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화가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풍속 화가 혜원 신윤복 선생인데요. 신윤복이 주인공인 드라마, 영화 거기다가 미술관에서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그럽니다. 오늘 만날 화제의 인터뷰인은 신윤복을 주인공으로 하는 TV 드라마에서 그림을 주인공 대신 그리는 분. 말하자면 부분 대역을 하고 있는 분이세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의 동양화과 이종목 교수 만나보죠.
◇ 김현정 / 진행
가수들 립싱크 하듯이 이걸 핸드싱크라고 해야 되는 건가요?
◆ 이종목
핸드싱크가 아니고 대역이라고 봐야 되겠죠.
◇ 김현정 / 진행
이게 손은 문근영씨, 주인공 손이 나오는데 그림은 교수님 그림이 나오는?
◆ 이종목
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 명의 화가가 더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은 이제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에서 신윤복, 김홍도 이런 분들 그림 재연하고 계시고 전에는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 선생의 그림도 그리셨다고요?
◆ 이종목
네. 일부 참여를 했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세 명의 그림을 다 재연하신 거네요? 지금까지 몇 작품이나 재연하셨어요?
◆ 이종목
원래 계획상으로는 60여 작품이 계획돼 있었는데요. 늘어나서 지금은 80여 점 정도가 되겠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워낙 유명한 분들의 그림을 재연하는 거라 상당한 부담도 되실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십니까?
◆ 이종목
어려운 점이라고 그러면 아무래도 그때 당시하고 많이 다른 어떤 필치, 화풍 또 특히 재료들이 많이 달라서 처음에 그대로 재연하는데 많이 힘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위한 모사가 아니라 방송을 위한 모사이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이 익히 잘 아는 명화를 실제보다 더 생생하게 재연해 내야 되는 부담감이 있었죠.
◇ 김현정 / 진행
역시 그림 그리는 촬영도 드라마 세트에서 같이하는 건가요?
◆ 이종목
촬영은 드라마 세트장에서도 하고 야외 촬영장에서도 하는데 주로 그림 제작은 별도 화실에서 제작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배우들과 만날 기회는 없으시겠어요? 따로 찍으시니까?
◆ 이종목
처음에 이제 강의와 실기 지도 할 때 주로 만났었죠.
◇ 김현정 / 진행
NG 나거나 그럴 일은 없겠네요? 그림 그리다가?
◆ 이종목
(웃음) 네. 대역을 할 때 비교적 없는 편이죠.
◇ 김현정 / 진행
드라마에서 기억에 남는게 정조 임금의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 임금의 초상을 어진 화사라고 하는데 그리는 장면이 명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조의 어진 화사가 지금 남아있는게 없다면서요? 어떻게 그리셨어요?
◆ 이종목
우리나라 어진이 그야말로 보물과 같은 그런 작품들인데 화재로 인해 남아 있는 작품이 정말 안타깝게도 몇 점 없습니다. 태조 이성계 어진, 영조 어진, 철종 어진, 고종 어진 이 정도가 남아 있고 나머지는 다 소실됐습니다. 정조 드라마에 나오는 정조 어진만 하더라도 이제 순수한 창작이기 때문에 임금님의 포지라든가 크기 이런 것들을 전부 순수한 창작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요.
◇ 김현정 / 진행
자료 뒤져 가면서?
◆ 이종목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제작 기간도 꽤 걸렸겠어요?
◆ 이종목
섬세한 필치, 채색 이런 과정들 인해 가지고 석 달 정도가 걸렸고, 윤복이가 드라마에서는 탈진하는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 이거를 담당했던 분은 오른쪽 팔목 인대가 늘어나서 지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요즘 신윤복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책이 나오고 드라마, 영화, 미술관도 인산인해인데 이 신윤복의 그림의 매력은 뭘까요?
◆ 이종목
혜원 신윤복의 그림의 매력이라면 우선 선정적인 그림의 주제와 강렬한 색채감이겠죠. 여성보다 여성을 더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놀라운 관찰력, 그리고 강렬한 색채 이런 것은 지금으로서도 굉장한 매력을 풍깁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도 상당히 파격적인 그림들이 많은데 그 당시는 얼마나 이게 파격적이었던 걸까요?
◆ 이종목
아무리 영․정조 시대가 우리나라 최고의 전성기였고 사회 격변기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반상의 신분과 유교 질서가 아주 팽팽하던 그런 시절이었을 때 이러한 그림들을 그려냈다는 것은 아마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었을 것입니다. 아마 혜원이 하루아침에 종적이 묘연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추측도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디로 납치되었을 수도 있다는?
◆ 이종목
아니죠. 그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어느 정도는 격리될 가능성, 내지는 아니면 또 어떤 기피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겠고요.
◇ 김현정 / 진행
교수님 이런 저런 얘기하니까 재미있는데 시간이 짧아서 여기까지. 앞으로도 이런 동양화에 대한 관심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가져보고 싶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1(화) 신윤복의 손! 이종목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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