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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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화) 표창원 경찰대 교수 "묻지마 살인은 사회체계 무너진 결과"
200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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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택시 뉴스>에서도 여러 분들의 이야기 들었습니다만, 어제 논현동 옥탑방 고시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이 용의자는 사회에 불만을 품은 30대 남성이었습니다.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세상 살기 싫어서 범행을 저질렀다’. 그야말로 아무 연고도 없고, 원한도 없는 그냥 같은 고시원에 사는 거주자 분들을 향해서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른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이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범죄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닌데요. 최근에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시간에는 이 문제 짚어보도록 하죠. 경찰대학교의 표창원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제 이 소식 듣고 정말 많은 사람들 놀랐습니다. 이게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의 유형이 맞는거죠?

◆ 표창원
전형적인 것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엄연히 자기와 전혀 상관이 없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 분노를 표출하며 살인을 했다는 점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묻지마 살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왜 이렇게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을까요? 그 심리가 뭘까요?

◆ 표창원
글쎄요. 범인이 자기 입으로는 세상이 자기를 무시해서, 살기 싫어서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아마 그 말속에는 오랫동안 쌓여왔던 자기 삶에 대한 비관, 그리고 노력을 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 다른 사람보다는 못하다는 열등감,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는 분노, 남들에 대한 실시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동기로 자극했다 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범인은 우발적으로 그랬다, 이게 감형받기 위해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우발적이라고 계속 강조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상황들을 보니까 검정색 옷 입고 있고, 물안경 쓰고 있고, 마스크 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계획한 것 같은데 어떻게 보셨어요?

◆ 표창원
아마 범인의 심리 속에는 형을 감형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요. 자신의 양심,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완화해보고자 하는 자기 보호적인 방어기질 같고. 그런데 아마 행동의 양태, 범행을 저지른 모습들을 보면 결코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고 말씀하신 것처럼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복장도 갖추고 더구나 불을 저지른 행위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피난해서 나오는 분들에게 준비된 공격 행위를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절대로 우발적인 범행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묻지마 범행에도 이렇게 준비를 하고 계획을 가지고 이러나요?

◆ 표창원
그렇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미국에서 일어났던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 조승희 그 사람은 자신의 범행 준비 과정을 동영상에 담아서 언론사에 보내기고 하고 총기도 여러 개 준비하고 그 전에 텍사스주립대학 1966년이었죠? 총기 난사 사건의 경우 범인이 며칠간 있으면서 범행할 목적으로 옷가지, 휴지, 음식까지 준비해서 범행한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랫동안 사회에 대한 불만 쌓이면서 계획도 차근차근할 수도 있는 거겠군요?

◆ 표창원
그렇죠. 분노 감정이 얼마나 오랫동안 쌓여있고 그것이 내재돼 있었느냐 따라서 준비 과정도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대단히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이뤄지는 그런 양상이 보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런 유형의 묻지마 살인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례 제일 기억에 남으세요?

◆ 표창원
일단 일본에서 최근에 많은 문제가 되고 있죠. 일본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1년에 한 두 차례 일어날까 말까 였는데요.

◇ 김현정 / 진행
이름도 붙더라고요. ‘거리의 악마’, ‘도리마’?

◆ 표창원
일본말로 ‘도리마’, ‘거리의 악마’라고 하면서 그것이 일반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아무 이유 없이 칼을 휘두르거나 또는 차량으로 돌진해서 공격을 해서 살인을 한다든지 이런 범행이 2007년에 8건, 올해는 벌써 11건 갑자기 급증하고 있는 추세고요. 미국에서는 총기 때문에 어린이들마저 학교에 총기 가져가서 자기 친구들과 선생님을 쏴서 살해하는 이런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우리나라에서도 대구 방화 사건도 묻지마 살인에 들어가는 거죠?

◆ 표창원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보이고 있고요. 그 이전에도 아마 어르신분들은 기억하실텐데요. 1996년에 여의도 광장이 지금과 달리 차량 통행이 가능한 광장이었을 때 시각장애인이 자기에 대한 처지 비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차량을 몰고 돌진했던 적이 있죠. 어린이들이 많이 사망하고 부상했던 적이 있었죠. 올해는 벌써 4번째죠. 동해시청, 양구 여고생 살인 사건, 서울 홍제동 살인 사건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뭐가 문제입니까? 사회적으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 표창원
가장 큰 원인은 범인 개인에게 찾아야 되겠고요. 세상이 완벽하지 못하고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대단히 극단적으로 증폭시키고 자기 처지에 대한 비관을 극단적으로 하는 경우에 세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해 버리고 자살 동기와 자살 심리가 형성이 되죠. 혼자 죽기는 싫고 자살은 두렵고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돌려버리는 그런 가장 큰 문제가 범인에게 있는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문제점을 봐야 되겠고요. 사회 체계가 가정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지 않습니까. 물리적인 이혼 뿐만 아니라 가족간 대화 상실되고 있고요. 학교에서는 공부, 진학, 성취에만 관심 있고요.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에 대한 치료나 상담은 잘 안 이뤄지고 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결국 그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이뤄져야만 묻지마 살인 줄일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