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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1(목) 9.11테러 생존자 주익수 "비행기 부딪힌 85층 위에 있었다면...아찔"
2008.09.11
조회 5017
벌써 7년 전 일이 됐습니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가 발생한지 7년입니다. 뉴욕 맨하탄 그러니까 미국 경제 심장부로 불리던 월드트레이더센터가 구멍이 뚫린 채 처참한 모습으로 있던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요. 그 날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9.11 테러 당시 월드트레이더센터에서 근무를 하다가 탈출을 한 생존자 한 분을 만납니다. 현대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주익수 상무,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벌써 7년 됐네요.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실 것 같습니다.
◆ 주익수
글쎄요. 저는 7년이 돼서 사실은 좀 잊어버리고 싶은데 꼭 이때만 되면 주위 분들이 말씀하셔서 벌써 7년 됐구나 그런 생각 하게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한국에는 언제 돌아오셨어요?
◆ 주익수
9.11 이후에 3년 더 근무를 하고 2004년에 귀국을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당장 돌아오고 싶은 마음 있으셨을 것 같은데?
◆ 주익수
그런 생각 있었습니다. 그때는...
◇ 김현정 / 진행
여러 가지 여건상...
◆ 주익수
사무실이 없어지고 그래서 그런걸 다 복구하다가 시간이 걸렸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좀 아픈 기억이긴 합니다만 당시 얘기를 안 떠올릴 수 없을 것 같아요. 당시 몇 층에서 근무를 하셨나요?
◆ 주익수
저희는 이제 현지 법인 건물이 타워 1의 78층에 있었고, 아마 제 기억에 비행기는 85층을 치지 않았나 그렇게 기억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7층 밖에 차이가 안 나는 거네요?
◆ 주익수
더구나 친 방향이 제 방이 있던 방향이었기 때문에 꼬리, 날개 정도가 조금만 뒤틀렸으면 제 방이 아마 때리지 않았을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 김현정 / 진행
사고가 나기 전에 그 날도 아주 평범한 오전이었겠죠?
◆ 주익수
그렇습니다. 제 기억에 날씨가 아주 화창했고 상당히 따뜻했던 더위마저 느꼈던 그런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언제 이상한 느낌을 받으셨나요?
◆ 주익수
느낌은 없었고, 사실은 직원들이랑 모닝 미팅을 하고 방으로 돌아오는 순간 8시 10분인가 11분인가 그랬는데,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나서 처음에 저희는 지진이 났나, 그런 생각을 했죠. 이게 워낙 107층이 돼서 바람이 심하게 불면 약간씩 움직이게 설계가 돼 있었어요. 평소에도 그런 기운이 있었는데 그 날은 “꽝” 하면서 콘크리트 기둥이 그냥 무너질 것 같이 휘청했습니다. 그래서 지진인가 보다 하고 직원들한테 엎드려 하고 저도 엎드렸는데 창 쪽으로 얼굴을 돌리니까 빛나는 물체가 그냥 떨어져 내려가는 걸 봤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비행기의 잔해였지 않았나. 그 정도로 강한 충격을 느꼈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일단 지진이라고 생각하고 엎드리고 탈출을 하신 거죠?
◆ 주익수
그렇습니다.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비상 이머전시한테 전화했더니 무조건 내려와라. 그러면서 운이 좋지 않았나. 5분 정도 고민하다가 노트북, PC 챙길 사람 챙겨라. 그래서 문을 열고 복도에 나갔더니 이미 엘리베이터는 기둥에 금이 가고 해 가지고 비상계단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죠.
◇ 김현정 / 진행
그래도 그 와중에 5분 정도 고민하고 노트북도 챙기고 여유가 있었던건데 사실 비행기가 충돌한 거라는걸 알았으면 못 했을 텐데. 그렇죠?
◆ 주익수
네.
◇ 김현정 / 진행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한 생사의 갈림길에 당시 서 계셨던 건데요. 78층을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계단으로 몰렸을 것 아닙니까? 어땠어요?
◆ 주익수
상당히 질서 정연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체적인 상황을 몰랐고, 농담도 하면서 휴가 받겠구나, 이런 미국 친구들도 농담 하면서 내려갔는데, 40층쯤 내려갔을 때 소방대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도끼로 탈출 못한 사람들이 있는지 각 방을 깨면서 확인하면서 올라왔고, 그 사람들한테 전해 들었는데 옆에 빌딩에 비행기가, 테러와 관련이 있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안 좋아졌죠. 지금 생각하면 완전 장비를 하고 올라온 소방관들, 경찰 이런 사람들이 운명을 달리했지 않았나.
◇ 김현정 / 진행
건물에서 빠져나온 분들은 거의 다 빠져 나왔는데, 아래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위험해 졌던 거군요?
◆ 주익수
그렇습니다. 구조 대원들이 위험해 졌고 비행기가 85층을 쳤기 때문에 그 위에 계신 분들은 다 내려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주 상무님하고 같이 있던 동료분들, 옆 방에 계신 분들 다 괜찮으신가요?
◆ 주익수
저희 층은 많이 탈출했고, 저희 층에 미국 시각장애인이 한 분 계시고, 그 분이 개를 맹인견이라고 그러죠. 그거를 해서 근무를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분도 탈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다행입니다. 그런데 큰 일 당하고 나면 ‘트라우마’라고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굉장한 충격 때문에 고생 오래 한다 들었는데 괜찮으세요?
◆ 주익수
다행히 저희 직원들은 큰 부상은 없었고, 먼지를 많이 뒤집어쓰고 눈에 많이 들어가서 안과를 다녀왔습니다. 불행히도 저희 직원 한 명 중에 시력이 저하된 직원 한 명 있었고, 그 외에는 특별한 외상 없었고, 스트레스나 악몽은 조금 후유증이 있었죠. 이제는 많이 거의 극복이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다행입니다. 탈출하고 나서 얼마 후 빌딩 무너진 건가요?
◆ 주익수
정확히 모르겠지만 탈출하고, 3-4블럭을 북쪽으로 탈출 요원이 고 노스라고 발로 차면서, 그래서 3-4블럭 왔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 나서 뒤 돌아보니까 제가 나온 빌딩이 무너졌거든요. 제 기억으로는 10분이 채 안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5분에서 10분 사이 정도에.
◇ 김현정 / 진행
그 순간, 어떻게 서 계셨어요? 저는 서있지 못할 것 같은데.
◆ 주익수
그냥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건물이 무너지는데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무너졌는지.
◇ 김현정 / 진행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 주익수
네. 그래서 직원들 이제 핸드폰 번호를 찍으면서 생사를 확인하면서 그 자리에 1시간 정도 서 있었습니다. 그때 핸드폰이 통화가 잘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요. 저희 집, 직원들 집, 마지막 직원은 통화를 못 했지만 핸드폰 번호가 찍힌 것만 확인하고 살았구나 저희 직원들 생사를 다 확인하고는 북쪽으로 올라갔죠.
◇ 김현정 / 진행
목적이 뭐가 됐든지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 폭격, 전쟁 더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텐데. 그 이후에도 전쟁이 일어나고 테러도 있고 그렇습니다. 테러를 직접 겪은 분으로서 이런 전쟁, 테러, 폭격 보면 어떤 생각 드세요? 그런 뉴스 보실 때마다?
◆ 주익수
글쎄요. 있어서는 안 될 일인 것 같고요. 작은 바람이지만 가족에 충실해야 되겠다. 그런 내 하루 하루 생활에 충실하게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 했고.
◇ 김현정 / 진행
개인적인 인생관, 테도 변하고?
◆ 주익수
귀국하기 전에 뉴욕에서 대정전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 있었는데, 그때는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서 저희 직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던 기억이 나고요. 그런 일이 항상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일어나는 상황이니까. 바람이 있다면 제 주변에서는 좀...
◇ 김현정 / 진행
물론입니다. 주익수 상무님 주변에서 더 이상 그런 일 일어나면 안 되겠고요. 우리 세계 평화 우리가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는 추상적인 평화 말고. 내 주변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세계 평화 반드시 지켜야 겠다, 오늘 큰 이야기 해 봅니다. 사실은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라 다시 꺼내기 쉽지 않았을텐데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