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13일에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위헌 여부를 선고할 예정이었는데요. 민주당은 강만수 장관에 대한 진상조사가 끝난 다음에 헌법재판소가 선고를 해야 한다, 연기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는 단순한 말 실수를 가지고 너무하는 것 아니냐,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데 과연 헌법 학자들은 이 문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서강대학교 법과대의 임지봉 교수 연결해서 헌법학자의 시각 들어보도록 하죠.
◇ 김현정 / 진행
정치적인 이런저런 논란들은 일단 뒤로 하고요. 헌법 학자로서 이번 파문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임지봉
우선 강만수 장관의 처신도 상당히 부적절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기획재정부 공무원을 법정 밖에서 따로 만나서 설명까지 들은 것도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와 같은 사법부의 생명은 소송 당사자나 이해 당사자로부터의 철저한 중립과 독립입니다. 따라서 당사자의 이야기는 법정에서 변론을 통해서만 듣거나 혹은 법정에 제출된 증거, 증인을 통해서만 들은 후 재판에 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법정 밖, 제3의 장소에서 따로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를 만나서 설명을 들은 것임으로 사법부의 생명인 중립성이라든지 독립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그를 통해 재판 결과의 신뢰성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종부세에 대해서 예전에 재경부가 합헌이었던 의견을 지금 위헌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 의견을 개진하러, 헌법재판소에 알리기 위해서 간 것이고, 재판관이 아닌 연구관을 만난 거라는데요. 그래도 문제가 될까요?
◆ 임지봉
그래도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연구관이 하는 일이 재판과 관련해서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서 위헌 혹은 합헌의 결과를 담은 상세한 보고서를 올리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연구관이 자료조사를 해서 재판관한테 올리는 사람이라고요?
◆ 임지봉
그리고 재판관은 그 보고서를 참조해서 판결문을 작성하게 돼 있습니다. 많은 경우 재판 연구관이 올린 보고서의 내용들이 판결문 초안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가 있는 것이죠. 따라서 연구관도 재판관 못지않게 판결의 결과에 실질적으로는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종부세와 관련해 입장이 바뀌었으니까 정부 측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 법에 근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부 측의 의견은 의견서라는 서면을 통해서 제출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직접 관계 공무원이 재판소에 들고 가서 설명까지 하라는 것은 아닌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보통은 어떻게 합니까, 다 서면으로 제출하게 돼 있나요?
◆ 임지봉
그렇습니다. 보통 헌법재판소에 계류되는 사건들이 피청구인, 그러니까 일반 소송 사건으로 치면 피고가 정부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보통 정부 측이 법무부장관의 의견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정부 측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보냅니다. 그리고 그 의견서가 실제로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도 앞부분에 실리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이번에 이렇게 만나서, 연구관인지 재판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의견을 주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 임지봉
이례적이라기보다는 상당히 부적절한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부적절하다?
◆ 임지봉
네, 사법부의 본질이라든지 사법의 중립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 후에 헌법재판소에서 유감 표명을 하기는 했는데요. 헌법재판소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과정들에 대해?
◆ 임지봉
헌법재판소가 유감 표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그렇지만 헌법재판소 유감 표명의 내용 중에서도 보시면요. 기획재정부의 주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뭐냐 하면 종부세 사건과 관련해서 기획재정부의 관계 공무원이 헌법재판소를 찾아가서 재판관은 아니지만 헌법재판 연구관을 만났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연구관을 만나는 것도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연구관은 재판관과 함께 어떻게 보면 하나가 돼서 판결을 만들어 나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연구관을 만나는 것도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따라서 그것도 부적절한 것이고. 헌법재판소 입장에서는 기획재정부의 변화된 의견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해서 서면으로 받았어야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진상조사 여부를 떠나서 지금까지 양쪽이 사실로 인정한 것은 하여튼 만났다, 그 만난 게 연구관이었고 우린 압력 행사는 안 했다, 여기까지인데 교수님은 그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세요?
◆ 임지봉
그렇습니다. 재판관을 만나면 안 되고 연구관은 만나도 된다, 그런 말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혹시 연구관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된다고 보십니까?
◆ 임지봉
연구관 자체가 만날 때는... 저는 혹시 이것이 과거에도 있었던 관행이었다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러한 관행 하에 자연스럽게 연구관이 관계 정부 측 공무원을 만난 것이라면 더 큰 문제라는 것이죠. 앞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 김현정 / 진행
관행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시는 상황이신가요?
◆ 임지봉
그것이 관행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말해야 되겠죠. 국민들 앞에 헌법재판소가 떳떳이 밝혀야 되겠죠.
◇ 김현정 / 진행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게 정말 관행이었다면 문제가 될 것 같고요. 거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진상조사도 있어야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도 들 법 한데요. 이렇게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손상된 것,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부분, 어떻게 되찾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 임지봉
저는 이러한 사건은 그냥 덮고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헌법재판소의 중립성, 독립성, 권위에, 두고두고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를 위해서도 철저한 관련 조사와 진상 규명의 노력을, 헌법재판소가 벌여야 하고, 그 결과를 한 점의 남김없이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중립성에 누가 될 수 있는 어떤 처신이 있었다면 그러한 것을 바로 잡고 재발 방지를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민주당이 모레로 예정돼 있던 헌재 판결을 진상 조사 뒤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건 또 다른 중립성에 대한 훼손 아니냐, 이런 주장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임지봉
헌법재판소가 선고 일까지 못이 박혀서 예정된 사건 판결을 연기한다는, 그 연기 때문에 또 다른 논란과 파문을 낳을 수 있다는 입장도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선고가 내려져서 헌법재판소의 신뢰에 두고두고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한 후에 판결을 내리는 것이 헌법재판소 판결의 신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더 나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1(화) 임지봉 서강대 교수 "헌법재판소도 조사해봐야한다"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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