다리도 퉁퉁 붓고 그러시겠어요? 밤에 들어가면?
◆ 정미화
네. 다리가 제일 아프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그렇죠. 지금 복귀해서 어쨌든 참 행복한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다리 퉁퉁 부은 얘기 해도 좋네요. 지금은 말입니다. 사실 저희가 이랜드 500여 일 동안 틈틈이 연결을 했었어요. 그때 이 분들이 가장 힘든 건 역시 생활 문제다. 다들 내가 벌어야지만 유지가 되는 이런 집안들이 많은데 이렇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간 싸움 되다 보니까. 하나 둘 견디지 못하고 떠나간다 이런 말씀하시더라고요. 떠난 분들 얼마나 되시죠?
◆ 정미화
처음에는 1천 명 정도 했었는데 막판에는 170명 정도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고 그렇더라고요. 그렇지만 집회에 나온 조합원들은 많아야 50명, 50명도 안 되고 30 몇 명 되고 그랬어요.
◇ 김현정 / 진행
결국 타협이 되긴 됐습니다만 간부들은 복귀를 못 하셨어요? 노조의 지도부들은 그만 두는 조건으로 다른 분들은 복귀를 하는 그 분들에게 여전히 미안한 마음 있으시죠?
◆ 정미화
미안하고 단지 그 지도부라는 이유로 복귀를 못 하신 것에 대해서 저는 행복하지만 그 분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곻 아쉽고 안타깝고 그래요.
◇ 김현정 / 진행
지도부 복귀 못 하신 분들 어떻게 살아가신다는지 혹시 얘기 들어 보셨어요?
◆ 정미화
저희가 이랜드하고 분리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야 되는데 마무리 하고 계시기 때문에.
◇ 김현정 / 진행
이랜드 사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징이 됐습니다. 여전히 현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이 시대의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위해서 한 말씀 해 주시죠.
◆ 정미화
일터에서 정말 차별 받지 않고 그 분들이 원하는 것은 일터에서 차별 받지 않고 일하는 그런 마음일건데요. 저희는 그나마 많은 여론의 관심과 많은 분들이 연대해 주셔서 저희는 힘들지만 저는 행복한 투쟁을 했다고 보는데, 정말 알려지지 않고 아직도 싸우시는 분들 많을 거예요. 그 분들한테 제가 끝까지 투쟁하라는 소리는 못 하겠어요. 왜냐하면 저도 힘들게 싸웠기 때문에, 그렇지만 내가 힘들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포기하고 다른데 갔을 때 역시 또 우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 기다리는 건 역시 차별, 고용 불안 그거 밖에 없거든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 있는 분들 많이 계시니까 용기 잃지 마시고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 김현정 / 진행
노래패도 하고 계시다면서요? 비상이라는? 이랜드 그룹 안에서는 아주 유명한 노래패였다고 들었습니다.
◆ 정미화
유명하진 않고요. 제가 노래를 잘 해서 하는게 아니라 매장 일하면서도 이거를 계기로 만나서 공연도 하고 그러는게 어떻겠나 싶어서 만든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아주 특별한 계기로 만든 노래패인데 유지 잘 해 주시고, 여기저기 힘들어 하는 곳마다 다니면서 힘이 좀 돼 주십시오. 오늘 바쁜데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2(금) 정미화 홈플러스 복귀직원 "다리 퉁퉁부어도 행복해"
200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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