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달러 환율의 움직임, 심상치가 않습니다. 어제 원 달러 환율은 1,080원, 정확히는 1,078원 90전에 다다랐는데요. 이게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라고 하죠. 이번 달의 원화 가치 하락 폭은 세계 최고수준 이었습니다. 이러다가 1,100원까지 올라서는 게 아니냐, 어떤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환율 방어한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선 게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한나라당의 경제통인 나성린 제3정조부위원장 연결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경제학자 출신이신데요. 오늘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학자 입장에서 냉철하게 분석을 해주십쇼. 1,078원 90전까지 올랐습니다. 가파르게 오르는 환율,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나성린
우선 최근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유가 유럽이나 일본 경제가 아주 안 좋습니다. 최근에 마이너스 성장까지 했거든요. 그래서 달러 강세를 보이니까 아시아권 화폐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요. 두 번째는 선진국 금융시장이 아직까지 굉장히 불안합니다. 유동성 부족을 느끼는 외국 투자가들이 우리나라 증시에서 자꾸 팔고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세 번째는 외환 수급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무역 수지, 특히 경상 수지가 적자를 계속하고 있거든요. 8월까지 누적 적자가 63억 달러입니다. 이런 것들이 환율 급상승 요인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지난달까지 정부는 외환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서요. 1,000원 초반 대 유지했었잖아요. 200억달러 가까이 썼다고 하는데?
◆ 나성린
네, 좀 낮추려고 노력했죠, 정부가.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러면 몇 달 간 정부가 개입했던 게 별로 효과가 없었던 건가요?
◆ 나성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죠. 그런데 그게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했죠. 그런데 마침 또 여러 가지 요인으로, 조금 전에 말씀드린 요인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다 보니까, 그동안의 개입 효과가 상당히 사라진 것이죠. 그래서 지금 정부가 개입을 해야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는데, 우선 지금 개입을 하게 되면 효과가 불분명합니다. 지금 외환당국이 굉장히 조심을 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불분명한 이유는 이미 투자가들, 투기하는 사람들이 면역이 생겨서 그런 거죠?
◆ 나성린
그렇죠. 잘못하면 투기꾼, 투기만 조장할 수 있고, 지금 시장 펜더멘탈 자체가 달러 강세로 가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개입해도, 달러 강세를 막을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주시를 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그런데 워낙 우리나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주 미세하게 개입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개입을 하긴 하는데, 외환보유고 자꾸 줄어드는 게 보이니까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바라보고만 있자니 오르는 게 보통 오름새가 아니고, 참 애매한 상황?
◆ 나성린
사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1,080원을 넘어섰을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아, 어제도 아슬아슬하게 막은 거군요?
◆ 나성린
네, 네.
◇ 김현정 / 진행
그럼 이거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나요?
◆ 나성린
워낙 외부적인 요인이 강할 때는 우리 정부가 크게 개입해도. 또 개입을 하면 반대론자들은 왜 개입하느냐고 난리거든요. 시장 원리에 맡기지 않고.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크게 개입할 수 없어요. 일단 시장 상황 주시하면서 미세하게, 너무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세하게 개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장상황이 나중에, 이게 계속 달러 값이 오르다 보면 또 나중에 수요 공급 원리에 의해서 내려가게 돼 있거든요. 그 상황을 기다려봐야죠.
◇ 김현정 / 진행
그럼 몇 달 동안 쏟아 부은 돈, 지금 와서 보면 잘못한 것 아닌가요?
◆ 나성린
그런데 그 당시에는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 당시에는 개입을 너무 드러나게 해서 문제가 됐었는데. 그때 우리가 개입한 게, 그렇게 크게 개입하지 않았어요. 달러 매각한 게 한 2, 30억 달러 밖에 안 되니까.
◇ 김현정 / 진행
그래도 공개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서 투기꾼들에게 패를 읽힌 게 아니냐?
◆ 나성린
그렇죠. 그런 비판이 많았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약에 세계적인 달러 강세가 없었으면 그 효과가 지속됐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 당시에 판단하기 굉장히 힘듭니다. 그런데 정부로서는, 학자출신으로서 얘기하지만, 너무 심하게 개입 하지 말라, 가능하면 시장 원리에 맡기고 너무 지나친 쏠림 현상이 발생할 때는 우리가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이유도, 필요할 때 개입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거거든요. 미세조정은 필요한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이렇게 환율이 오르는 원인 가운데 또 한 가지는, 기업들이 달러를 급히 사 모으고 있다는데. 시중에 9월 외환위기설이 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심리를 사 모으는 쪽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9월 위기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나성린
외화가 고갈되지 않느냐 우려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 우려는 사실상 그렇게 크지 않다, 이렇게 일단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외화보유고가 2,600억 달라 가까이 되거든요. 이것이 결코 작은 외환보유고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도 4대 내지 5대, 크게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물론 우리가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해서 달러를 매도하게 되면 급격히 줄어들 수 있죠. 그런데 일단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 보유고가 충분하냐 아니냐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죠. 일단 우리가 3개월 치 수입액이나 외국 주식투자액보다는 이게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이렇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물론 단기 외채를 포함하면 외환보유고가 불충분하지 않나, 하지만. 단기 외채라는 것이 최근에 조선 부문이 굉장히 호황을 보임에 따라서 발생한 외채입니다. 그렇게 우려할 바는 아니고. 특히 단기 채권이 단기 외채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두 번째는 많은 사람들 우려하는 것이 유동외채의 비율이 너무 크지 않느냐,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1년 만기 이내의 단기외채 비율이 크지 않느냐 하는 것인데, 한 80% 됩니다. 그런데 IMF가 100% 미만이면 안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아직 괜찮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이 지금 이 상태가 계속 되면 지금 상황보다 나빠질 수가 있지 않느냐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죠. 그래서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일단은 주시해야 된다, 지금 외환보유고라는 괜찮다는 말씀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언제까지 일단 시장을 바라보다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환율이 더 오르면 그때는 끼어들어야 된다고 보십니까?
◆ 나성린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운데요.
◇ 김현정 / 진행
어느 정도 수준이 정말 위험 수준, 빨간 불입니까?
◆ 나성린
지금 1,100원 갈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 진행
오늘 1,100원 넘을 거란 얘기도 있죠.
◆ 나성린
네, 그건 지금 기우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1,100원 넘어가면 사실 위험 수위라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 진행
청취자들 문자 오고 있습니다. 2872님이 어설픈 정책 판단 착오가 이런 사태를 초래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문자 오고 있네요.
사실 지난 내각 개편할 때 강만수 장관 교체 얘기도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그때 교체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다시 고개를 들고요. 환율 정책, 뾰족한 대책이 없어서 답답한 생각이 드네요. 의원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0826(화) 나성린 한나라당 제3정조부위원장 "9월 외환위기설, 우려 상황 아니다"
200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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