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1월 11일이었습니다. 금강호가 1,40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동해안을 떠나서 금강산에 도착했죠. 당시 대단했습니다. 전 세계의 시선이 모아졌던 대 사건이었는데요. 오늘이 2008년 11월 18일, 꼭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0년 동안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인원은 195만 6000명이고요. 단순한 관광 이상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금강산 바라보고 있으면 좀 아프죠. 금강산 관광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에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게 언제 재개될 지 답답한 심경인데요.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과 전망을 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10년 전 그 날 대단한 사건이었죠, 기억나십니까?
◆ 이봉조
네,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 김현정 / 진행
금강산 관광 10년을 이어왔다는 것, 관광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봉조
우리 국민들이 금강산을 어떻게 과연 생각하고 있었을까, 저는 어떻게 본다면 꿈속에서라도 한 번 가고 싶은 곳이 우리 금강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DNA가 녹아있는 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가장 먼저 금강산을 가고 싶다, 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10년 전에 이루어졌던 금강산 관광이 성사된 것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이 정말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단순한 관광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는 사건이었어요?
◆ 이봉조
그렇습니다. 그래서 10년 동안에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걸 모두 슬기롭게 극복하고. 특히 서해교전, 연평해전, 북한 핵 실험, 그 와중에서도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의 상징적 사업이자 평화의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해왔고.
또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소, 남북회담,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행사를 벌릴 수 있는 공간, 이런 것들로 그동안에 활용이 되어 왔고. 금강산 관광 자체도 단순한 관광에서 여러 가지로 휴양, 레저 이런 것들을 겸하는 쪽으로 발전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게 지난 여름인데요. 먼저 우리 측이 박왕자 씨 피격사건의 진상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중단하겠다, 이렇게 말을 했고. 북한에서는 금강산 체류 중인 남측 인원 철수를 먼저 해서 맞대응을 했습니다. 이러면서 중단이 된 건데, 이게 결국 누구를 탓해야 하는 문제입니까, 이 중단 문제?
◆ 이봉조
남북관계의 상황 속에서 보면 가끔씩 이런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저는 이것을 일종의 우발적 사건이라고 규정을 해야 할 것 같고요. 사실은 금강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매뉴얼을 갖고 있었어야 하고, 아마 이런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도 또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것을 빠르게 해결하고 관광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겠다는 그런 지침 같은 것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것은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금강산 관광은 재개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입장에서 보면.
◇ 김현정 / 진행
재개가 중요하다?
◆ 이봉조
네, 재개를 하기 위해서는 제 생각에는 중단된 걸 풀면 됩니다. 그래서 그 결정은 결국 우리의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 부분을 제가 질문을 드리려고 했던 건데요. 가장 궁금한 게 과연 재개가 될 건가, 재개는 어떤 식으로 시킬 수 있는가, 그 해법이 궁금했는데, 우선 우리 측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된다는 말씀이시네요?
◆ 이봉조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중단 결정을 우리가 했기 때문에.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재개를 하기 위해서는 진상조사가 돼야 하고 신변안전보장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지금 달려 있는 것이죠.
그런데 좀 냉정하게 이야기를 해 본다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 것을, 과거 7월 달에 우리가 언급했던 대로 진상조사라든지 신변안전보장, 이런 것들이 남북 당국 간 협의에 의해서 이뤄진 다음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자는 거죠.
일단 재개를 하면서, 아니면 재개를 전제로 하되, 우리는 재개하겠다, 그러나 그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 이런 식의 접근을 하든지.
아니면 지금 말씀하신대로 조금 더 나아가서 그냥 금강산 관광을 특정한 계기에, 우리는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이라는 것을 현실화시켜 나가고 구체화 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관광을 재개한다, 다만 관광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보다 안전한 관광, 보다 자유로운 관광이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식으로 해서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서 협의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서 재개를 해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사실 지금은 피격 사건 당시보다 훨씬 더 남북관계가 복잡해져서요.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지 않습니까. 지난주에는 북한 적십자사가 남북을 잇는 판문점 전화를 37년 만에 끊었고요. 개성공단 사업도 중단하겠다, 이렇게 엄포까지 놓은 상태인데, 이렇게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한다고만 해서 풀릴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상황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 이봉조
지금 남북관계에 몇 가지 현안들이 계속 얽혀져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 문제만 이것을 딱 빼내서 생각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요. 이런 것들이 다 동시에 논의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남북 간에 만약에 이런 것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나 기회가 마련된다면, 조금 더 고위급에서 남북 간 접촉이 있어서.
몇 가지 문제들이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 문제가 있고, 전단 살포 문제가 있고, 개성공단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 출입 제한 문제도 있고 그것이 원인이 되었던 문제가 개성공단 기숙사 문제였기 때문에, 기숙사 문제 등 몇 가지 현안들이 같이 논의되고 같이 풀려야 하지 않겠느냐.
◇ 김현정 / 진행
일단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테이블 위에 이 문제들 다 놓고서 일괄 타결하는 이런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 이봉조
제일 중요한 게 지금 말씀하신대로 대화의 문을 여는 겁니다. 특히 지금 우리가 새로운 남북관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도 대화의 장은 꼭 필요한 것 같고.
또 미국에서 지금 대통령 선거가 있고, 미국의 앞으로 대외정책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북한과의 대화의 창구가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열리는 것이 이러한 정세 변화에도 우리가 대처하는 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정부 측에서는 북한이 안 열고 있다, 우리는 항상 준비가 돼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 이봉조
그런데 좀 그 부분에 대해서 북한 측의 반응은 좀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오히려 말보다는 대화가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인도적 지원 문제라든지 전단 살포 문제 등을 중단하는 것, 이런 문제는 북한하고 대화가 필요 없는 부분들이거든요. 우리가 결정해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우리가 결정해서 하고.
그리고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여러 가지 일들, 이런 것들을 조금씩 자제해 나가는 것을 우리가 행동으로 우선 보여주고, 그런 과정에서 대화의 여건 조성, 대화가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8(화) 이봉조 전 통일부차관 "금강산관광 먼저 재개한다음 당국협의해야"
200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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