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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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목) "운동학생 인권피해 실태" 학부모+인권위 문경란 상임위원
200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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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 운동선수 가운데 10명 중 6명이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 어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나온 충격적인 조사 결과입니다. 성폭력 사실은 잘 안 드러났던 부분인데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니요. 어떻게 된 일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어서 저희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학생의 아버지 한 분을 어렵게 섭외했습니다. 익명으로 모셔보죠.

◇ 김현정 / 진행

피해 학생이 아들인가요, 딸인가요?

◆ 익명 학부모

딸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어떤 종목을 합니까?

◆ 익명 학부모

양궁을 했었어요.

◇ 김현정 / 진행

몇 년 간이나 했나요?

◆ 익명 학부모

한 5년 정도 했죠. 지금 중학교 2학년이니까.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을 해서.

◇ 김현정 / 진행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당한 건가요?

◆ 익명 학부모

저희 아이는 성폭력은 아닌데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 언어폭력, 이런 유형의. 초등학교 때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올라가는 상급 학교 진학하는 과정에서 한 1년 여 동안 선배로부터 가혹한 구타와 폭언으로 인해서 아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그러다가 약을 먹게 됐어요.

◇ 김현정 / 진행

음독을 시도했다는 얘기, 자살을?

◆ 익명 학부모

네. 그런 과정들이 사실은 그 행위를 통해서 신경과 치료를 받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죠, 왜 그렇게 됐었나를.

◇ 김현정 / 진행

선배로부터 당한 폭력, 폭행, 폭언, 이런 것들. 왜 어른들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하나요?

◆ 익명 학부모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사려도 깊고 저한테 한 두 차례 얘기를 했었는데 이유가 없이 그냥 운동이 하기 싫다고 하는 그런 말 한 마디 하니까, 부모가 운동하는 학생들이 운동하기 싫다고 하면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선배로부터 혼이 났다고 하면 운동선수라면 그 정도 감수하겠지 라고 하는 그런 관례적인 생각들을 저도 했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하기 싫어서 그러는구나, 먼저 그렇게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 익명 학부모

네, 네.

◇ 김현정 / 진행

어디 멍이 들어오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까?

◆ 익명 학부모

그런 건 제가 확인을 못 했기 때문에 몰랐었는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머리채를 잡고 정강이를 발로 툭툭 걷어차는, 그 다음에 양궁을 그만 두라고 하는 선배의 종용, 이런 거에 의해서 아이가 많은 시달림을 당했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양궁이면 그렇게 심한 폭력이 있는 종목으로 안 알려져 있었는데. 지금 딸 아이 상태는 어떤가요?

◆ 익명 학부모

인권위원회에 부탁을 많이 했었죠. 아이가 피해를 입고서는 양궁을 올 3월 달에 그만 뒀어요.

◇ 김현정 / 진행

결국 그만뒀군요.

◆ 익명 학부모

그러다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 아이가 동급생 친구를 두 차례 걸쳐서 폭행을 했었어요. 그래서 아 이게 문제가 심각하구나, 자기가 받은 걸 그대로 되갚아 주는.

◇ 김현정 / 진행

아, 딸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폭행을 했다고요?

◆ 익명 학부모

네. 그래서 인권위원회에 제가 부탁을 드렸죠. 우리 아이가 운동을 했는데 자기가 피해를 입고서 그와 같은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라고 부탁을 드렸죠. 그래서 심사를 거쳐서 협의 하에 저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청소년예방재단이랑 인권위원회에서 나서주셔서 두 달에 걸쳐서 굉장히 신경 많이 써 주셨죠. 치료를 받고 이제 많이 좋아져서, 그 치료가 끝날 즈음해서 저희 아이가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 김현정 / 진행

시작을 했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인터뷰 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해 학생의 부모를 만나봤습니다.

이번에는 조사를 담당한 국가인권위의 문경란 상임위원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문경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 진행

제가 지금 좀 극단적인 경우를 소개한 건 아닌가요,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하는데?

◆ 문경란

흔치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사안도 아니고요. 아이들이 어떤 비슷한 경험과 심리적 정신적 많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성폭력까지 갔다, 앞에 있는 학생은 그 정도까지 간 학생은 아니었는데. 성폭력을 경험한 학생이 10명 중 6명, 솔직히 믿어지지 않는 수치인데?

◆ 문경란

이건 조금 나눠서 보셔야 하는데요. 흔히 성폭력이라고 하면 강간을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언어적 성희롱부터 성추행까지 폭력의 연속 상에서 통계를 냈고요.

실제로 언어적 성희롱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크게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인생의 행로 결정하는데 아주 충격을 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학생 선수들이 겪은 성폭력을 보면 아주 다양하고요.

◇ 김현정 / 진행

어떤 식인지 대충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문경란

언어적인 것에서부터 고의로 예컨대 몸을 보여준다거나.

◇ 김현정 / 진행

몸을 보여줘요?

◆ 문경란

네, 아이들 앞에서 옷을 벗고요. 아니면 학생 선수들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허락 없이 만지기도 하고. 또 성관계를 강제로 요구하기도 하고. 옷을 벗으라고 한 적도 있고. 실제로 강간을 당했다고 한 경우도 11건이나 됐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주로 가해자는 선배, 교사,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문경란

실제로 코치나 감독보다는요. 선배나 친구들 또래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요.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실제로 성관계를 강제로 한 경우는 선후배 사이가 더 많았어요.

◇ 김현정 / 진행

여학생들 피해가 더 크겠군요?

◆ 문경란

놀라운 사실은요, 남학생이 피해를 당한 경우도 참 많다는 점이었어요. 항목별로 보면, 성관계를 요구 받았다, 그래서 실제로 강제로 했다, 이런 대답인 경우는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오히려 더 많았고요. 아마도 합숙소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저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남학생들이 성폭력을 경험한 게 더 많았다?

◆ 문경란

실제로 저희 법에는 남성간의 강간은 성립하지 않는데요. 실제로 성폭력이라고 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요, 그러니까 피해자가 자기 스스로 결정한 것인가 아니면 강제한 것인가 그 측면에서 그런 개념을 도입해서 조사를 한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래서 남성 간 성폭행에 대해서도 성폭행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 법안이 발의가 된 상태라고 그러죠?

◆ 문경란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법으로 제정되진 않았고요.

◇ 김현정 / 진행

이 학생들이 항의하긴 어렵나요?

◆ 문경란

항의를 할 경우 불이익을 받습니다. 운동을 계속하기 어렵고요. 특히나 성폭력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요, 보통의 범죄는 가해자가 비난을 받지 않습니까. 그런데 성폭력 같은 경우는 피해자가 혹시 자기가 뭘 잘못한 것 아닐까, 그런 어떤 비난을 받기 때문에 드러내기도 어렵고요.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문제를 드러내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관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에 앞의 학부모님 같이 도움을 받은 경우는 실제로 저희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하셨습니다만, 말을 하면 그만 둬라, 안 키워 주게 되고요.

◆ 문경란

비난을 받게 되고요.

◇ 김현정 / 진행

대부분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 현실에서는 운동만 계속했던 학생들이기 때문에 운동부에서 쫓겨나면 할 일이 없어지는, 갈 길이 없어지는 이런 상황, 대안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 문경란

그렇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성폭력 외에도 수업을 거의 공부를 못 한다든지 아니면 폭력에 굉장히 노출이 많이 됐는데요. 저희는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을 권리,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에요. 우리나라 헌법에도 있고 교육기본법에도 명시돼 있고요. 그리고 폭력이나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사실 이런 선진화된 사회에서 부끄러운 현실이거든요. 당장 현실적으로는 운동선수들에 대해서 보충 수업을 강화하고요.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 김현정 / 진행

일단 공부를 시키는 것부터 중요하다고 보시는 거군요?

◆ 문경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고요. 그러다 보면 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것도 감내하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본적으로 일정 정도의 수준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최저학력기준제, 인증제를 도입해야 하고요.

그리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메달 경쟁을 시키는 전국소년체전, 이런 것들을 일종의 스포츠 축제 같은 걸로 바꾸어야 하고요. 그리고 합숙소 개선돼야 합니다. 아까 폭력이나 성폭력 같이 많이 노출되는 것도 그런 공간적 특성이 많거든요.

저희 인권위는 학부모, 지도자, 학생 선수들,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많이 했는데요.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하고요. 인권 가이드라인 같은 걸 만들어서 현장에서 직접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