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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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13(금) 판소리 '수궁가'를 경상도 사투리로! - 무형문화재 박성진
200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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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판소리 하면 어느 지방이 먼저 떠오르세요. 호남 지방이 떠오르시죠. 사투리로 걸쭉하게 부르는 판소리 말입니다. 홍보가도 수궁가도 적벽가도 이게 다 호남지방 방언이 걸쭉하게 들어가는데요. 그런데 지금 경상도로 가면은 아주 이색적인 판소리를 들을 수가 있답니다. 전라도 방언으로 된 판소리들을 지역 색에 맞게 경상도 방언으로 바꾸는 그런 연구를 하는 분들이 있다고 그러는데요. 경상도 방언으로 듣는 판소리라 어떨지 궁금한데 이번에 수궁가 공연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수궁가 9호 판소리 이수자 박성진씨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그러니까 경상도 방언으로 바꾼 수궁가 공연을 준비 중이시라고요?

◆ 박성진
네.

◇ 김현정 / 진행
우선 뭐 긴 말 필요 없고요. 전라도의 오리지널 수궁가하고 경상도 버전 수궁가가 어떻게 다른지 직접 비교부터 해보고 싶은데요. 아침에 괜찮으시겠습니까?

◆ 박성진
네. 괜찮은데 말투와 어투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거를 신경쓰면서 들으면 되겠군요.

◆ 박성진
그런데 전라도 말은 구구절절 이렇게 좀 말이 여러 가지로 이렇게 많이 함축적인 의미보다는 이렇게 좀 말을 많이 펴서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끔 이렇게 해 놨거든요. 그런데 경상도 말로는 굉장히 직선적이고 아주 긴 말을 짧게 함축을 시켜 버립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래요. 그거를 신경 쓰면서 한 번 박 선생님이 해 주시는 걸. 먼저 전라도 버전 오리지널 수궁가부터 들려주시죠.

◆ 박성진
(전라도 수궁가-)

그런데 이 말을 경상도 말로 바꾸면-

◇ 김현정 / 진행
잠깐 이게 어떤 부분인가요?

◆ 박성진
이게 토끼하고 별주부하고 별주부가 수궁에서 물속에서 산중으로 나와 가지고 처음으로 마주치는 대목입니다.

◇ 김현정 / 진행
토끼하고 거북이하고 만나는 장면이군요. 이거를 이제 경상도 버전으로 바꿉니다.

◆ 박성진
그냥 단 네 마디밖에 안 됩니다.

(경상도 수궁가-)
후닥닥 하고~ 이거는 제가 하는 버전이고. <자라하고 토끼하고 딱 마주쳤는데 아이씨~ 이 뭐꼬-> 이게 지금까지 한 말의 전부입니다. 전라도 말을 원안은 수국 전옥주부 별주부 별나리라 하오. 토끼는 ~~~ 예부상조 ~~~ 이런 말 자기 말 구구절절 하잖아요. 자기 소개를. 그런데 경상도 버전으로 바꾸면 긴 말이 후닥닥 하고 서로 딱 마주쳤는데 아이고 코야 아이고 이마빡이야 서로 부딪치다 보니까 전라도 말은 아이고 코야, 아이고 이마빡이야 다 나오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아이고, 갑자기 이거 들으니까 그 생각이 나네요. 가가 가가가 유명한 농담 있잖아요.

◆ 박성진
그게 진짜 맞는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이렇게 줄어드는 군요.

◆ 박성진
딱 부딪치다 보니까 먼저 경상도 말은 아이씨 라는 게 욕이라는 의미보다는 감탄스런 의미가 크거든요. 그냥 아이씨 하면 아이고 코야, 아이고 이마빡이야. 초면에 왜 방정맞게 남의 이마는 들이받나. 전부 포함이 된 거예요. 그러면 수국 전옥주부 별주부 별나리라 하오.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경상도 버전으로 바꾸면 이 누꼬. 이 뭐꼬. 누꼬로 그냥 아주 함축적인 의미로 직선적이고 그냥 그렇게 바뀌어 버리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보통 춘향가 완창하면 7시간, 8시간 걸린다 그러잖아요. 심청가는 4-5시간 걸리고. 수궁가도 5시간 걸리죠? 전라도 버전으로 하면?

◆ 박성진
네. 어떤 선생님의 어떤 거를 배웠는가에 따라서 소리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이거를 경상도 버전으로 바꾸면 시간이 얼마나 줄어듭니까?

◆ 박성진
제가 해 보니까 원래 이게 원판은 아니리를 조금 늦게 하면 3시간이 조금 넘고 아니리를 조금 빠르게 하면 그냥 3시간 정도로 축약이 되거든요. 전라도 버전으로 하면. 그런데 경상도 버전으로 한 번 해 보니까 딱 2시간밖에 안 걸리대요.

◇ 김현정 / 진행
한 시간이 단축이 되는 군요. 그래요. 아니 왜 이렇게 판소리를 경상도 방언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게 되신 거예요?

◆ 박성진
그거는 그렇게 큰 의미가 있어 가지고 일부러 바꾸고자 하고자 해서 한 게 아니고 그냥 판소리라는 게 어차피 예술이라고 말을 하다 보니까 그게 전부 다, 다 같이 즐기는 게 좋잖아요. 그런데 이게 한 지역에 국한이 돼 가지고 물론 그게 전통이고 정통이지만 그런 전통과 정통 사이에서도 어떤 의미와 언어 전달에 있어 가지고 경상도 사람이 경상도 방언으로 소리를 들었을 때랑 전라도 분들이나 다른 타 지역에 계신 분들이 전통이나 혹은 정통적으로 소리를 들었을 때나 느끼는 점이 사뭇 다르거든요. 그래 가지고 저희 경상도 지역에서는 한 번 경상도 토리로서 토리라는 게 방언을 말하거든요. 방언으로 한 번 하는 게 어떻겠냐 취지에서 한 거지 특별하게 이걸 바꿔야 한다 라는 인식 이런 걸 가지고 한 건 아닙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 캠페인 절대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니죠. 우리가 이태리 가곡도 이태리 원어로 부를 때 그 맛이 있고 또 우리말로 번역해서 불러주면 그 나름대로 와 닿는 게 있거든요. 뜻을 잘 이해를 하니까. 그런 나름대로의 의미가 각각 있는 건데요. 그런데 이제 정통을 배우신 분이잖아요. 판소리 이수자신데. 처음에 이렇게 해 보자 라는 주변의 제의를 받고는 망설이셨을 것 같아요?

◆ 박성진
처음에는 거절했죠. 왜냐하면 너무 생소하게 다가서니까. 이제 그냥 그렇게 해 보는 게 어떻겠냐 라는 말만으로도 굉장히 그냥 막 거부감이 많이 들고 그냥 그러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그냥 연습을 한 번 해 봤거든요. 한 번 해 보니까 혼자 과연 이 말 자체를 경상도 버전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상상 속에서 연습을 해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바꾸니까 굉장히 재미있고.

◇ 김현정 / 진행
지금 문자들이 굉장히 많이 와요. 아주 재미있다고. 웃음 소리들이 오고 이습니다. 이번에 18일 날 대구에서 공연 하시는데요. 경상도 분들이 편안하게 이번에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