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비롯해서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부터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들썩거린다는 뉴스, 여러분 들으셨죠. 이런 현상을 어떻게 짚어봐야 하는지, 혹시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 점검을 해보겠습니다. 어제는 정부 측, 국토해양부 측 입장을 들어봤고요. 오늘은 경원대학교 경제학과의 홍종학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정부 정책 발표 후에 강남 집값 벌써 들썩이고 있다는 보도 나오는데. 전 조금 헷갈리는 게 집값 들썩인다고 하면 보통은 투기 우려해서 걱정부터 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집값 거품 빠지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까봐 어떻게 보면 약간 들썩이라고 정부가 풀어놓은 것 같아서 이게 효과를 발휘한 거라고 봐야 하는 건지, 어떻게 봐야 합니까?
◆ 홍종학
그런 혼란스러운 면도 없지 않은데요. 기본적으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 위기가 온 건데요. 이 경제위기의 원인이 사실은 부동산 투기하고 가계대출 과다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경제위기 대책으로 다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또 가계대출을 늘리는 정책을 정부가 하고 있는데, 이건 앞뒤가 안 맞는 거죠.
무엇보다도 지금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경제위기가 비관론 쪽으로 보는 사람에 의하면, 상당한 기간 지속될 거라고 예상을 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정책을 한다면 초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나중에는 더 큰 충격이, 그러니까 다른 나라는 안정화돼 가는데 한국만 더 불안정 되고, 이럴 가능성도 있죠.
그러니까 경제가 금방 좋아진다고 한다면 정부의 정책들이 의미가 있겠는데요. 저로서는 조금 위험한 정책이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데 너무 무모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은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후폭풍이 걱정된단 말씀이세요?
◆ 홍종학
네.
◇ 김현정 / 진행
어제 저희가 국토해양부하고 인터뷰를 해보니까 그쪽에서는 적당히 들썩이고 그칠 것이다, 전반적으로 주택 시장이 워낙 침체이기 때문에, 또 하향 안정기에 접어 들어갔기 때문에 투기로까지, 교수님이 걱정하는 그 단계까지는 안 갈 거라고 보더라고요. 이게 안이하다는 말씀이신가요?
◆ 홍종학
그것도 안이하고요. 그 다음에 현재 호가들이 많이 올라있기 때문에요. 정부 정책이 너무 계속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이 가격이 어디에서 안정이 될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를 않죠.
◇ 김현정 / 진행
아, 호가는 올라가는데?
◆ 홍종학
네. 서서히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실수요자가 붙어서 거래가 이뤄지면 그 가격이 안정이 된다고 보여 지는데, 현재는 어떤 가격이 안정될 수 있는 가격인지 예상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재 뛰어드는 사람이나 현재 물건을, 주택을 내놓는 사람이나 지금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는 거죠.
이를테면 지금 정부가 아주 엄청난 도박판을 하나 만들어 놨다, 이렇게 해놓고서 연착륙을 얘기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 진행
정부는 또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투기 혹은 나중에 거품이 갑자기 붕괴될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지금 당장 건설업계가 무너지게 생기고, 또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가계 금융위기로 이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오니까 일단 좀 급한 불을 꺼야하지 않느냐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홍종학
그런 얘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이 집들을 사줘야 하거든요, 이 높은 가격에. 그러면 대출을 받아야겠죠. 그렇게 여유 자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그러면 지금 은행 입장에서 자기들이 금융 경색이 있기 때문에 대출해 주기 어려운데, 현재 정부는 한국은행 팔을 비틀거나 은행들한테 자꾸 건설업체 대출해주라고 팔 비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자꾸 그러면 유동성을 엄청나게 풀겠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맞습니다, 만약에 그런 식으로 안 한다고 한다면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이어지지 않겠죠. 그런데 그러려면 지금과 같은 정책은 전혀 의미가 없는 거고요. 이 정책이 의미가 있으려면 유동성을 엄청나게 풀어줘야 하는데,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정책입니다.
◇ 김현정 / 진행
또 한 가지 걱정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울에 집 없는 서민들이에요. 서민들 중에서도 집 있는 분들은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이라고 하면 좋아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월세 사시는 분들, 또 집 사려고 준비하는 분들, 이런 분들은 집값이 호가 계속 올라가고 임대주택 의무비율 이번에 다 없어져버리고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 홍종학
그런 게 답답한 건데요. 엄청난 경제 위기가 내년에 올 거라고 예상이 되는데,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만, 하여튼 그런 위험성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러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게 서민 계층이란 말이죠. 어제 정부도 해명자료 내놓는 거 보니까, 미국에서도 바로 이런 서민들한테 지원이 가거든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 세액공제해주고 이러고요. 저도 그런 정책을 지금 굉장히 제안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런 서민들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고. 투기꾼과 건설 쪽만 위한 대책을 내놓는단 말이죠. 이것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참 견디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서민들이 이걸 좀 명확하게 알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정부가 하는 정책은 전 세계에서 보기 어려운 정책입니다. 이렇게 투기꾼과 건설 쪽만 위한, 제가 의심하는 건 이 정부가 부자정부라고 굉장히 비난을 많이 받지 않았습니까? 부자의 입장에서 자꾸 정책을 내놓는단 말이죠.
◇ 김현정 / 진행
이건 어떤가요, 정부 측 논리를 보면, 부자들이 일단 돈을 풀어야 그게 돌고 돌아서 아래 서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논리 아닌가요?
◆ 홍종학
한 10년 뒤에 그렇게 하층민한테 돌아오겠죠.
◇ 김현정 / 진행
10년 뒤에요? 다 무너지고 나서? (웃음)
◆ 홍종학
사실은 지금은 서민들한테 돈이 가면 위로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서민들한테 돈이 가면 중소기업이 살고, 중소기업이 살면 대기업도 살고 부자도 삽니다. 그런데 정부는 정 반대로 하고 있죠.
그러니까 정부 정책은 지금 한국경제를 대단히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험이라고 하는 건 밖에 있는 세계 경제 때문에 이렇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 서민들이 꼭 좀 알았으면 좋겠네요.
◇ 김현정 / 진행
당장 급한 건 서민들부터 살려놓는 길이라는 말씀이세요. 외부적인 환경이 워낙 안 좋고, 이 경제위기 침체가 장기화될 국면에서 말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5(수)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엄청난 도박판을 만들어 놨다"
2008.11.05
조회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