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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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목) 개천미술대전 대상, 번개시장 손동환 "그릇팔며 옆에서 그림그렸다"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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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분이 미술대전에서 대상까지 받았다면 그 실력, 노력 얼마나 대단했을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려는 분은 제58회 개천미술대전 한국화 부분에서 대상을 받은 분입니다. 대구의 재래시장에서 20년 넘게 그릇을 팔아온 분이세요. 이 분이 독학으로 결국은 미술대전에서 대상까지 받았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정말 축하드립니다.

◆ 손동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몇 명의 경쟁자를 재치고 대상 받으신 거예요?

◆ 손동환
그게 출품작 한국화 부분이 192명이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긴, 오래된 미술대전이라고 들었는데요?

◆ 손동환
그렇습니다. 올해로 58회이고 아주 역사가 깊은 그런 대전이죠. 전국적인 규모죠.

◇ 김현정 / 진행
대상 소식 들었을 때 소감은 어떠셨어요?

◆ 손동환
사실은 제가 2006년, 2007년 내 가지고 내리 특선을 했는데, 올해 특선만 하면 추천 작가가 됩니다. 그런데 그것까지 생각 안 하고, 특선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출품했는데 뜻하지 않게 그런 영광 받으니까 심장 멈출 정도의 그런 충격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손 선생님이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가 미술 전공한 분이 아니고, 대구 재래시장에서 주방용품 팔았오셨다면서요? 대구 무슨 시장입니까?

◆ 손동환
대구역 옆에 번개시장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주방용품 파시는 그 와중에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신 거예요?

◆ 손동환
그렇죠. 어릴 적에 그림에 조금 남다른 소질이 있어서 그리기 시작해 가지고, 실기나 사생대회 나가서 입선도 하다 보니까 그림이 좋아서 하고 싶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렵다 보니 생활 전선에 안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접고 항상 동경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이제 애들 다 키우고 불혹이 넘은 나이에 독학으로 시작했습니다. 독학으로 시작해 가지고 하다 보니까 중국 화풍 그런 관념적인 걸 그리다 보니 도저히 한국에 맞지 않는 그림이다 생각해 가지고 교육원 찾기 시작했습니다. 입문한지 5년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그릇을 팔면서 옆에서 그림 그리신 거예요? 아니면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리신 거예요?

◆ 손동환
아침에 문을 열면 정리가 되면 무조건 붓을 잡게 되죠. 손님 없게 되면.

◇ 김현정 / 진행
일단 붓을 잡고, 손님 들어오면 장사 하고?

◆ 손동환
그렇죠. 손님 들어올 때는 팔고 그렇게 했는데, 사실은 애들도 그렇고 우리 처도 그렇고 그런 것을 굉장히 처음에는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돈 버는게 우선인데 그런거 해서 뭐 하느냐.

◇ 김현정 / 진행
손님들 나간다, 그림 그리는 동안 그런 말씀 하셨을 수도 있고.

◆ 손동환
손님들도 처음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점포에서 그리고 있는걸 우습게 봤겠죠. 그러나 지금은 각종 공모전에 수상도 하고 최우수상도 받고 하다 보니까 이제는 그림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오히려 방해될까봐 살짝 물건을 가지고 와서 이거 얼마입니까 묻고 돈 내고 가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제가 고마움을 느끼죠.

◇ 김현정 / 진행
이제는 번개시장에서 유명한 분, 유명한 가게 되셨겠어요?

◆ 손동환
네. (웃음)

◇ 김현정 / 진행
그림 한 장 걸어 놓았나요? 상점에?

◆ 손동환
그러니까 여기에는 합판이 항상 걸려 있고, 누구나 와서 그린 그림을 볼 수도 있고 작업하는 모습도 다 공개가 되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저는 이 정도로 재능이 있으신 분이 얼마나 미술 공부를 전공도 하고 싶고 학교 가서 배우고 싶었을 텐데 불혹이 넘는 나이까지 참으셨을까 이런 생각하면 가슴 아프기도 하고 그러네요.

◆ 손동환
고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대단합니다. 참 어려운 시기인데 끝으로 소원하는 것, 꿈이 있는데도 여건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는 많은 서민들, 많은 분들에게 한 말씀, 용기 건네주시죠?

◆ 손동환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거는 늦다고 생각하는 때가 빠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의 길이 없어서 배우지 못한 분들, 육십이 넘어도 하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만학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나는 뭘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돼, 안 받쳐줘 이런 말 많이 하는데 사연 듣고 보니까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생각 드네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그려주세요.

◆ 손동환
감사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제 58회 개천미술대전에서 면경대 만추라는 작품으로 한국화 부분 대상을 받으신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