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구대표팀과 우주베키스탄의 경기가 있던 지난 토요일. 하프 타임이었죠. 참 의미 있는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16년간 태극 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유영실 선수가 공로패를 받았는데요. A매치 65경기 최다 출전. 34살의 최장수 여자 대표 선수입니다. 여자 축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여전히 적은 현실에서 16년 동안 이렇게 서럽고 어려운 길을 걸어온 유영실 선수 참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유학실 떠나게 되는 유영실 선수 이 자리에 모셔봤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우선 축하드립니다. 공로패 받는 순간에 그동안 서러웠던 어려웠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것 같은데 어떤 장면 가장 먼저 기억나던가요?
◆ 유영실
솔직히 좋은 일보다 힘들었던 일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여자 축구 사상 최초로 2003년도 미국 월드컵 때 처음 진출하게 됐던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서러웠던 기억이 많은 중에도 그래도 좋았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군요. 제가 유영실 선수가 어떤 선수인가 조사를 해 보니까 10대, 20대, 30대를 다 국가대표로 지냈어요. 65경기 출전에 6골을 넣었고요. 여자 국가대표 선수 중에 최장수 선수. 보통 여자 선수들 수명이 6-7년밖에 안 된다면서요. 그런데 은퇴식을 치르려면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르려면 A매치 출전 기록이 70경기가 돼야 되는데 아깝게 다섯 경기 모자르네요? 왜 다 채울 생각을 못 하셨어요?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드는데?
◆ 유영실
아... 솔직히 여자 축구는 처음으로 이제... 은퇴식이라는 걸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부분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16년 동안 열심히 하다 보니까 65경기라는 경기가 되더라고요. 만약에 알았으면 좀 더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 김현정 / 진행
몰라서 그랬던 거군요?
◆ 유영실
네. 그 부분은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축구만 하느라고.
◇ 김현정 / 진행
정말 축구밖에 모르는 선수입니다. 10대, 20대, 30대 다 축구로 보낸. 처음 어떻게 축구를 시작하셨어요?
◆ 유영실
워낙 동네에서 축구 하는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아이들하고 남자 아이들하고 어릴 때부터 같이 공도 차고 그리고 씩씩했어요.
◇ 김현정 / 진행
동네에서 축구 하려고 하면 여자 아이들은 없었겠어요?
◆ 유영실
거의 여자 친구는 거의 없고 남자 친구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주로 친구도 남자 친구들? 유 선수 별명이 뭔가 했더니 ‘여자 홍명보’ 이런 별명이 있고, ‘깡패’라는 별명도 있더라고요?
◆ 유영실
워낙 근성이 좋다 보니까요. 승부욕도 좋고 그러다 보니까.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여자 홍명보 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남자 유영실 선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대표팀 보면서 여자 대표팀 선수들 부러울 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떨 때가 가장 부럽다 싶던가요?
◆ 유영실
제가 16년 동안 대표팀을 해 왔지만 늘 여자 축구는 또 비인기 종목이고 또 남자 축구에 비해 따라갈 수 없는 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지원이나 그리고 또 팬들의 성원이나 이런 것들이 참 많아서 또 썰렁한 그라운드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지난 2002년 월드컵 때가 제일 부럽지 않았나요? 저는 그랬을 것 같아요. 그 당시 남자 축구팀들 어디 가든 최고의 응원 받고 어디 가서나 뛰는걸 보면 여자 선수들 많이 부러웠을 것 같아요.
◆ 유영실
그럼요. 저희는 항상 우러러 보는 남자 대표팀이죠.
◇ 김현정 / 진행
지원들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가장 절실한 것은 뭘까요?
◆ 유영실
아... 저희가 이제 중요한 시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주 트레이닝 센터 들어가서 훈련하고 있잖아요. 훈련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 대표팀이 시합이 있게 되면 저희가 밀려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같은 대표팀으로서 그게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그나저나 공항이라면서요? 몇 시 비행기를 타세요?
◆ 유영실
10시 비행기입니다.
◇ 김현정 / 진행
1시간밖에 안 남았네요? 유학을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 유영실
오사카로 갑니다. 고베.
◇ 김현정 / 진행
어떤 공부 하게 되세요?
◆ 유영실
가서 일본이 실업 1부, 2부 리그가 잘 돼 있단 말이에요. 그런 운영 시스템이나 유스 클럽, 선진국 축구 정착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유스 축구도 같이 배울 겸 어학연수도 할 겸 그래서 갑니다.
◇ 김현정 / 진행
언제 돌아오십니까?
◆ 유영실
6개월 후에 돌아옵니다.
◇ 김현정 / 진행
돌아와서는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되시는 건가요?
◆ 유영실
네. 이제는 한국에 돌아오면 후배들 양성과 또 유소년 축구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유영실 선수, 그동안 한국 여자 축구 대들보로 고생 많이 하셨고 돌아와서는 여자 축구 청소년 축구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3(월) 여자홍명보 유영실 선수"훈련장소도 남자대표팀에 항상 양보.."
200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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