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분당 신도시에 16배 되는 규모의 그린벨트를 풀겠다, 엊그제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야당과 환경단체에서는 거세게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환경운동연합 안병옥 사무총장 연결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분당 신도시의 16배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는데, 어느 정도 규모나 되는 건가요?
◆ 안병옥
정부가 풀겠다는 그린벨트 규모가 총 308㎢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분당 신도시의 16배 정도 되고요. 판교 신도시하고 비교하면 33배 정도 되는 면적인데요. 수도권에만 국한해서 보면 분당 신도시의 한 7배 정도가 해제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과거에 이렇게 한꺼번에 풀었던 적이 있습니까?
◆ 안병옥
과거 김대중 정부 때 최초로 그린벨트를 대규모 푼 적이 있죠.
◇ 김현정 / 진행
그 이후로 처음 있는 거군요. 지금 한 가지는 부동산 투기 면에서 걱정이 나오고 있고, 또 한 가지는 환경 면에서 걱정이 나오고 있는데. 오늘은 환경 면을 가지고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환경 보존 가치가 낮은 3~5 등급지를 해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사무총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 안병옥
우선 환경평가 1등급, 2등급인 우량 농지도 이번에 해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고요.
◇ 김현정 / 진행
어느 정도 나요?
◆ 안병옥
비율로 보면 큰 비율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정부가 환경평가 3등급~5등급이라 괜찮다고 하는데요. 사실은 이 지역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1, 2등급 정도로 분류됐던 곳이거든요. 그래서 지난 정부에서도 풀지 않았던 데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다보니까 비닐하우스라든가 불법 창고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거죠. 그러다보니까 등급이 낮아진 거고요.
정부가 관리를 잘못해서 훼손되었다면 원상태로 복원 시키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요. 지금 정부 태도는 일부 훼손됐으니까 아예 전부를 개발하자, 망가뜨리자, 이런 태도라서 이건 정부가 취해서는 안 되는 태도라고 생각을 하고요.
◇ 김현정 / 진행
정부에서는 3,4,5등급, 특히 5등급지 정도이면 이미 비닐하우스 다 들어와 있고 훼손이 됐으니까 여기에 공장 짓고 집 지어서 오히려 사람들 살기 편하게 해주는 게 좋지 않느냐 이 논리인데, 적반하장 식이라는 말씀이세요?
◆ 안병옥
그렇죠.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하면, 그린벨트 외에도 지금 토지규제로 묶여져 있는 곳이 많거든요. 상수원 보호구역 같은 곳이 대표적인데요. 만약에 이번에 그런 논리로 그린벨트를 풀게 되면 토지 규제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편법으로 해서라면 언젠가 정부가 풀어준다, 이런 인식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러면 형평성의 문제가 생겨서 감당하기 어렵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그린벨트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너무 오랫동안 규제하는 바람에 재산권 침해 어마어마하다, 이제는 좀 풀어줘야 하지 않느냐,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 안병옥
그린벨트 지역 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 같은 경우는 재산권 제약이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분들의 고통은 저희들도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토지라는 것이 개인적인 소유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공성도 같이 가지고 있거든요.
그 분들이 지난 1999년에 김대중 정권 때 그린벨트를 풀 때, 실제로 그린벨트가 잘못 지정이 되었거나 아니면 주민들이 굉장히 부당하게 불편을 겪고 있는 부분은 대부분 풀렸거든요.
지금은 물론 시대가 바뀌긴 했습니다만, 그동안의 훼손 위주로 그린벨트를 관리하면서 생긴 문제를 가지고 주민들의 권리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분당 신도시의 16배 되는 그린벨트가 풀릴 경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이 있는 걸까요, 한참 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당장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요?
◆ 안병옥
일단 그린벨트가 왜 필요한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데요. 그린벨트 역할은 보통 두 가지로 얘기를 합니다. 첫 번째는 도시가 무한정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요.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땅값이 오르는 걸 막아주는 기능도 있고요.
두 번째는 도시 주변에 자연녹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삭막한 도시 생태계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린벨트를 풀면 이 두 가지 완충판이 다 사라지는 거고요. 결국은 땅값 상승 문제, 녹지 훼손 문제,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문제죠.
우리나라 작년 교통 분야에서 수도권 교통 혼잡 비용이 12조원이 넘습니다. 대기오염 비용만 해도 8조거든요. 그린벨트가 풀리게 되면 도시 주변의 택지나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대도시권 교통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대기도 오염되고, 결국 비용으로도 다가올 것이다?
◆ 안병옥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이 정도 규모 그린벨트 풀리면 예전에는 환경단체에서 굉장히 크게 반발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조용한 것 같아요?[BestNocut_R]
◆ 안병옥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가 어제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린벨트 해제의 부당성에 대해서 얘기를 했고요. 저희 환경연합뿐만 아니고 환경을 아껴왔던 단체들 같은 경우는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혹시 최근에 최열 전 대표 비롯해서 검찰수사가 여기저기에 있어서 이런 게 좀 위축 시킨 게 아닌가 싶어서요?
◆ 안병옥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멜라민 문제도 상당히 중요한 환경 문제이고, 그린벨트 문제, 갑자기 큰 사안들이 오다 보니까 그런데요. 환경단체는 위축되지 않고 해야 될 주장은 거리낌 없이 할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목) 안병옥 환경련 사무총장"그린벨트,언젠가는 푼다는 인식 줘선 안돼"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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