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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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목) 엄기환 둔촌고 역사교사 "19c사람이 21c학생에게 교육시키는꼴"
200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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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서울 시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현대사 특강이 시작이 됩니다. 이 특강은 서울시 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겠다, 이런 취지로 마련이 됐는데, 정작 이 특강을 하는 강사들 가운데 보수 인사들이 많이 나오면서 또 다른 왜곡된 시각을 전해주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 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의 생각은 어떨까요? 둔촌고등학교의 엄기환 선생님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오늘부터 서울 302개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하는데 왜 반대하시는 거죠?

◆ 엄기환
일단 저희들이 생각할 때 역사는 사람이나 시기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는 주관적인 학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 자체를 인정하기 보다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야 되는데 현재 교과서 특강은 특정 집단의 가치와 이념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 김현정 / 진행
아직 시작은 안 했는데 어떤걸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습니까?

◆ 엄기환
기존의 교과서 문제라든지, 또는 특강을 하게 된 배경을 보면은 기존의 역사 교육에 대한 문제가 좀 일방적이었다, 라고 평가를 내리면서 조금 더 잘못된 역사 의식을 바로 잡는다, 라는 취지로 계속 설명이 되었었는데, 그 취지가 어떤 전반적인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특정 집단의 가치를 전달해야 된다, 역사 바로 세워야 한다, 라는 것이 중립적인 입장이라기보다는 어떤 특정한 이념이 우선돼야 한다, 라는 성향이 강하다는 거죠. 기존에 주장되었던 배경이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이었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 라는 전제 조건이 깔려 있기 때문에 아직 특강은 안 했지만 좀 시각이 왜곡됐을 수도 있다, 라고 우려를 하시는 군요?

◆ 엄기환
네. 이 주장을 가운데로 바로 잡아야 된다, 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가운데 라고 하는 게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위치가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저희들이 바라보기에는 그게 한쪽 끝에서 바라보는 가운데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이게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건데? 아이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거예요? 교과서하고 다른 내용들도 나간단 얘기잖아요? 오늘 특강에서?

◆ 엄기환
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다양한 견해에 대해서 찬반 의견을 검토하면서 자기들의 판단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방식을 보면은 기존 주장이 잘못 됐으니 자기들 주장을 받아들여야 된다. 즉 어떤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상대적으로 배제된 채 학생들 생각을 결정할 수 있는 그런 방법론적인 고민이 빠져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강사진들은 어떤가요? 145명을 발표했는데 보니까 보수계 인사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영화 평론가, 의사도 있고, 성교육 상담가도 있고 다양하네요?

◆ 엄기환
그런데 이 특강의 제목이 물론 겉으로는 ‘올바른 국가관 형성’이라고 하는 그런 식으로 포장은 돼 있지만 기존에 계속 나왔던 주장을 보면은 현대사 특강이라는 제목 하에서 ‘역사 바로잡기’ 성격이 강하다고 봅니다. 거기에 면면을 보면은 실제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많지 않다, 라고 저희들이 보여지고 있고요.

◇ 김현정 / 진행
비전문가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보시는 거군요?

◆ 엄기환
그렇죠. 거기에 이제 그런 비판들이 제기가 되니까 조금 더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참여를 했지만 기본적인 성격이 변화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302개 고등학교가 신청했다는 거는 강제는 아닐 거 아니에요. 많은 학교에서 공감을 하고 신청한 것 아닙니까?

◆ 엄기환
그 신청 과정에 대해서는 저도 조금 더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을 텐데요. 문제는 이게 교육청에서 주도를 하고 있다는 거죠. 교육청에서 결정을 하고 예산을 배정을 하고 결정 과정을 보고해 달라고 했을 때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지시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라기 보다는 상부청에서 준비하고 기획하니까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교육 현장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불이익이 올 수도 있군요?

◆ 엄기환
그런 부담을 가지고 있죠. 아무래도.

◇ 김현정 / 진행
선생님 가르치고 있는 학교에서는 오늘 강의를 안 하나요?

◆ 엄기환
네. 오늘은 하지 않고,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라는 정도로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역사 담당하는 사람들끼리도 네트워킹 돼 있을 텐데요. 기존에 역사를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이번 특강, 지금까지 잘못 가르쳤으니까 바꾸겠다는 특강에 대해서 역사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더라고요?

◆ 엄기환
잘못 됐다, 라고 하는 게 어떤 기준에서 바라봤을 때 잘못 되었는지 먼저 평가가 필요합니다. 저희들의 경우에는 사실 그 이전에 이 역사, 라고 하는 과목이 과연 우리가 제대로 내용을 담고 있고 제대로 가르쳤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잘못된 과정들을 수정해 나가고 있고 계속 고민하고 있는 과정인데, 그런 고민의 과정을 생략하고 또 지금까지의 노력하는 모습들을 배제해 버리고 이제는 이 길이 옳으니까 이쪽으로 가야된다, 라고 저희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면 저희들은 또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거죠. 과거에 그런 식의 역사 교육에 대해서 많은 적외감 느꼈고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을 했는데 지금에 와서 또다시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라고 하는 건 저희들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문제이고.

◇ 김현정 / 진행
과거라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엄기환
저희들이 70년대 이후에, 70년대 80년대에 그런 경향이 굉장히 강했었죠.

◇ 김현정 / 진행
군부 독재 시절에...
선생님은 전교조 소속이십니까?

◆ 엄기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전교조가 이 특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 한다든지 이런 적극적인 계획 세우고 있나요?

◆ 엄기환
제가 뭐 직접 거기에서 활동, 이 일에 담당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 김현정 / 진행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은 아니시지만.

◆ 엄기환
이 일에 대해서 직접 담당자는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계속 문제의식을 지금 공유하고 있고 그리고 필요한 성명서도 발표를 했었고 그리고 오늘 같은 경우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의견 개진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지금 조심스럽게 말씀하십니다만 굉장히 역사 교사로서 자괴감 많이 느끼고 씁쓸한 생각 가지고 계신다, 이런 느낌이 드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엄기환
제가 한 마디만 더 말씀을 드릴게요. 저희 학생들이 여기에서 지금 교육 주체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완전히 배제가 됐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한 개체로 됐다는 거죠. 학생들의 사고 능력 같은 것들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교육 시켜야 되는 대상이다, 라고 하는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낡은 생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19세기 사람들이 21세기 학생들에게 교육 시키겠다, 구태의연한 현장에서 흔히 쓰는 표현인데요. 그런 방식이 또 한 번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 강하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