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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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목)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통화스왑 고작 300억? 2조도 하루만에 무너져"
200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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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우리나라와 미국이 통화 스와프 협정이란 것을 체결했습니다. 내년 4월까지가 기한이고요. 필요할 때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한도는 300억 달러입니다. 참 반가운 소식이긴 한데, 이 정도로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외환 위기가 다 해결될지는 의문입니다. 여러 가지 궁금증들 풀어보기로 하죠.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간밤에 들어온 뉴스,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이 됐고 300억 달러까지는 이제는 외환을 받을 수 있다, 어떤 효과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장하준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1일 외환 거래액이 400억 내지 600억불이거든요. 그러니까 하루치도 안 된다는 얘기이고, 세계 외환 거래액은 하루에 2조 달러입니다. 그래서 그 규모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잠시 급할 때 쓰는 정도는 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 이게 우리나라의 외환 위치를 어떻게 개선할 수는 없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이게 간밤에 뉴스가 나오고 나서요, 저도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습니다만, 많은 언론들이 상당히 기대되는 뉴스로 전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장 교수님은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고 보시는 것 같아요?

◆ 장하준

그렇죠.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만 2400억불이니까, 그거에다 10% 정도 더한 건데. 하루 우리나라 외환 거래량만 쓸 수 있는 액수의 2배씩 되거든요. 그러니까 진짜로 누가 마음먹고 투기를 하기 시작하면 어림도 없는 액수죠.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어느 정도 스와프 규모를 체결해야 효과가 있고 안심할 수 있는 규모라고 보시는 겁니까?

◆ 장하준

지금 어느 나라도 이게 안 됩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렸지만 세계 외환 거래액이 하루에 2조 달러인데, 외환 보유고가 제일 많다는 중국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러니까 좀 심하게 말하면 중국도 하루면 넘어 간다는 얘기거든요, 다 몰려들면.

이게 근본적으로 세계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커져 가지고 환투기 같은 게 너무 많아진 게 문제지, 지금 이 상황에서 몇 백 억불 더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 될 일은 아니죠.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없지 않으면 결국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계속 피해를 보게 되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국가 신인도가 조금 올라간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이것으로 인해서 아, 든든하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장하준

아니죠. 그리고 지금 워낙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폭풍이 몰아치는데 우리나라만 우산 하나 더 받아온 것 비슷한 건데, 우리나라만 피해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우산 하나 더 받았다고 조금 덜 적겠지만 폭풍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들떠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조금 전에 말씀하신, 지금 세계 최고 달러 보유국이 중국인데요. 중국도 환투기 세력이 마음먹고 몰려들면 하루 만에 넘어갈 수 있다, 이건 좀 과장 아닌가요, 정말 그렇습니까?

◆ 장하준

중국 같은 경우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외환 시장이 완전 자유화가 안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는 안 되겠죠. 우리나라 같이 외환 시장이 완전 자유화 돼 있는 나라하고는 상황이 다르니까, 중국, 인도 이런 나라들은, 사실 그래서 후진국들 자본 이동 규제를 철폐하는 것을 저는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는 지금 안 넘어가게 돼 있는 것이고.

아까 그 액수를 말씀드린 건 세계에서 제일 외환보유고를 많이 갖고 있다는 나라도 하루면 만약 자본시장이 자유화돼 있다면 넘어갈 수 있다는 규모를 비교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어제 이런 뉴스가 있었어요. 국가 부도 위험도를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 수치, 그러니까 신용 부도 스와프 수치라는 게 있는데, 이 수치가 지금 우리나라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말레이시아, 브라질보다 우리나라의 국가 부도 위험도가 더 높다, 이런 뉴스였는데, 이거 왜 그런 겁니까, 말레이시아보다 우리가 더 높다고요?

◆ 장하준

글쎄요... 자본 시장에서 그런 평가하는 그런 것들이 꼭 맞는 것은 아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 장하준

어느 나라가 부도율이 높다, 어느 나라가 위험하다, 이런 것들이 무슨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 게 아니라 다 짐작으로 하는 게 많기 때문에 그걸 꼭 너무 믿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그렇게 믿기 시작하면 진짜 그게 말하자면 실현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우리나라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에 자본시장 활짝 열어놓고 난 다음에 그래서 사실 굉장히 어려움 점이 많은 겁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괜찮은 것 같아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진짜 이상한 나라가 되는 거거든요.

◇ 김현정 / 진행

너무 흔들리지 말고 상황을 냉철하게 보자는 말씀이신데요?

◆ 장하준

그렇죠. 아니, 그걸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죠. 직격탄이 돼서 날라 오니까. 그러나 그게 꼭 맞는 거다, 그 지표에서 우리가 말레이시아보다 낮으니까 더 문제 있는 것 아니냐, 꼭 이런 식으로 볼 수는 없다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국가 부도니 통화 스와프니 이런 얘기 나오는 게 다 달러 부족 때문인데요. 달러를 우리나라에서 빼내가는 주범이 외국인들 아닙니까. 주식을 팔고 대규모로 달러를 바꿔서 나가는 건데, 왜 유독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우리나라에서 강한 건가요?

◆ 장하준

제가 보기론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지난 한 2년 동안 거품이 엄청 낀 거거든요. 주가 지수 1000 부근을 계속 왔다 갔다 했다가 갑자기 2000으로 뛰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게 대부분이 거품으로 봤거든요. 왜냐하면 그것이 2배로 뛴 기간 사이에 우리나라 경제가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든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이 2배가 늘었다든가 이런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들어온 돈이니까 특히 지금 자기네 본국에서 상황이 어려우니까 하루라도 빨리 빼가는 거죠. 그만큼 거품이 끼어서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른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하루에 이렇게 외국인들이 그야말로 왕창 바꿔서 나가는 걸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습니까?

◆ 장하준

법적으로 자본 통제를 해야죠. 옛날에는 사실 외환 위기 이전에는 그런 게 있었던 것이고.

◇ 김현정 / 진행

한도가 있었던 거군요?

◆ 장하준

그렇죠. 그때는 외국인들이 주식 시장 소유할 수 있는 액수에도 한계도 있었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주식시장하고 외환시장이 같이 안 움직였는데 자본 시장이 활짝 열려서 외국인 소유 제한이 아무 것도 없어지니까, 그게 들어올 때는 좋은 것 같지만 나갈 때는 주식시장이 떨어지면 환율까지 같이 영향을 받는 그런 상황이 온 거죠.

◇ 김현정 / 진행

정말 들어올 때는 좋은데, 그 돈들이 들어올 때는 주가가 올라가는데, 나갈 때는 많은 화를 남기고 나가는군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규제를 다시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그게 가능은 한가요?

◆ 장하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옛날부터 규제를 푼 것이 잘못됐다고 저는 얘기를 계속 해왔었고, 그때 IMF에서 좀 윽박지르고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우리나라 이제 자유화해야 하지 않느냐 했는데, 저는 사실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지금이라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시군요.

◆ 장하준

그렇죠. 자기네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미국, 유럽, 일본, 이런 데는 그런 것에 영향을 안 받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우리 돈을 갖고 나가서 외국에서 통하기 않기 때문에, 그런 나라는 자본을 통제하는 게 맞죠.

◇ 김현정 / 진행

장하준 교수하고 저희가 지난 7월에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그때는 지금 정도로 경제 위기가 심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때 저희랑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증시 거품 있다, 다시 말해서 빠질 가능성 크다는 경고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불안하게 만듭니까, 무슨 거품 끼었습니까, 이런 얘기도 제가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결국은 그 말씀대로 1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네요. 지금은 어떻게 보십니까?

◆ 장하준

제가 보기에는 한 1000포인트 정도 까지는 떨어질 거라고 봤었는데 그 이하로 떨어지는 건 지금 세계 경제가 워낙 패닉 상태이기 때문에 어제 하루만도 몇 백 포인트가 왔다 갔다 했잖아요.

◇ 김현정 / 진행

우리 증시는 한 150포인트 왔다 갔다 했거든요.

◆ 장하준

그렇죠. 그런 식으로 지금 약간 이성을 잃고 하는 행동들이 많기 때문에, 1000 이하로 떨어지는 건 제가 볼 때는 불공평한 것 같은데,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이거 다 안 되겠다고 하고 몰려 나가기 시작하면.

◇ 김현정 / 진행

지난 7월 인터뷰 때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두세 달 안에 미국의 큰 은행이 하나라도 파산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것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무서운 경고였는데, 지금 하나가 아니라 미국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 내지는 파산 위기까지 갔습니다. 그러면 세계 불황 상황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장하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죠. 미국, 영국은 완전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미국 같은 경우는 70년대 오일 쇼크 이래 소비자 지수가 최저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영국도 20년 만에 최고 속도로 실업률이 오르고 있다, 이런 얘기 나오고. 그런데 문제는 선진국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벌써 이미 우크라이나, 헝가리, 이런 2진 국가들이 무너져 나가기 시작 했고.

조금 더 지나면 선진국에 수출이 안 되면서 중국 같은 데가 수출의존도가 특히 높기 때문에 타격을 받을 거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나 일본 같이 중국에 부품이나 기계 같은 것을 수출해서 돈 벌던 나라들도 또 타격 받거든요. 그리고 그 타격이 금융 부분을 다시 한 번 때려서 또 금융기관이 도산되고 공적 자금 투입돼야 하고 이런 상황이 올 거고. 아직도 뭐 아무리 짧게 봐도 2년 정도 아니면 더 길게 갈 수도 있고, 상황 전개에 따라서.

◇ 김현정 / 진행

시간이 없지만 이것 하나만 여쭐게요. 장 교수께서 쓰신 책, 베스트셀러로 이미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혔는데, <나쁜 사마리아인> 말입니다. 이 책이 얼마 전에 국방부 지정 불온서적이 됐습니다. 듣고 어떠셨습니까?

◆ 장하준

기분이 착잡하더라고요. 불온서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다시 또 살아난 것 같아서.

◇ 김현정 / 진행

왜 불온서적이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 장하준

그냥 정부 견해하고 안 맞는 것들이 있다고 해서 불온이라고 분류를 한 거겠죠.

◇ 김현정 / 진행

반정부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반미 반정부?

◆ 장하준

글쎄요, 저는 생각하는 게 우선 반미라는 건 거기서 사실 요즘 미국이 하는 건 비판을 많이 했지만, 사실 미국이 굉장히 훌륭하게 경제 발전도 하고 옛날에 2차대전 이후에 마샬 플랜 해 가지고 다른 나라도 도와주고 해서 칭찬을 굉장히 많이 해놨거든요.

그게 왜 반미인지 저는 잘 모르겠고. 반정부라는 것은 글쎄, 민주국가에서 반정부라는 개념은 저는 성립을 안 한다고 보는데, 민주국가에서는 정부라는 건 언제라도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견해 다르다고 그걸 반정부라고 하는 건, 말하자면 독재 국가에서만 성립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 진행

이번 소송은 참여 하셨습니까. 저자와 출판사들이 함께 한 소송?

◆ 장하준

그 소송은 참여 안 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명예 훼손 이런 개념이 뭔가 나쁜 짓을 안 했는데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손해를 봤다, 이런 개념인데, 저는 기본적으로 제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보지 않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국방부에서 이 불온서적을 정할 때 한총련이 군대에 보내려고 하는 책들 명단을 미리 입수해서 그 명단을 그냥 불온서적으로 정했다고 해서 지금 또 한 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과연 읽어보기나 하고 정한 거냐, 라는 논란도 있는데요. 어쨌든 당사자분이시기 때문에 인터뷰를 해 봤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