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을 오히려 우리가 주도적으로 진행시키자, 이런 새로운 주장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의 주장입니다.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있었죠.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할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대로 비준하는 것보다 차분히 재협상에 대비하자,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과연 천정배 의원도 같은 생각인 걸까요. 연결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참 ‘아 다르고 어 다른’ 민감한 상황이라서요.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확인을 하고 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재협상을 우리가 미국에 먼저 요구하자는 말씀이신지 아니면 재협상 안 하면 좋겠지만 미국이 요구할 것 같으니까 재협상에 대비하자는 말씀이신지?
◆ 천정배
반드시 우리가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먼저라도 요구해야 한다는?
◆ 천정배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저쪽에서 재협상으로 나올 테니까요. 그 점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그 내용에 관해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재협상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먼저 요구하자까지는 아니지만 차라리 잘 됐다, 이 기회에 재협상하자, 이 정도라면. 천 의원께서는 먼저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 상당히 다른 입장이신 거네요?
◆ 천정배
협상의 전략이란 면에서 우리가 먼저 꺼내느냐 마냐 하는 건 더 따져 봐야 되겠죠.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비 한다는 것은 주로 오바마 당선자가 자동차 부분을 제기하면 우리가 방어하지 말고 다른 것도 꺼내자, 말하자면 방어적인 의미에서 재협상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보다는 우리에게 굉장히 불리한 독소 조항들을 고치는, 공격적인 의미에서의 재협상을 얘기하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기억하기로는 원래 FTA 추진할 때부터 당시 단식투쟁도 하고 상당히 반대를 해 오셨던 분이기 때문에, 재협상을 먼저 요구하자는 주장 들으면서 저는 혹시 한미 FTA를 하지 말자는 말의 역설적인 표현은 아닌가 했어요?
◆ 천정배
아니죠. 저는 그 당시부터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 또 우리 국익의 훼손, 이게 워낙 크기 때문에 작년에 체결된 한미 FTA 그 자체로는 굉장히 위험하다, 그래서 재협상하자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좋은 FTA 하자?
◆ 천정배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지금 재협상을 우리가 먼저 요구를 해서, 당당하게 마음껏 이것저것들 요청을 하고, 그러다가 설사 깨지게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한미 FTA는 안 된다는 말씀?
◆ 천정배
그렇습니다. 저는 작년에 체결을 한 한미 FTA 자체로는 비준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협정 체결 당시에도 문제였지만, 지금은 세계 금융위기까지 와서 더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지적을 하셨던데요. 상황이 얼마나 어떻게 더 심각해졌다고 보십니까?
◆ 천정배
정확히 말씀드리면 작년에 잘못 체결해 놓은 부분이 지금 금융위기를 맞아서 심각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대로 비준 될 경우에 심각할까요?
◆ 천정배
우선 만일에 한미 FTA가 현재대로 발효된다면 이런 금융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죠. 저는 그야말로 끔찍한 일 벌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금융시장은 이미 해외에 거의 완벽하게 개방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풀어버리게 됩니다.
이를테면 파생상품이든 뭐든 마음대로 우리 시장을 휘젓고 다니게 되죠.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급박한 국가적 위기 상황이 되더라도 우리 정부가 스스로 위기에 대처 할 수 있는 정책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 스스로 팔을 묶어 버리고 속수무책이 되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뭐든지 하려면 다 협상을 해야 하니까?
◆ 천정배
협상의 문제가 아니죠. 못 하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아예 못 하게 됩니까?
◆ 천정배
한미 FTA에 여러 조항이 있는데요. 우리 정부로 하여금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거나 있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외국인들의 투자 규제하려고 하면 이게 다 걸린다는 말씀?
◆ 천정배
그렇습니다. 워낙 기술적인 것이 되겠지만 예컨대 국민들이 잘 아시는 부분이 스크린 쿼터 아닙니까? 우리 국산영화 상영 일수, 그게 지금은 73일로 돼 있는데, 이를테면 그걸 더 줄일 수는 있지만, 한 번 줄이면 거꾸로 다시 늘릴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규제를 강화할 수 없는 것이죠.
그것이 투자자 국가 중재제도라든가 비위반 제소라든가, 영어로 ratchet 조항이라고 하는 역진방지조항들이라든가, 이런 조항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조항을 작년에 거의 무분별하게 우리가 합의를 해 줘서 타결을 해놨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가 돼서 이 조항의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참여정부에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이렇게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는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을 못 했던 걸까요?
◆ 천정배
작년 재작년에 구체적으로 이번 위기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겠죠. 그렇지만 금융위기가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그런 일반적인 예측은 언제든지 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더구나 10여 년 전에 IMF 위기가 있었잖아요.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부가 외국과 조약을 맺을 때는 그런 최악의 경우, 우리가 위기에 빠질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는 작년에 타결된 한미 FTA 협상이 치명적으로 결함을 갖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천정배 의원님 말씀 들어보면, 그럼 그때 그대로 바로 비준을 하고 발효까지 됐으면 참 세계 경제 위기 오고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됐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생각을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하고 계신 걸까요?
◆ 천정배
제가 그건 잘 모르겠고요.
◇ 김현정 / 진행
어제 올린 글을 보면 좀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결함을 지금 느끼고 계신 건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 천정배
저도 그 글을 봤습니다만, 그런 문제의식이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금융위기라는 새로운 상황 변화가 재협상의 이유다, 이렇게 일부 말씀하시고 있죠. 그러니까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참여정부 분들이 당시 그러면 이런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협상에 임했던 면도 있다고 보십니까?
◆ 천정배
제가 그걸 다 알 수 없고요. 저는 그 한미 FTA 추진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못했고.
◇ 김현정 / 진행
물론 당시 반대하셨던 분이니까요.
◆ 천정배
그러나 저로서는 특히 아까 말씀드린 투자자 국가 중재제도라든가, 이런 제도에 대해서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를 많이 했었죠. 그런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물론 천정배 의원은 그 당시 반대하셨던 분이니까 조금 상황이 다르긴 합니다만, 참여정부 사람들이 말 바꾸기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도 있던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BestNocut_R]
◆ 천정배
제가 그 문제에 대해서 답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단순히 사정 변경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무슨 금융위기라는 것은 2008년 지금 상황에서 왔지만, 이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거였단 말이에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작년에 체결된 한미 FTA의 구체적인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떳떳하죠.
◇ 김현정 / 진행
그렇다면 재협상이 만약 시작될 경우에는 어떻게 돼야 하는가 생각을 해보죠. 우선 천 의원께서는 재협상을 하게 되면 주된 내용을 금융 분야로 보고 계신 건가요?
◆ 천정배
네, 그런데 금융 분야에서 지금 드러나고 있지만 투자자 국가 제도라든가 ratchet 조항 같은 것들은 금융 분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한미 FTA 전 분야에 다 해당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분야만은 아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건 금융 분야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 진행
미국의 오바마 당선자 측에서는 자동차 부문을 주요 협상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재협상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의제설정부터 다 삐걱거리는 상황이 오지 않겠나?
◆ 천정배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죠. 미국과 한국 사이에 각각 자기 나라의 국익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은 미국 입장대로 의제를 설정할 것이고, 그 의제만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잘해야 밑지는 것 아니겠어요. 얻은 건 없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우리 입장에서 당연히 우리 국익과 민생을 위해서 의제를 설정하고 밀어붙여야 되겠죠. 국가 간의 협상이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 진행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부딪히다가 어떤 우리에게 유리한 접점을 잘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혹시 일부에서 걱정하듯이 재협상 하다가 완전히 판이 깨져버리는 것 아니냐, 이런 데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천정배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간의 여러 가지 호혜를 바탕으로 해서 또 동맹국을 바탕으로 해서 진지한 협상이 있어야 되겠죠. 그러나 근본적으로 과연 한미 FTA가 잘 체결됐느냐...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개방에 반대하지 않고 한미 FTA 찬성합니다.
그러나 어떤 조약도 적어도 우리 국익 관점에서 유리하다거나 최소한 크게 불리하지 않은 정도로는 타결돼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니겠어요? 그것은 한미 FTA가 무조건 체결하는 게 우리 국익에 유리하다, 이런 관점에서 출발할 수 없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다른 FTA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천정배
여러 나라와 동시 다발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그걸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평가를 해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협상을 해야 되죠.
한미 FTA 조항 중에는 미국 대해서 한미 FTA에 따라 개방하는 경우에, 다른 나라와 FTA를 맺으면서, 예컨대 한-EU FTA에서 더 많은 개방이 이뤄지면 그 개방이 곧 미국에도 적용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은 한-EU FTA뿐만 아니라 한미 FTA도 되는 셈이죠.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입체적으로 판단을 해가면서 진행을 해야 하겠죠.
◇ 김현정 / 진행
이런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협상을 보류라고 해야 하나, 지체시킬 필요는?
◆ 천정배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하여튼 신중하게 접근해야 되겠죠. 이 문제에 관해서 저는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데요. 그래서 국회가 통상절차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통상절차법?
◆ 천정배
단순히 이걸 지금 정부에만 맡겨둘게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통상협상체결과정을 그때그때 알고 또 관여하고 의견을 표명하고 정부가 잘못된 것은 지적도 해 주고 하는 그런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이 통상절차법인데요. 이것부터 우선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은 정부가 다 협상해 놓고 나중에 비준 받을 때만 국회가 작용할 수 있는 것?
◆ 천정배
거수기 노릇 정도 시키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단계 단계 마다 국회가 참여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 천정배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2(수) 천정배 민주당 의원 "한미FTA, 공격적으로 재협상 요구해야"
20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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