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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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화) 송민순 前외교부장관 "한미FTA 부분수정 여지있다"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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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국회가 한미 FTA를 먼저 비준하는 건 한미 FTA 자체를 죽이는 것이고 무모한 배수진이다, 참여정부 당시에 외교부 장관으로 한미 FTA를 총 지휘했던 송민순 전 장관, 현 민주당 의원이 어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지금 국회 초미의 관심사는 한미 FTA 비준 문제이죠.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들을 듣고 있는데요. 오늘은 한미 FTA를 추진했던 주무장관이었던 송민순 의원의 시각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사실 이전에도 인터뷰 요청이 여러 언론사에서 많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다 거절을 하셨어요?

◆ 송민순

네, 제가 뭐 많이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하질 않았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한미 FTA에 대해서는 상당히 말을 아껴 오시다가 이 시점에서 다급하게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언론 인터뷰에 나서게 된 어떤 절박함, 답답함이 있었던 걸까요?

◆ 송민순

한미 FTA는 우리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을 하고, 장관으로서 재직 시에 또 그 전에 청와대에 있을 때도 이걸 적극 추진을 했는데,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FTA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일 수 있다는 강한 우려가 들어서요.

제가 홈페이지에 입장을 밝혔는데, 거기 밝힌 입장은 제가 만약 행정부에 현재 몸을 담고 있었다면 제가 취해야 될 결정을, 제가 해야 될 일을 그렇게 한 번 써 본 겁니다. 너무 답답해서 FTA를 살리는 방법을 찾자고 써 본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늘 어떤 신문의 제목을 보니까요. “송민순 입장 변경, 입장 바꿨다”, 이렇게 제목을 뽑았던데. 한미 FTA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고 보는 입장에 어떤 변화가 생기신 겁니까?

◆ 송민순

저는 한미 FTA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한국이 처해있는 지정학적 환경, 앞으로 한국의 안보, 미래, 이런 걸 생각해서, 다 합쳐서 FTA를 반드시 살려야 되는데.

제가 지난 2월에 국회에 장관으로서 출석해서 조기 비준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2월에는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동안에 오바마 후보가 당선이 돼서 자동차 재협상 문제를 명시적으로 거론하고 있고. 또 지난 2월에는 있지 않았던 금융 위기 같은 세계경제의 태풍이 불고 있고.

그러면 우리가 같은 목표로 가는, 목표는 FTA 비준으로 가는데, 같은 목표로 가는 데에 있어서 우리가 접근하는 방법은 좀 유연하게 달리 해야 됩니다. 쉽게 말씀드려서 좋은 날씨에 산에 등산할 때 하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 때 등산할 때는 장비와 도구 달라야 되듯이, FTA 비준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가는 방법을 저는 현실적으로 제시를 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바마 당선 후에는 바뀌어야 한다, 이 부분을 말한 거지, 입장의 변화가 있다는 얘기는 아니시라는?

◆ 송민순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제 홈페이지에 쓰신 말씀, 우리 국회가 먼저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면 한미 FTA 자체가 죽는다, 무모한 배수진이다, 이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 송민순

지금 미국에서는 현재의 합의에 대해서 수정 요청해오는 게 불가피한 게 현실이고요. 미국 입장을 우리가 존중한다는 게 아니라 그 현실은 현실대로 봐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국회에서 먼저 비준해 버리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미국이 수정 요구를 해왔을 때 그걸 거부하는 겁니다. 그건 FTA 자체가 죽는 거죠. 거부하면 협상이 안 되는 거니까. 그 다음에 만약 미국의 수정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우리가 받아들이면, 그러면 우리는 국회가 이걸 다시 FTA를 살리려면 재 비준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라의 체면이, 국회에서 국민을 대의하는 기관에서 비준까지 했는데 미국이 바꾸라고 해서 또 새로 비준하고 이렇게 되면 이게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미관계도 굉장히 파탄이 되고 반미 감정 유발 등 아주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너희 나라는 비준까지 했는데도 미국에 무시당하는구나, 이런 국제적인 굴욕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 송민순

그렇죠.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국민들도 정부에서 서명하고 국회에서 비준까지 다 했는데 미국이 또 바꾸라고 하니까 다 바꾸고. 그렇게 하는 것은, 국가 관계라는 것은 서로 수평적이고 형평이 이뤄져야지 그렇게 되면 안 되는 거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반대로 말입니다. 미국이 아주 예의가 없는 나라가 아닌데, 비준을 했기 때문에 못 건드리는, 우리를 무시 못 하는, 선 비준이 그런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선 비준이 재협상을 차단하는 효과요?

◆ 송민순

미국이 지금까지 대외 관계를 관리해 온 역사, 기록 그리고 현재 미국이 처해있는 경제적 정치적 상황 그리고 미국 의회가 보여 온 여러 가지 과거의 기록을 보면, 우리가 먼저 비준했다고 해서 한국에서 비준했으니 우리도 그대로 비준해야지,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지금처럼 무리하게 무조건 비준해놓고 보자, 이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무조건 비준을 하는 것은, 뭐 정 안 되면 FTA가 죽어도 할 수 없지, 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면 모르지만, 살려야 되겠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지금 오바마 당선자가 최대의 당면과제가 뭡니까? 금융 위기와 자동차 산업 구제입니다. 미국 신문이나 방송 보면 이게 전부 최대의 이슈가 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게 바로 미국의 사정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절박한 그 사정 때문에 아무리 우리가 선 비준한다고 해도 재협상 차단 효과는 없을 것이다?

◆ 송민순

그렇습니다. 그건 차단 효과를 하는 게 아니라, 미국 보고 퇴로를 막고 말이죠. FTA를 살릴 수 있는 우회로라든지 퇴로를 우리가 미리 차단해 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저도 이렇게 절박한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제 저희가 이혜민 교섭대표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혜민 대표는 미국이 아무리 지금 절박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이 협상을 깨면 국제적인 신뢰에 손상이 온다는 것 알기 때문에 쉽게는 그렇게 못 한다, 그래서 선 비준 하는 게 그래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다, 이렇게 선 비준 쪽에 손을 들어주시더라고요?

◆ 송민순

만에 하나, 저는 만에 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만에 하나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기존의 합의대로 비준하자고 하면, 그건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여지를 다 남겨 놓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지금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갈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넓혀놓고 있어야지, 한쪽으로 배수진을 쳐버리면, 그 배수진이 상대방한테는 압박이 아닌, 미국이 압박을 받아서 입장을 바꾸고 그러진 않거든요. 그러한 목표를 향해서 가는 탄력적인 입장을 하는 게 국가 관계를 관리하는 기본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아까 말씀하시면서 미국이 추가 협상, 재협상 요구하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는 말씀 하셨어요. 그런가 하면 오늘 여러 가지 언론 보도를 보니까 미국 오바마 진영이 대선 전부터 우리 정부에게 자동차 협상 하자, 추가협상 하자는 걸 계속 요구해 왔다고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증언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 보도되고 있는 걸로 봐서. 추가협상이나 재협상을 요구 해 오는 게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보십니까?

◆ 송민순

지금 미국의 사정을 우리가 정확하게 판단한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기존 합의에 대해서 수정을 가하자, 이러한 요청을 해 올 개연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 경우에 요청을 일방적이 될 수 없죠. 상대방이 어떤 수정 요구를 하면, 이건 서로의 입지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될 것입니다. 미국이 요청해 오니까 우리는 그대로 수용해야지, 이렇게 하는 건 당연히 아니죠.

◇ 김현정 / 진행

그 형태는 재협상이라기보다는 추가협상, 부분 수정?

◆ 송민순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추가협의든 어떤 형태이든 간에, 입장을 기존에 합의된 걸 바꿀 때는 우리도 여기에 불만 부분이 있거든요. 우리도 우리 업계에 따라서는 기존 한미 FTA의 특정 부분에 대해서 불만이 있기 때문에, 그럴 때는 서로가 반영해서 서로가 살 길을 찾는, 그러한 상호적이고 균형적인 그러한 접근을 할 여지를 남겨 두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부분 수정도 할 수 있다고 보시는군요?

◆ 송민순

네.

◇ 김현정 / 진행

혹시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비준할 여지는 전혀 없습니까. 부시 대통령은 계속 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 송민순

11월 17, 18, 19, 3일 간 소위 미국에서 우리가 말하는 레임덕 세션이라고 해서 대통령 선거 이후에 하는 의회가 열리는데, 여기의 핵심 이슈는 미국 금융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 그리고 미국의 최대 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구제할 건가,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 문제를 거기에서 상정해서 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과거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협상 당시에 혹시 미국하고 국회 비준에 대한 어떤 약속은 없었나요. 예를 들어 부시 대통령이 내가 임기 내에 처리하도록 최대한 힘을 써보겠다든지, 이런 얘기?

◆ 송민순

당연히 그런 문제는 최대한 노력하는 거죠. 반드시 하겠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할 수가 없죠, 왜냐하면 미국의 대통령이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회와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경우에도 난 비준 시키겠다, 이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의회는 또 미국 정치의 한 축을 이루고 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그때 하시면서 걱정이 좀 되셨겠네요. 오바마가, 민주당이 대권을 가져가게 되면 이거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 하시면서 협상 하셨겠네요?

◆ 송민순

그렇죠. 협정은 발효가 될 때까지는 결코 당연시 되지 않습니다. 다만 한미 FTA라는 건 그동안에 서로 양국의 전문가들이 협상을 해서 서로 입장을 50대 50으로 균형 있게 반영을 해놓은 거거든요. 균형 있게 반영돼 있다는 것을 양국의 의회에 설득하는 과정이 남아 있는 것이고.

지금 미국이 금융, 자동차 이런 것 때문에 많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서 논란이 됩니다만, 지금 이런 태풍이 가라앉고 차분히 설득하면 이건 양국의 공통 이익을 확대 시키는 미래의 장치다, 이렇게 설득해서 발효를 시켜 나가는 차분한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바마 당선자 역시 프리 무역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씀?

◆ 송민순

오바마 당선자 주변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무역을 통해서 미국의 국가 이익을 창달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우리가 잘 이해하면서 FTA를 살리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같이 이렇게 하면 아예 죽든지 살든지 결판을 내자, 이렇게 되기 때문에 제가 위험을 경고 하고 나선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자동차 협상이 그렇게 미국에 불리하게 된 거긴 합니까?

◆ 송민순

미국의 자동차 산업 자체가 상당히 경쟁력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렇고. 우리가 해외에서 만들어서 미국에 자동차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목이 될 거고요. 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위치하고 있는 소위 중서부라고 하죠. 미국 사람들이 미드웨스트라고 하는 그 지역이 미국의 국내 정치에 있어서 항상 민감한 곳.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미국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하게 돼 있고요.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거든요.

◇ 김현정 / 진행

협정 자체가 그렇게 불리하게 된 건 아니라는 말씀?

◆ 송민순

협상 자체를 보면 불리한 게 아니지만, 지금 양쪽의 자동차 산업이 갖고 있는 경쟁력 구조에서 보면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자기들이 불리하다고 보겠죠. 그러나 FTA라는 게 자동차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분야를 다, 또 농업 분야는 미국에 유리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가 국내에 보전해주는 것이고. 서로 주고받는 협상에 의해서 균형을 맞춰서 결과가 나와 있는 거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결국 우리 농업하고 미국의 자동차 분야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협상이었다?

◆ 송민순

농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금융, 제약, 여러 가지 서비스 분야, 다른 걸 다 합쳐서, 다 전체로 무게를 달아서 균형이 있겠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지금 이 균형에서 뭘 바꾸려고 하면 그건 서로 더하기 빼기가 또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어제 홈페이지 올린 글들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