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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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9(수) 배한봉 시인의 우포늪 10년 사랑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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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남에서는 남사르 총회 한창이죠. 간척과 매립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습지들을 보호해 보자 이런 뜻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환경 축제인데요. 이번 총회에서 전세계인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장소는 바로 우리나라 최대의 습지 우포늪입니다. 여러분 혹시 우포늪 가 보셨어요? 경남 그쪽 지역 분들이 아니라면 보신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우포늪 사랑에 푹 빠진 분을 만납니다. 우포늪을 시로 표현해서 화제가 되기도 하셨는데. 우포늪 시생명제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장 배한봉 시인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우포늪 시생명제 운영위원회 이게 뭐하는 모임인가요?

◆ 배한봉
전국에서 모인 여러 시인들이 시의 생명, 생명의 시를 통해서 우포늪의 상징성을 널리 알리고 그런 생명 사랑, 정신을 실천하면서 북돋우는데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시인들끼리의 모임이군요?

◆ 배한봉
독자들도 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선생님은 우포늪 가까이에 사시는 거예요?

◆ 배한봉
네. 가까이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는 살고 있지는 않고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원래 고향이 그쪽은 아니시고?

◆ 배한봉
원래 고향은 하만이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우포늪이 좋아서 찾아오신 거예요?

◆ 배한봉
네. 그렇습니다. 제가 99년 연말에 우포늪으로 이사를 갔는데요. 평소에 생태적인 부분에 관심 많아서 이사를 가게 되었죠.

◇ 김현정 / 진행
사실 이제 늪이라고 하면 원래는 사전을 찾아보니까 높이 3m, 수심 3m 이하의 호수와 비슷한 물웅덩이 이렇게 돼 있더라고요. 대부분 늪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물이 고여 있고 이끼 끼고 위에 풀이 무성하고 겉으로 보기에 우아하지 않아요. 좀 지저분하기도 하고 그래서 중요한지 몰랐는데. 늪을 보호하자. 습지를 보호하자고 해서 전세계인들이 모일만큼 이게 그렇게 중요한 곳입니까?

◆ 배한봉
그럼요. 우포늪의 경우만 한정지어서 말씀드린다면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라든지 멸종 위기 희귀 생물인 가시연꽃이라든지 그 다음에 백조 같은 희귀 어종들, 수석원총은 물론이고 온갖 파충류나 포유류 패갑류 같은 그런 수생 동식물들이 아주 수백 종이 자라고 있어요. 그래서 어린이들도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그런 소중함과 정의감을 키우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죠.

◇ 김현정 / 진행
우포늪이 형성된게 1억 4천만 년 전이라면서요?

◆ 배한봉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가을의 우포늪 풍경은 어떤가요?

◆ 배한봉
올해는 가뭄이 좀 심해 가지고, 우포늪 수위는 예년에 비해 조금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늪 둔치라든지 기슭에 물억새라든지 갈대가 한창 아름답게 꽃을 피워 가지고 정치를 깊게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가을의 풍경과, 봄 여름 겨울 사철이 다른가요?

◆ 배한봉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언제가 제일 아름다워요?

◆ 배한봉
모든 계절 구분 없이 아주 많은 분들 찾아오고 있는데, 봄의 경우에는 자운영 꽃이 장관이고, 여름에는 철새들이 힘찬 비행은 물론이고 갈대, 갯버들 이런 검푸른 습지 생물들이 여름철 낭만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죠.

◇ 김현정 / 진행
사실 저는 아직 못 가봤는데 설명 듣다 보니까 가보고 싶어지는데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시인들 시상이 줄줄이 떠오를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 배한봉
저 같은 경우는 처음 우포늪 갔을 때는 거의 시를 쓰지 못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왜요?

◆ 배한봉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봤더니 그냥 늪을 겉으로만 보고 실제로 늪과 몸을 섞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됐죠.

◇ 김현정 / 진행
그게 무슨 말씀? 너무 어렵습니다.

◆ 배한봉
우포늪을 제 몸 속으로 불러들이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음식도 잘 소화를 해야 영양분으로 다시 바뀌는 것처럼 늪의 정서라든지 그런 것들을 제 몸 속으로 잘 소화를 해서 시를 써야 하는 건데요.

◇ 김현정 / 진행
지금은 한 몸이 되셨습니까?

◆ 배한봉
매일 같이 우포늪을 드나들면서 지금은 우포늪의 숨소리도 듣게 되고 상당 부분 동화가 되고 나니까 어느 계절 할 것 없이 제가 편안하게 우포늪을 시 속으로 불러들일 수 있게 됐죠.

◇ 김현정 / 진행
늪의 숨소리가 들린다, 멋있는 말인데 시인한테 말로 구구절절 듣기 보다는 시 한 수 읊어주시면 어떨까요?

◆ 배한봉
제가 “우포 사람들”이라는 시를 앞부분만 조금 낭독해 볼까요?

우포 사람들은 늪과 함께 하루를 연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쪽배를 타고
마름과 생이가래, 개구리밥이 만든 초록의 비단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 고기를 잡고
늪바닥이나 수초 줄기에 붙은 고동을 건져 올린다.
그들에게 늪은 모든 것을 내주고 그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시작되는 시죠.

◇ 김현정 / 진행
멋있습니다. 지금 문자도 오는데요. 0094님이 우포늪을 아이들 데리고 다녀오셨대요.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신비 그 자체더군요. 거기에는 공룡 발자국도 있습니다. 이러셨네요.
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저도 시간 날 때 꼭 가봐야 겠습니다. 오래 오래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