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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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3(수)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 "청와대, 자신없으니 치졸한 방법써"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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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 전격적인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강제 구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한 지 하루만의 일입니다. 언론시민단체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활동을 오래 해왔고요. 방송의 정책, 행정,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입니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최민희 전 부위원장과 함께 이 문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제 전격적으로 정연주 사장에 대한 체포가 이뤄졌는데, 이건 어떤 이유로 체포가 된 거죠?

◆ 최민희

2005년에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법인세 환급 소송을 했습니다. 이때 1심에서 KBS가 이겼는데요. 2심을 하지 않고 법원이 국세청과 KBS에 중재안을 냈습니다. 그래서 총 2,300억원이 환급 대상인데, 이때 KBS가 556억원을 돌려받고 이 재판을 끝냈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 KBS 내부사원 중 한 명이 이게 정연주 사장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2,30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 556억을 돌려받고 소송을 끝냈다, 그래서 이게 KBS에 손해를 입혔다, 배임이다, 그래서 고발을 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를 했고요. 5번에 걸쳐서 정 사장을 소환했는데, 정 사장이 소환에 불응한 것에 대한 체포였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게 지금까지 안 되다가 어제 전격적으로 이뤄진 거군요?

◆ 최민희

이명박 대통령이 KBS 이사회의 제청에 따라 정 사장을 불법적으로 해임하고 나서 검찰이 힘을 받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신 분으로서 이번 KBS 사태를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봐오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의 상황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최민희

일단 저는 상상초월의 사태가 민주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요. 저는 언론운동, 방송독립을 위해서 거의 25년을 일해 온 사람으로서 굉장히 참담한 심정입니다.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이 의회에서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을 바꾸어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방송계를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하면서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지 정말 제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고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왜 이 정부가 이렇게 참담하게 만드느냐, 기가 막힙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말씀하신 것대로 국회법에 따라서 차근차근 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하는 것이라고 추측을 하십니까?

◆ 최민희

아주 급했던 거죠.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경우 지난번에 이 정권의 지지율 탓이 정연주 사장 탓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정권 초기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쇠고기 사태 등 국정운영의 미숙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최고 지도자의 이랬다저랬다 하는 헷갈리는 행보 때문에 국민들이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지지할 수가 없어서 등을 돌린 거죠.

그런데 자성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것을 방송 탓으로 돌리고, 그 방송 탓의 핵심에 정연주 탓이 있고, 그리고 지난 해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이 터졌을 때도 사실 BBK 의혹이 있으니까 언론이 최소한의 의무를 하기 위해서 보도한 건데, 이것 역시 BBK가 별 것 아닌데 방송이 부풀렸다는 왜곡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떻게 보면, 방송을 장악하려는 목적으로 이렇게 성급하게 서두른다, 이렇게 보고 계시다는 말씀인가요?

◆ 최민희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방송의 독립의 문제에 있어서 참 아이러니한 것은... 청와대와 KBS 이사회도 바로 그 공정한 방송을 위해서, 방송의 독립을 위해서 정 사장이 KBS를 떠나야 한다, 이런 입장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최민희 전 부위원장께서 말씀하시는 공정한 방송을 위해서 이것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청와대나 KBS 이사회가 공정한 방송을 위해서 정 사정이 떠나야 한다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주장을 가지고 대립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 최민희

그건 정부여당이나 청와대가 내놓는 명분이고요. 실질은 이미 방송 규제 정책의 최고결정기관의 책임자가 이미 정연주 사장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고, 그런 인식을 다 드러낸 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고 박재완 수석 같은 경우는 최고 통치권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솔직한 심정을 숨기지 못 하고 드러낸 상황에서, 이렇게 말 따로 행동 따로, 의도 따로 행동 따로, 이런 일은 안 해야 국민이 헷갈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럼 이제 해임권이 있느냐 없느냐, 이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결국 편파방송을 했느냐 안 했느냐, 누가 사장을 하면 독립성이 훼손되고 누가 사장을 하면 그게 지켜지고, 이런 논란은 아무리 논란을 벌여도 이게 객관적으로는 승패가 갈리지 않는 논쟁들이 되니까, 결국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임할 권리가 대통령에게 있느냐 없느냐, 이 부분만이 법적으로 가릴 수 있는 핵심 쟁점으로 남겠네요?

◆ 최민희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2000년에 통합방송법을 만들 때 사실은 이것이 늘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공영방송 사장에 대해서 임면권을 둔 시기도 있었고요. 그리고 이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꾸었다가 또 다시 임면권으로 바꾼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 통합방송법 만들 때 저희가 이 모든 것을 다 사회적으로 토론을 했고요. 그 토론회 결과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는 토대가 된다는 인식 하에 당시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 사장에 대해서 임면권을 두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한다, 이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요. 당시 방송개혁위원회의 합의의 결과를 받아들여 준겁니다, 정치권이. 그래서 당시에 임면권은 빼고 임명권만 두게 된 겁니다.

지금 방송정책 전반을 규제하는 것이 방송법이기 때문에요. 방송법에 명문화 된 것이 ‘임명권’이고요. 임면권은 명문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법의 정신에 충실한 것이 맞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논란이 돼 왔고, 저희도 어제 인터뷰를 통해서 찬반의 이야기들을 들어봤기 때문에요. 오늘 더 깊이 질문을 안 드리겠습니다. 중요한 건 정연주 전 사장이 지금 행정소송을 제기 한 상태인데,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계십니까?

◆ 최민희

일단 사법부가 이번에 체포 영장을 발부해 준 것은 검찰이 다섯 차례 소환해서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정 사장이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영장을 발부한 겁니다.

이게 확대 해석되면 곤란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이후에 소송 과정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검찰이나 기타 다른 정부기관보다는 법 정신에 충실하지 않을까, 저희가 기대 하고요. 방송법 정신과 방송법 법조문, 그리고 방송법을 만들 때 했던 사회적 합의에 중심을 두고,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해임권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는 따로 떼어 두고요. 청와대의 주장대로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다고 했을 경우, 그리고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독립적이고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위해서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는 거다, 라고 했을 경우. 결국 이 청와대 말을 증명하는 길은 후임 사장 임명을 잡음 없이, 투명하게 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최민희

잠깐만요, 그 전에 체크할 게 있습니다. 만약에 청와대가 법리적으로 대통령에게 KBS 사장 임면권이 있다고 확신했다면, 무엇 때문에 이 말도 안 되는 2005년 법인세 환급 사건은 사실은 KBS가 사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고, 국세청과 KBS 간의 갈등이었는데, 이런 문제를 오래된 서랍 속에서 끄집어내어서 문제를 삼고, 여기저기 국세청 동원하고 이렇게 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그냥 해임하면 되지.

이것은 법리적 논쟁에서 자신이 없고, 반대 논리가 만만치 않고, 오히려 반대 논리가 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국가기관을 총 동원한 치졸한 방법을 쓴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할 일이, 지금 후임사장 운운하는 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정 사장을 대통령이 해임한 것이 법을 위배한 것인가 아닌가, 이게 오히려 더 쟁점이라고 보고요.

만약에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국민이. 학교에서 우리가 아이들한테 뭐를 가르치겠습니까? 그리고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 이것 애들한테 가르쳐야 합니까? 반장선거 해서, 야 너 반장됐으니까, 니 마음대로 해, 이것 애들한테 가르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첨예하게 법리적으로 논쟁이 되는 사안은 저희가 보기엔 대통령이 저렇게 하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이미 인사 논의는 지금 시작된 것 아닌가요, KBS 내에서?

◆ 최민희

지금 KBS 내에서 방송독립성쟁취국민행동을 사원들이 만들어서요. KBS 노조가 그동안 정 사장 반대, 정 사장 퇴진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은 아니다,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까지 반대했던 사람들조차도 이런 방법은 아니다?

◆ 최민희

이런 식은 아니다, 그러니까 다 아시다시피 정연주 사장이 KBS 들어와서 팀제로 전환하고, 지역국 9개 통폐합 하고, 이런 과정에서 기술직 등 일부, 많은 사원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KBS의 방만한 경영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불행하지만 겪어야 될 일이기도 했는데요. 그것 때문에 반대하는 세력이 노조를 장악한 것은 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노조조차도 정부 여당의 이런 식의 방송장악 행태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전임정권의 코드 인사니까,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이것은 성립이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코드 인사였든, 혹은 그 사람이 내부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던 간에, 정상적인 방법,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방법 자체가 틀렸다, 이런 주장이신 거죠?

◆ 최민희

민주주의 사회는 결국은 법과 절차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회입니다. 여러 가지 입장 차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것, 민주사회의 정체성을 부정하겠다는 거라고 보고요. 가장 핵심적인 게 일부 후임 KBS 사장으로 거명되는 분들 중에, 이 법원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때 감사를 했던 분도 있습니다. 2004년에서 2005년, 정 사장이 중재안을 받아들일 때요.
그때 감사실이 정 사장에게 매우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정치적으로. 그런데도 감사실에서도 법원의 중재안이 적절하다, 이런 안을 냈던 겁니다. 그리고 그때 감사를 하던 분이 KBS 사장 후임 인선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건 정말 블랙코미디 아닌가요?

◇ 김현정 / 진행

지금 청취자 9427님이 이런 질문 주셨네요. 그렇다면 지난 정부의 언론 정책은 좋았습니까?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최민희

최소한 지난 정권은 예를 들면 언론중재 신청이라든지, 이런 할 수 있는 법적절차에 따라 언론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고요. 이런 식으로 사장을 어거지로 바꾼다든지, 이런 것 정권 초기에 서동구 사장 절차를 밟아서 하려다가 사회적 반대에 부딪쳐서 실패한 것 아닙니까? 그 이후론 그런 일을 시도할 수도 없었고요. 최소한 지난 정권은 학계나 시민사회나 정치권에서 올바른 문제제기를 하면 막무가내 식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만약 사법부가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최민희

저는 만약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로 유명하거든요. (웃음) 만약은 가정할 수 없고요. 저는 그래도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보다 가장 크다고 보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가 그렇게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다른 국가기관이 하듯이 홍위병처럼 동원되거나 이러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