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 앞에서는 400여 일 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학교의 비정규직 교수들, 그러니까 흔히 시간강사라고 불리는 분들인데요. 시간강사의 삶이 팍팍하다, 이런 얘기가 하루 이틀 나온 얘기가 아닌데, 여전히 삶에 변화가 없는 걸까요. 시간 강사로만 20년째 일하고 있다는 분입니다. 영남대학교에서 시간강사 하고 계신 김용섭 선생님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전공이 어떤 건가요?
◆ 김용섭
철학, 독일 현대 철학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우선 시간 강사라는 제도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우선 대학교의 교원 시스템이 시간강사,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이렇게 올라가는 거죠?
◆ 김용섭
네.
◇ 김현정 / 진행
이 중에서 시간 강사만 비정규직인 건가요?
◆ 김용섭
그렇죠. 49년에 최초의 교육법이 제정됐을 때는 강사도 교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77년에 유신정권이 강사를 시간강사와 전임강사로 구분해서 시간강사들은 교원 지위가 박탈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시간 강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어느 정도나 될까요?
◆ 김용섭
전체 강의를 50% 정도를 평균 담당하고 있으니까. 약 7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처우가 어느 정도기에 시간강사 분들이 4백 일 째 농성을 하고 계신 건가요?
◆ 김용섭
우리나라 헌법에는 교원지위 법정주의라고 해서 교원이라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데, 어쨌든 시간 강사는 교원 지위가 박탈됐거든요. 그러니까 교육은 위촉으로 받았지만 교권이 없습니다. 교원이 교원 자격을 유지를 못 하니까 거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죠.
◇ 김현정 / 진행
어떤 면으로 악용?
◆ 김용섭
쉽게 채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저렴한 임금에.
◇ 김현정 / 진행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실례가 안 된다면, 김용섭 선생님의 경우는 어떤지, 강의를 몇 개 정도 맡고 계신데, 한 달 수입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김용섭
저는 이번 학기 4강좌를 하는데, 12시간입니다. 12시간 하면 연봉 450만원 정도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주당 12시간이시고요. 그게 정교수, 부교수와 비교하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건가요?
◆ 김용섭
전임강사하고만 비교해도 한 10% 수준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전임강사라고 하면 교직원으로 인정된 분 중에서도 제일 아래 지위인데도 10%밖에 안 된다고요?
◆ 김용섭
네.
◇ 김현정 / 진행
그럼 특히 현행법에서 수정을 해야 한다면 어떤 것부터 시급하게 수정을 해야 처우가 개선이 될 수 있을까요?
◆ 김용섭
현행 고등교육법 상에 강사를 교원에서 제외해 놨으니까, 고등교육법 14조, 그리고 17조, 이런 부분이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죠. 교원의 범주를 전임강사까지만 교원으로 한정을 해놨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 부분을 바꾸지 않는 한 처우 개선도 어렵다?
◆ 김용섭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시간강사의 처우도 문제입니다만, 대학의 교원 운용 시스템 자체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우리가 시간강사 조금 하다보면 전임강사 채용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김 선생님께서는 20년 동안 기회가 안 온 건가요?
기회는 있었죠. 그런데 지난번 텍사스에서 생을 마감한 한경선 박사가 자살을 하면서 남긴 유서가 있습니다. 그 한경선 박사 유서 내용이, 우리 대학 사회, 교수 사회의 폐쇄성, 위계성, 연고주의, 이런 것을 아주 유서 내용에 써 놨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 잠깐 설명해 주시는 게 좋겠네요?
◆ 김용섭
교수 채용에 있어서 벽이라는 게 출신 학교, 이런 걸 따진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 사회적 벽이 개인으로서는, 일개 개인이 그런 걸 돌파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우리가 흔히 듣긴 합니다. 연줄이 있어야 교수가 되고 그것도 너무나 어렵다, 로비도 엄청나게 오고 간다, 이런 것들이 다 사실인가요?
◆ 김용섭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한 예를 들어주신다면?
◆ 김용섭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인데 서울의 유수한 대학인데, 마지막 채용 단계에서 면담이 있었는데, 5억 이상을 우리 학교에 찬조를 해주면 좋겠다...
◇ 김현정 / 진행
후원금 같이, 기부?
◆ 김용섭
그렇죠. 그러니 저는 돈이 없습니다, 그러면 끝나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거죠?
◆ 김용섭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몇 분이나 천막 농성 참여하고 계세요?
◆ 김용섭
천막 농성에 처음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는데, 강의 등등 힘든 사항이 있으니까 많은 인원이 좀 빠지고 지금 한 5~6명 정도가 유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저는 인터뷰 하면서 걱정되는 게 지금 그나마 있는 시간 강사 자리까지도 위태로워지시는 것 아닌가요?
◆ 김용섭
에이, 그런 것 걱정 안 합니다. 하여튼 세상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게, 저희들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는 거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누가 돌을 던지겠습니까?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4(화) 김용섭 시간강사 "교수채용 최종면접 "5억 들고 와라" 돈없으면 끝나"
20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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