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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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금) 장하준 캠브릿지대 교수 "정부 통화정책 이미 실효성 잃어"
200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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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000선이 무너졌고, 환율은 1,500원 직전까지 갔습니다. 오늘이 마침 IMF 11주년이 되는 날이어서요. 조금 더 우울한데 3주 전에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하면서 금융 위기의 급한 불은 꺼진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 효과가 한 달이 가지 않았네요. 당시에 한미 통화 스와프가 ‘폭풍 치는데 우산 하나 받은 격이다’ 이렇게 말을 해서 논란이 된 분이죠. 영국 캠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 오늘 다시 연결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제 우리 증시와 환율, 상당히 안 좋아졌습니다. 어제 정황은 어떻게 보시나요?

◆ 장하준

지난번에 표현한 대로 지금 폭풍우가 계속 치고 있는 거죠. 지금 특히 미국 경제가 거의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 주식 시장, 물론 우리 자체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이런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에 투자했던 선진국 자본이 자기네 본국에서 워낙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돈을 빼가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주식을 파니까 그 돈을 갖고 나가려면 달러나 외화를 사야되고 그런 과정에서 환율이 치솟는 거고요.

◇ 김현정 / 진행

20일 전,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전, 그 상황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거다, 말하자면 한미 통화 스와프는 20일 동안 약발 끝났다고 보십니까?

◆ 장하준

그래서 제가 폭풍우의 우산이라고 표현했던 건데요. 워낙 그런 300억불 이런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했던 거죠.

◇ 김현정 / 진행

지난번에 교수님이 출연해서 폭풍 치는데 우산 하나 받아쓴 셈이라는 말씀을 하시고 나서 굉장히 논란이 컸습니다. 바로 다음날 정부는 이게 무슨 말이냐, 한미 통화 스와프는 주한 미군의 방패 같은 역할이다, 이렇게 반박을 했는데요. 어떻게 들으셨나요?

◆ 장하준

적절치 않은 비유죠. 왜냐하면 예를 들어 한국에 미군이 주둔해서 적이 쳐들어 와서 한 명만 죽어도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지만, 한국 통화에 대한 공격이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진 않거든요. 차원이 다른 문제이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외부 세력으로부터 상징적인 방어막은 되지 않겠느냐는 건데요. 미국이랑 우리가 이렇게 연결이 돼 있으니까.

◆ 장하준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외부의 투기 세력이 공격을 해가지고 다치는 건 우리나라 원화고, 군인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북한이 공격해서 미군이 죽으면 그건 미군이 죽은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하는 당사자,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차원의 문제가 아니죠.

◇ 김현정 / 진행

비유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말씀이시네요.

◆ 장하준

그게 우리나라하고만 딱 체결한 거라면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브라질, 멕시코를 비롯해서 많은 나라와 한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뭐 특별히 예를 들어 환투기 세력이 “와, 한국은 미국이 봐주는 나라니까 건드리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할 이유가 없죠.

◇ 김현정 / 진행

그렇다면 지금 실물 경제 위기는 시작된 거라고 보십니까?

◆ 장하준

그렇죠. 지금 미국, 영국을 비롯해서 계속 선진국들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그 여파에 휩쓸려 가지고 유럽의 작은 주변부 국가들이나 남미 국가들이 계속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도 높고 자본 시장도 개방돼 있기 때문에 실물에 대한 타격이 굉장히 클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주가 지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까?

◆ 장하준

더 떨어질 수 있겠죠? 아직... 글쎄요... 주가는 워낙 심리적인 요인도 강해서, 너무 고평가 됐다, 너무 저평가 됐다, 그런 상황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정도면 그렇게 또 고평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근에서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고, 전 세계적으로 상황이 어려워지면 더 떨어질 수도 있겠죠.

◇ 김현정 / 진행

지난번에 출연하셨을 때 사실은 1000 이하로 떨어지는 건 상당히 비정상적인 상황인데,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말씀을 하셨단 말입니다.

◆ 장하준

비정상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지는 않고, 제가 볼 때는 1,000 부근이 대략 맞는 수준 같은데. 지금 그런 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워낙 상황이 전례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옛날에 세계에서 제일 큰 자동차 회사였던 제너럴 모터스가 3주 안에 망한다는 얘기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 김현정 / 진행

‘미네르바’ 라는 논객이 있는데요. 이 사람이 얼마 전에 주가가 500까지 갈 거고, 부동산 시장이 반 토막 날 거다, 이런 분석 글을 써서 갑론을박이 시끄럽습니다. 이렇게 갈 수도 있을까요?

◆ 장하준

글쎄요, 저는 그러한 자세한 자료 분석은 해본 적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 간다, 못 간다는 말은 못 하겠고요. 하지만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지금이 전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할 때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 김현정 / 진행

환율이 또 걱정입니다. 어제 1500선 근처까지 갔는데, 1500선이 깨지게 되면 상당히 위험한 것 아닌가요. 그 위로는 활짝 뚫려있는 상황이란 말들 많이 하던데요?

◆ 장하준

글쎄요, 지금 뭐, 이전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죠. 이제 개입해 봤자 다시 옛날 수준으로 돌릴 수도 없을 거고. 제 생각에는 차라리 이런 걸 계기로 해 가지고 장기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을 과연 이렇게 열어 놔도 되는가,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다시 문을 닫아서 외국 투자 자본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 장하준

그렇죠. 미국이나 유럽이나 일본 같이 자기네 통화가 기축통화인 나라들은 자본 시장을 열어놔도 별 관계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잖아요.

◇ 김현정 / 진행

제가 그 질문도 기재부 분 나오셨을 때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분하는 말씀이 이제 와서 다시 열었던 문을 닫게 되면 국제적인 신용도가 추락하게 된다, 그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하시던데요?

◆ 장하준

첫째로 지금 상황이 미국, 영국까지 나서서 다시 규제해야 된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물론 하루아침에 갑자기 우리만 할 수는 없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그러한 여론을 몰아가는데 한 역할을 하면서 그걸 추진해야 할 거고요.

◇ 김현정 / 진행

그게 시급하다고 보시는군요?

◆ 장하준

그렇죠. 설사 단기적으로 그런 타격을 받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놔두면 또 5년, 10년 후에 또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면 그 비용을 또 치러야 되기 때문에, 차라리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 안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단기적으로 좀 얻어맞더라도 하는 게 이익이죠.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환율은 더 올라갈 개연성도 있다고 보십니까?

◆ 장하준

그럴 수도 있겠죠.

◇ 김현정 / 진행

은행 문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BIS 비율이 하락하면서 국제신용평가회사에서 장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악재들을 맞고 있는데, 이것도 예상하신 결과인가요?[BestNocut_R]

◆ 장하준

그렇죠. BIS 비율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자산 대비해서 대출할 수 있는 비율을 정해주는 건데. 예를 들어 자산이 100만큼 있으면 대출은 1,250만큼 할 수 있다든가 이런 식으로 그 비율을 정해주는 건데. 문제는 경기가 안 좋으면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서 자기네 가지고 있는 자산 규모가 줄어들면서 BIS 비율이 자동으로 내려가게 돼 있거든요. 그러면 은행은 대출을 안 줄일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경기가 하강이 되고. 또 그 과정에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BIS 비율은 더 떨어지고.

이거 저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외국 전문가들도 계속 BIS 가지고 얘기할 때 논란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호황 때는 반대로 거품을 조장하는 면 있고. 이걸 자체를 바꾸어야 해요. 은행들이 물론 조금 잘못해서 BIS 비율이 내려가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산 가격이 떨어져서 그런 거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어떻게 바꿀 수 있나요?

◆ 장하준

그것도 국제적인 규약을 바꾸어야죠. 그리고 정 급해지면 우리나라만 나서서, 우리나라는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앞으로 2년 동안 BIS 비율을 중지하겠다, 이게 국제적 협약도 아니거든요, 권장 사항이지.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그 BIS 비율이라는 건 은행이 얼마나 튼튼한가를 보여주는 지표 아닌가요?

◆ 장하준

일리가 있는 지표죠. 문제는 뭐냐 하면, 개별 은행 입장에서 봤을 때는 BIS 비율을 따라서 경기가 안 좋을 때 돈을 안 빌려주고 틀어쥐고 있는 게 맞는 거지만, 전체적인 경제 전체 입장에서 볼 때는 그렇게 하면 다 같이 피해를 보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또 한 가지는 정부에서는 어쨌든 은행들이 이렇게 어려워지니까, 시중 은행들 M&A 하고 구조조정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나서야 할 시기라고 보십니까?

◆ 장하준

지금 당장은 조정해야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 현재는 또 감원하고 나면 실업자 많이 생기고 경기가 더 얼어붙지 않겠어요. 아주 미묘한 판단이죠. 어느 지점에 얼마만큼 해야 한다는 말을 하긴 힘들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좀 도덕적 해이, 방만 경영했던 것 아니냐, 이번 기회에 정리를 좀 하고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 장하준

옛날에 공적자금 투입한 것 가지고 잘 지냈죠... 문제가 많이 있었는데. 정리할 건 필요하지만 과연 어느 규모로 어느 시기에 정리하느냐는 또 전체 경기하고도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 김현정 / 진행

지금 당장은 반대한다?

◆ 장하준

네, 그렇게 당장 해야 한다는 건 뭐... 하려면 미리 했어야죠, 경기가 좋았을 때. 그런데 지금 한다는 건 나름대로 위험이 있고. 그런데 상황이 급박해 지면 그런 걸 감수하고라도 할 수도 있을 거고. 어려운 판단이죠.

◇ 김현정 / 진행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하면 우리 청취자들이 불안해하십니다. (웃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 어떤 조치부터 취하는 게 좋겠다는 대안도 제시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 장하준

글쎄요. 제가 보기엔 단기적으로는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정부 지출을 늘려서 경기 부양 하는 건데, 그것도 지금 정부에서 하는 것 보면 어떤 서민들보다는 돈 많은 사람들 그걸 자꾸 풀어 주니까. 그게 정치적으로 문제도 되고 그러는데. 지금 재정정책 외에는 별로 쓸 수 있는 게 없죠.

금리 같은 것도 좀 내릴 수 있지만 지금 돈이 안 도는 게 돈이 비싸서가 아니라 다들 불안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금리, 통화 정책은 이미 실효성이 없어졌고.

◇ 김현정 / 진행

통화정책은 실효성이 없어졌다고요?

◆ 장하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아니 지금 다른 나라도 그렇잖아요. 영국이고 미국이고 전례 없이 이자를 막 깎는데, 돈이 계속 안 돌거든요. 물론 안 깎는 것보다 낫겠지만. 지금 통화정책은 거의 무력화 된 상황이고. 재정정책을 잘 해야 하는데 그것도 쓸 때 잘 써 가지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호해 준다든가 아니면 장기적으로 우리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데 투자해야 되는데, 그런 거 말고는 별로 할 수 있는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좀 즐거운 경제 소식 가지고 인터뷰도 해봤으면 좋겠네요.

◆ 장하준

그랬으면 좋겠는데, 당분간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요.

◇ 김현정 / 진행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