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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목) 심상정 진보신당대표 "노무현 정권,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 썼다"
2008.11.20
조회 257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제는 한미 FTA입니다. 이미 한 차례 서로 글을 주고받았고요. 어제 다시 심상정 대표가 개인 블로그에 재반론을 올렸는데요.

지난 밤 사이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기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지금 관심이 뜨겁습니다. 찬반 논쟁도 벌어진 상태인데, 전직 대통령에게 왜 토론을 제안하게 됐는지 심상정 공동대표 얘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우선 가장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 지금 당장 급한 건 FTA 비준은 어떻게 할 건가, 재협상 요청하면 어떻게 할 건가, 이 문제인데. 왜 현 정부 인사가 아닌 전직 대통령과의 토론을 먼저 제안했느냐, 이 부분입니다.

◆ 심상정

많은 분들이 번지수가 잘못됐지 않았냐, 이런 지적도 하신 분들을 봤는데요. 잘 아시다시피 한미 FTA는 이제 우리 국가경제의 방향을 규정하고 또 국민들에게 먼 미래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걸 계속 살려갈 거냐 아니면 오바마 시대를 맞이하면서 부담을 줄이면서 버리고 갈 거냐를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되는데요.

한나라당이 맹목적으로 조기 비준을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태에서 이걸 막아낼 힘이 필요한데, 그런데 야당은 사분오열 돼 있고 국민들의 관심도 아직은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힘을 모으려면 방향이 통일돼야 되죠.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기왕에 지난 번 민주주의 2.0을 통해서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밝히시고 개인 의사를 표명하셨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토론이 또 한미 FTA를 추진하신 분이고요. 그래서 이 토론이 야권의 힘을 결집시키는 어떤 방향 정립을 위해서 매우 유효하다고 판단을 했고요.

또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토론하면 또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한미 FTA 전략에 대란 국민들의 뜻을 모아가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겠나, 그래서 지금 왜 이명박 정권을 공격 안 하고 왜 노무현 정권을 공격하느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힘을, 야당을 결집하고 또 국민들의 뜻을 모으는, 아주 의미 있는 토론이 될 거라는 믿음 때문에 제가 그런 제안을 한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두 번째 이유 그러니까 국민들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이해가 되는데. 첫 번째 이유 즉 한 방향으로 뜻을 모아서 여권에 대결하는 어떤 그런 이유로 지금 토론을 하신다,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은 재협상을 통해서 반드시 성사시키자는 입장이시고, 심상정 대표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 아니신가요, 전혀 다른 입장 아니신가요?

◆ 심상정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는 입장 차이가 있는데요. 문제는 지금 이명박 정권을 견제해야 될 가장 중요한 위치에 민주당이 있는데 민주당은 사실 한미 FTA를 추진했던 선행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까. 한미 FTA는 비준을 하긴 하는데, 선대책 후에 비준하자는 옹색한 처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FTA 추진을 강행하셨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토론을 통해서 이미 미국금융위기와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이, 한미 FTA 추진 방향이 결코 우리나라가 살 길이 아님을 분명히 해줬기 때문에, 저는 보다 근본적인 한미 FTA가 과연 바람직하냐 아니면 폐기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오히려 야당 내에서도 야권 내에서도 원점에서부터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분이 다시 반성을 하고 입장을 바꿔주면 좋겠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사실은 그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만들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어쨌든 어떤 취지로 토론을 제안하신 건지 알겠습니다.

◆ 심상정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뭐 입장을 바꾸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두 차례의 토론 과정에서 변화하는 정세, 정세 변화에 따라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계시고요. 저는 더 근본적으로 과거 정권이 추진했기 때문에 이 한미 FTA는 스스로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만, 조금 더 변화하는 지금 시대에 과연 타당한가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야당도 그렇고 국민들도 한미 FTA 폐기 전략에 힘을 모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오고 간 글들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지금 심 대표가 뭘 지적했고 노 전 대통령이 무슨 반박을 했냐 궁금해 하실 텐데요. 핵심만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심 대표께서는 “나는 개방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방은 반대하고 한미 FTA가 바로 그 무분별한 개방이다” 이렇게 지적을 하셨죠. 이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 심상정

한미 FTA를 반대하면 지금 세계화 시대에 개방을 반대하는 게 말이 되냐, 쇄국정책 하자는 얘기냐, 이렇게 정부가 그동안 비판을 해 왔어요. 그런데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나라는 우리 체급을 넘어서는 과도한 개방 상태에서 오히려 이런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그동안에 개방하면서 개방의 이익이 특정 세력에 편중되면서 양극화를 낳은 아주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보거든요. 우리나라는 오랜 통상독제 때문에 통상 무역으로 득을 보고 손해를 보는 부분들을 내부적인 협상을 통해서 조정하는 절차들이 전혀 지금 마련돼 있지 않아요. 다른 나라는 통상 절차법이나 이런 걸 통해서 국가 간 협상 못지않게 국민들 내부의 협의 조정 과정 중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예 개념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개방이 계속되다 보니까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 두 가지가 개방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을 한 것이고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반박을 하시더라고요. 시간이 짧아서 제가 노 전 대통령의 반박도 소개를 하자면 개방을 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 심상정

개방 자체를 반대한 적 없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물론 개방으로 어려움에 빠진 곳, 양극화가 심화된 곳이 있긴 하지만 예를 들어서 농업이나 재래시장 같은 곳이요. 이건 개방이 아니었어도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있었을 분야다, 말하자면 대형마트가 등장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반박을 하셨더라고요?

◆ 심상정

구조조정이 당연히 필요한 분야가 있을 것입니다. 그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생각은 그 구조조정으로부터 피해를 크게 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피해 대책을 충분히 제시하고, 정말 책임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그 전략에 따라서 개방이 필요하면 개방을 해야 되는 것이지.

개방이라는 외부 충격을 통해서 일거에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것은 그 산업을 파괴하고 실업을 늘리는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구조조정 자체가 완전히 필요 없다 이런 것이 아니라, 산업 재편을 위해서 필요할 수도 있는데, 그런 국내적인 조건과 그 중에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아주 구체적이고 치밀한 전략 속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된다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한 번에 문을 여는 것은 좀 위험하다는 발상이신데요.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내가 한미 FTA를 추진했다고 해서 지금 심 대표가 신자유주의라고 지적을 하는데, 개방에 적극적이라고 다 신자유주의 정부는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말하는데, 나는 복지나 사회적인 약자를 위해서 지출을 늘린 큰 정부를 지향해 왔다, 이렇게 반박을 하시더라고요?

◆ 심상정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약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시고자 했다는 점은 저는 그러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난 노무현 정권의 주요 굵직한 정책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에.

◇ 김현정 / 진행

굵직한 정책, 줄기는 그랬단 말씀이세요?

◆ 심상정

네,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고 보고요. 예를 들어서 한미 FTA가 그렇고 비정규직법이 그렇고. 한미 FTA로 이어지는 금융허브정책이라든지, 또 그에 따른 자본시장통합법 같은 여러 제도들이 그렇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저는 작은정부라고 얘기하셨는데, 초기에 신자유주의를 그렇게 규정한 분들도 있습니다만, 지금 IMF 이후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개방과 규제완화, 민영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가 바로 그 신자유주의 내용의 핵심이다.

그리고 일반 개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을 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신자유주의적 개방의 가장 전형으로 꼽혀있는 것이 미국식 FTA라는 것이고요.

이 미국식 FTA는 미국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하는, 단순히 관세를 낮추는 무역협정이 아니고 미국의 제도를 우리나라에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불평등 조약이기 때문에 이런 미국식 FTA를 추진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의 핵심적인 증거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증거로 FTA를 드신 거고, 노 전 대통령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전체적인 것을 봐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두 분의 충돌 일어나는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사실은 정책이 워낙 많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 입장도 시원하게 들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부득이하게 제가 대신 반론을 전하면서 진행을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이번에도 노 전 대통령이 답변을 하실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글을 올릴 생각이세요?

◆ 심상정

한미 FTA 추진 당사자시고 지금도 블로그에서 정치현안에 대해서 입장 제기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와의 생산적인 토론이 한미 FTA 전략을 제대로 마련하는데, 방향을 제대로 잡는데 유의미한 토론이 될 거라고 보고요. 이런 관행이 잘 자리 잡는다면 우리나라 정치발전과 민주주의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