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질수록 허리띠를 졸라맬 여력조차 없는 사람들 있습니다. 저소득 빈민층은 이렇게 경제가 어려워지면 극한의 가난으로 내몰리게 되는데요. 정부에서는 지금 취약 계층, 서민 생활 안정을 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은 하지만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국빈민연합의 유의선 정책위원장 연결해보죠.
◇ 김현정 / 진행
전국빈민연합에는 어떤 분들이 소속이 돼 있나요?
◆ 유의선
이름이 빈민연합이라 굉장히 낯서실 텐데요, 주로 철거민 분들과 노점상 분들, 도시 빈민이라고 얘기되는 분들이 모여 계신 조직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저소득층에서는 요즘 이런 경제 불황을 어떻게 피부로 느끼고 계시나요?
◆ 유의선
아마 제일 먼저 느끼는 분들이 저희 어려운 분들이실 텐데요. 일단 소득이 줄고, 소득이 주니까 사실은 씀씀이도 줄어들고, 그러니까 노점상이든 영세상인이든 혹은 폐지를 줍는 분들까지도 이런 분들과 같이 악순환 돼서 점점 더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분들, 제일 먼저 느끼시는 분들이 바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분들이시죠.
◇ 김현정 / 진행
그렇죠. 느낌이 아니라 혹시 통계로도 잡힌 게 있나요, 노숙자나 쪽방 인구가 늘어난다든지 하는?
◆ 유의선
이미 겨울철이 돼가고 있기 때문에 노숙인 분들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통 매년마다 노숙인 분들이 거리에서 사망하는 분들이 400분 씩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 수가 주는 게 아니라 서울시만 해도 늘어나고 있는, 숫자로 4천 명~5천 명 이렇게 늘어나는 상황이고요.
오히려 쪽방촌이나 고시원 인구들은 정확하게 통계는 잡히지 않는데 찜질방이나 만화방까지 하면 집이 없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들이 예전보다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인 거죠.
◇ 김현정 / 진행
철거민들이 이 빈민연합에 많이 소속돼 있다고 하셨어요. 주거 불안 문제를 짚어보죠. 고시원이나 쪽방촌에 사시는 분들의 삶은 우리가 뉴스라든지 통해서 많이 봅니다만, 뉴타운이라든지 도시 개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쫓겨서 빈민이 되신 분들도 요즘 많다면서요?
◆ 유의선
빈곤의 문제라고 하는 게 계속 점점 더 가난해 지는 것이긴 하지만요, 이것을 극단적인 빈곤으로 몰고 있는 것이 바로 주거 빈곤의 문제입니다. 특히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주거 재개발의 문제는 멀쩡하게 집에 살다가 내쫓기게 되는 것이죠. 뉴타운 개발의 통계도 나왔지만 원주민 재정착률이 16~17% 요 정도 밖에 되지 않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재정착률이라는 건 새로 지은 아파트로 들어오게 되는?
◆ 유의선
그렇죠. 내가 살던 곳에 다시 살게 사람이 100명 중에 16명이라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개발을 하면서 소위 딱지라는 걸 주잖아요. 이건 집 주인한테 가고, 세입자나 이런 사람들은 다 쫓겨 가고?
◆ 유의선
그런데 원주민도, 원래 집주인도 딱지를 받지만 돈이 있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사실상 저렴하게 내 집이다, 하고 작지만 살았던 분들도 쫓겨나게 되고. 세입자인 분들은 임대주택이 17% 정도 밖에 지어지지 않기 때문에, 100명이 계시는데, 그중에 한 12명, 13명만 들어가게 되고 나머지는 기본적으로 쫓겨나게 되고. 그렇게 임대 주택에 들어가는 분들도 새로 뉴타운 개발된 임대 주택도 비싸기 때문에 거길 못 들어가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외곽으로 밀려가는데 모든 서울 지역에 다 뉴타운이 개발되니까, 싼 집들이 없어지는 거죠. 예전에는 100만원에 10만원, 이런 집도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3000만원에 지하 셋방도 구하기 어려워지니까, 결국 집을 못 구하고 쪽방으로 가게 되고, 고시원으로 비닐하우스로 가게 되고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고 그러니까 생계가 없어지고.
◇ 김현정 / 진행
달동네가 없어진다고. 우리는 달동네 없애고 아파트 지으면 다 살기 좋아지는 것 아니냐 했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네요. 이 분들이 달동네 없어지니까 갈 데가 없어지는 건데. 혹시 우리 위원장이 보신 분들 중에 정말 안됐다, 기억나는 분들 있으세요?
◆ 유의선
저희는 같이 단체에 있는 분들이 다 쫓겨나신 분들이 많아서 일상적으로 봐 오는 거지만요, 사실 가장 안 된 분들은 아이 엄마세요. 아이들을 데리고 살면서 정말 열심히 노동하는데, 사실은 집주인이었어요. 그래서 이것만 믿고 살겠다, 이 집으로 뭔가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겠구나, 이렇게 기대를 하고 뉴타운을 너무 반긴 거예요. 아 정말 우리 정치하는 사람들이 잘 하는 구나, 라고 박수를 쳤는데.
그래서 딱지를 받았는데 매년마다 부어야 되는 돈이, 돈을 내야하는데, 이 돈이 턱없는 거예요. 그래서 대출을 받으셨어요, 사실은. 그런데도 모자르게 된 거예요. 그래서 결국 대출 이자를 못 갚고 포기를 하고 아무 것도 남게 되지 않은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분들 어디로 가셨어요?
◆ 유의선
그 분은 지금 그래도 자기 집을 달라고 아직은 쫓겨나지 않고 아직까지 주저앉아서 아이들이랑 싸우고 계세요. 지금 천막 치고 계시는데 아이들 교육도 보내야 되고 학교 보내야 되니까 이사 갈 수도 없고, 당장 멀리갈 수도 없고. 그리고 대출 이자 때문에 이자는 갚아야 되고. 그런데 그 돈은 되지 않고. 당신한테 유일한 희망이었던 집이 아무 것도 없다, 라는 울음을...
◇ 김현정 / 진행
새 아파들 들어서는 것의 그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일단 경제 어려워지니까 우리 서민과 빈민들부터 챙기겠다는 얘기를 합니다만,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이 보이나요, 혹은 피부로 와 닿으십니까?
◆ 유의선
사실은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까 여러 정책을 내지만 빈곤층을 위한 정책은 하나도 없다고 판단해도 저는 과언이 아니라고 봐요.
◇ 김현정 / 진행
하나도 없다고, 너무 심하게 보시는 건 아닌가요?
◆ 유의선
지금은 없어요. 지금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제 보니까 서울시가 ‘희망드림 프로젝트’ 이런 걸 내놨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저소득층이 3년간 20만원씩 저축하면 1700만원 돌려준다? 이런 거죠?
◆ 유의선
그렇죠. 그런데 이게 어떤 의미냐 하면, 그냥 어렵지만 그래도 20만원씩 매달 저축을 해라, 그러면 두 배로 돌려주겠다, 이런 의미인 거예요. 그런데 지금 저희 한국사회 최저 생계비가 50만원이거든요, 1인 가족.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 둘을 데리고 있는 엄마가, 3인 가족의 최저생계비는 90만원이에요.
그러면 90만원 가지고 한 달을 살라는 얘긴데, 아이 둘을 데리고, 그러면서 20만원씩 저축하라는 거예요. 월세가 50만원이 되고, 쪽방 비용이 25만원 씩 하는데, 여기에서 20만원씩 저축해라, 그러면 두 배 해서 170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지하 셋방도 3000만원이 넘는다는 거죠. 그걸 가지고 어떤 희망을 가지라고 하는 건지.
저는 오히려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들이 뭔가 시혜적으로 당장 너희 어려우니까 돈 줄게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주거라도, 돈이 안 되더라도 내가 사는 곳이라도 안정적으로 되는 주거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요. 그리고 주거에서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공교육 정책, 그런데 지금 일제고사 한다고 하는 거잖아요. 결국 경쟁 시키겠다고 하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8(화) 유의선 전국빈민연합 "한달에 20만원 저축? 현실 무시한 정책"
200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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