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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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금) 포스텍 김승환 교수 "일본 한국 기초과학 수준, 하늘과 땅차이!"
20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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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속속 발표되면서 이웃나라 일본은 축제 분위기입니다. 노벨물리학상을 일본인 3명이 공동수상한 데 이어서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에도 일본인 1명이 또 포함된 건데요. 한 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요. 솔직히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세계 수학, 과학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 거두는데 왜 끝까지 이어지지를 못 하는 걸까요. 우리나라와 일본의 현실 비교해보겠습니다. 아시아태평양물리학연합회 부회장이신 포항공대(포스텍) 물리학과 김승환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부럽더라고요... 과학자들 심정은 더 그러셨겠죠?

◆ 김승환

너무 너무 부럽고요. 기초과학 선진국의 저력을 본다고 할까요. 일본의 저력을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우선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우주의 대칭성 붕괴에 대한 연구, 제목만 들어서는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요.

◆ 김승환

하하하.

◇ 김현정 / 진행

교수님께서 쉽고 짤막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면요?

◆ 김승환

네, 대칭성의 문제는요. 자연에는 아주 대칭성이 많아요. 예를 들면 우리 몸을 바라보면 우리 몸에도 대칭성이 있잖아요, 왼쪽 오른쪽. 자연에는 이런 완벽한 대칭성이 아주 많고요. 이런 것들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죠. 그런데 가만 보면 우리 몸도 완전히 대칭적인 것은 아니잖아요. 심장은 왼쪽에 있죠. 자동차를 보더라도 거의 대칭인 것처럼 보이지만 운전석은 왼쪽에만 있어요.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가 완벽하게 대칭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대칭성이 깨져 있어요. 그 중 하나가 물질과 반물질이라는 겁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우주가 처음 태어났을 때 빅뱅이라고 하는 초기에는 우주가 대칭적이었어요. 물질도 있었고 반물질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반물질이 다 사라져 버렸거든요. 반물질이 사라져서 균형이 깨졌는데, 이런 비대칭성이 있어서 우리가 존재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반물질이 남아 있었다면 물질과 반물질은 순간적으로 반응을 해서 사라져버리고 순수한 에너지로 바뀌게 되거든요. 우리가 있는 이유, 별이 있는 이유, 은하가 있는 이유, 우주가 있는 이유는 이런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설명을 들어도 좀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웃음) 어쨌든 그런 연구로 이번에 일본이 노벨물리학상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16명이 됐고요. 그중에서도 자연과학 분야가 13명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자연과학 연구수준이라고 하는 건 세계적으로 얼마나 높은 편인가요?

◆ 김승환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과 더불어서 이제는 거의 세계적으로 1-2위를 다툰다고 볼 수 있고요. 일본의 자연 과학 연구 수준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한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등수처럼 비교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수준과 일본 수준을 비교해 본다면 어느 정도나 격차가 있을까요?

◆ 김승환

기초 과학 수준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웃음)

◇ 김현정 / 진행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납니까. 어느새 그렇게 일본의 자연과학, 기초과학이 발전을 했을까요?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이런 일들이 가능해진?

◆ 김승환

사실 일본은 기초과학, 과학기술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투자를 해왔습니다. 일본은 1910년 이후에 독일의 막스 플랑크를 본받아서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오랜 기초과학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유카와라고 첫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낸 것도 1940년대고요.

1990년대 이후에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가지고 장기 불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왔어요. 미래를 내다보고 한 거죠. 사실 지난 2001년에는 향후 50년간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고요. 작년부터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소 프로젝트라고 해서 5개의 대학을 지정해서 중장기적인 과학기술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럼 기초 과학자들에 대한 대우도 좋겠네요?

◆ 김승환

네, 일본은 연구를 중장기적으로 기조 과학자들이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이번에 수상자가 나온 고에너지연구소와 유카와 이론물리연구소도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좋은 연구소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 김승환

그 분들이 독립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고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연구 투자를 해주는 환경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중요한 연구라면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지원해 주는 게 뒷받침 되는 거군요?

◆ 김승환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참 부러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과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이 부분도 짚어보고 싶습니다. 사실은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들도 세계대회에 나가면 상도 잘 타오고요. 학력평가 해보면 결과들이 좋은데 왜 노벨상까지, 끝까지 성과들이 이어지지 못하는 걸까요?

◆ 김승환

몇몇 학생들이 좋은 훈련을 받아서 성적을 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자연과학 교육에 있어서 모방과 암기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어요. 사실 수학 과학 교육은 기본적으로 큰 줄기는 붕괴가 되고 있다고 봐야 하거든요.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 입시 현실하고도 무관하지 않은데요. 우리 교육이 사실 창의적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교수님께서는 현장에서 연구하는 과학자이시고 동시에 교육자이시기도 한데, 과학 연구 해보면 그 현실이 어떻습니까?[BestNocut_R]

◆ 김승환

주위의 관심은 어떻게든 당장 돈이 되는 연구, 그런 기술을 중시하는 분위기이고요. 정부도 보면 노벨상이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은 항상 10월 노벨 시즌이 되면 반짝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사라지게 되는데 기초과학 부분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하는 게 아쉬워요. 일본은 지금 노벨상 수상 프로젝트를 2050년까지 30명 배출하겠다는 원대한 프로젝트 아닙니까? 막상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 하죠.

◇ 김현정 / 진행

우리는 한 연구가 시작하면 얼마나 기다려 주나요?

◆ 김승환

음... (웃음) 기업의 연구는 6개월이라고 보고요. 정부 연구는 1년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죠, 대개.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성과가 안 좋으면 바로 문을 닫아야 하는 접어야 하는 이런 현실, 알겠습니다. 한국 과학계 변화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