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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월) 이정희 민노당 정책위의장 "사이버모욕죄,시점상 네티즌 입막는다 받아들여져"
200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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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날 분은 민주노농당의 이정희 신임 정책위의장입니다. 지난주에 정부에서 법치확립을 위한 방안들을 발표했죠. 그중에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 그리고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부분인데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평화시위구역을 지정해서 그곳에서 집회를 할 경우에는 인센티브를 주겠다, 사이버 모욕죄는 현재는 댓글로 모욕을 당한 당사자가 신고를 해야만 댓글 단 사람이 처벌을 받는 친고죄였던 것을 이제는 신고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바꾸는 내용입니다. 강하게 반대하는 분이 바로 이정희 정책위의장입니다. 어떤 이유인지 지금부터 들어보기로 하죠.

◇ 김현정 / 진행

법치 확립을 위한 대책으로 발표가 된 건데요.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이정희

헌법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아주 주효한 내용으로 승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온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에 비추어 보면, 선진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규제하는 쪽으로 또 약화시키는 쪽으로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헌법 정신하고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우선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 중에서도 평화 시위 구역, 이 부분이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 같은데요. 평화시위 구역을 지정해서 거기에서 집회를 할 경우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의무적으로 다 하란 얘기는 아니잖아요?

◆ 이정희

그렇기는 합니다만,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 사실상 그러면 평화시위 구역 안에서 하지 않으면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거죠. 특정한 구역 내에서 하지 않으면. 그러면 사실 집회의 자유라는 것이 어떤 장소에서든지 간에 원칙적으로는 국가안전보장이라든가 질서유지, 공공복리처럼 헌법에 정해진 것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되고, 또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돼서는 안 되고, 원칙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어떤 특정한 구역 내에서 하면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일반적인 시내에서 한다거나 거리에서 할 경우에는 그런 걸 받지 못한다고 하면 그 자체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굉장히 많은 거고요.

◇ 김현정 / 진행

그리고 그럴 경우에는 국민들의 눈총을 받겠네요? 평화구역도 있는데 왜 여기에서 혼잡하게 하느냐, 이런 눈총이요?

◆ 이정희

네, 결국은 아마 평화시위 구역에서만 가서 해라, 이런 식으로 여론이 몰아져갈 수 있기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는 대단히 맞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일부 국민들 중에는 찬성하시는 분들도 꽤 있어요. 집회시위 때문에 아무리 그게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교통 혼잡, 소음, 이런 것 심각하지 않느냐는 건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정희

그 문제에 대해서는 헌법이 일정한 가치 판단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집회와 시위라는 게 민주주의가 만들어지고 또 제 모습을 갖추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는 게 우리 근대 헌법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중요한 원칙이고요.

그것은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것, 또는 교통이 빨리 빨리 통하는 것, 이게 하나의 또 가치일 수는 있지만, 그럼으로써 얻을 편리함보다는 다만 소수라도 집회 시위를 통해서 감춰져 있던 또는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의견을 내놓고 이야기 하고, 그것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한 번 관심을 가져주고 그러면서 말을 하게 되면서 사회하고 완전히 엇나가지 않고 다수의 이야기나 또는 정부의 정책 속에서 자신의 의사를 좀 이야기 하면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이런 것이 훨씬 민주주의 사회 유지라는 공공의 이익에는 맞는다고 헌법이 이미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실 수는 있는데 그것은 참아야 되는 측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또 한 가지는 사이버 모욕죄인데요. 사실 지금까지 모욕죄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했습니다만, 사이버 상에서 악플 다는 사람들, 그런데 이게 친고죄로 돼 있다 보니까 일일이 피해 입은 사람이 신고를 해야 처벌할 수 있는 점, 그러다보니까 제대로 처벌을 못하는 점도 사실 있지 않았습니까?

◆ 이정희

명예훼손죄는 지금도 반의사불벌죄여서요. 일단 수사는 할 수 있고 그게 고소를 하거나 또는 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이러면 비로소 사건이 되지 않는 경우인데요. 지금도 모욕죄는 친고죄라서 고소가 없으면 수사나 기소를 못하는 것은 있지만, 사이버 모욕죄는 아예 명예훼손죄처럼 아예 그냥 모욕만 했을 경우에도 다 수사를 할 수 있게 하겠다, 이런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어떤 부작용이 걱정되세요?

◆ 이정희

원래 모욕죄라는 게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거거든요. 그냥 “나는 당신 싫어해”, “나는 당신 나쁘다고 생각해”, 이것은 구체적인 사실을 놓고 얘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령 어떤 나쁜 일을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것은 당사자로서는 그 사실 자체가 퍼져나가면서 뭔가 큰 피해가 올 소지도 있죠. 하지만 그런 사실관계를 이야기 하지 않고, 당신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만 가지고는 제3자가 보기에 “아니 뭐가 나쁘다는 거냐”, 이렇게 보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의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형법이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로 나누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는 겁니다.

이것을 그냥 나쁘다고 한다고 해서 다 조사를 하고,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특별한 표시를 해야만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면, 당사자는 사실 그냥 그런 경우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을 훨씬 적게 하게 됩니다. 그래서 처벌 범위가 넓어지는 결과가 올 수 있고요. 또 수사 범위 자체는 굉장히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서 넓어지고, 방향 자체가 바뀌어 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이게 악플이 참 문제이긴 한데요.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요. 뭔가 대안이 있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이정희

사실 인터넷이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거기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 문제인데요. 저는 지금 정부가 내놓고 있는 거는 사이버모욕죄라든가, 또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더 확대한다든가 이러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규제일변도로 가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익명성이라는 것은 사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단점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토론, 활발한 이야기, 서로 간의 오가는 이야기라는 중요한 장점의 바탕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는 거고요. 그런 장점을 살리는 방향에서 단점을 어떻게 최소화 시켜 나갈지를 생각해야지, 단점을 먼저 없애겠다고 하다 보면 결국 우리 사회에 대화 공간이라는 중요한 장점을 아주 훼손하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일부에서는 정부에 쓴 소리 하는 사람들 처벌하려고 이런 것 만드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도 있던데요?

◆ 이정희

네, 사실 이런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게 촛불집회가 올해 봄에 시작되면서 나오기 시작한 거죠. 정부의 대책이 특히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 괴담이 많고 거기에 정부 관료들에 대해서 비난이 많고,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시기에 따라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시점 상으로 봐도 인터넷 자체에서 일반적으로 단점을 좀 없애겠다는 측면에서 네티즌들이 이해하기 보다는, 정부가 우리 할 말 못하게 하나보다, 이런 차원에서 사실 지금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기상 오해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 이정희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시간이 없는데요, 한 가지만 더 여쭙죠. 요즘 국회 돌아가는 모습, 민노당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이정희

최근 국회에서는 정부가 금융선진화 법안이라든가 또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이라든가 종부세 완화, 이런 것들 내놓고 있는데요. 저는 여기에서 방향 전환을 하실 필요가 있지 않나,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왔고요. 사실 자칫하면 한국발 위기 될 뻔했습니다.

파산 신청을 한 진원지인 리먼 브러더스를 파산 신청 전에 산업은행이 인수할 뻔 했거든요. 사실 낭떠러지에 떨어지기 직전에 차가 멈춰선 꼴입니다. 정부가 아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금융선진화라는 게 미국식 투자은행을 인수를 해가지고 우리 금융기관들도 대형화하고 파생상품도 다루고 고수익 내겠다, 이런 것이었는데 미국 투자 은행 이미 파산 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런 부분들 보시면서 딱한 생각 드시는군요. 시간관계상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