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하여 옛날부터 행해져왔고,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누기 위하여 행하기도 한다” 특별사면이라는 말을 제가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이렇게 정의가 돼 있더라고요.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8.15 특별사면과 복권대상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예상대로 재벌총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데요. 형 확정 판결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특사명단에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오른 사실을 두고 사면권에 대한 회의론이 또 불거지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세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하태훈 실행위원장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제 발표된 8.15 특별사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 하태훈
최근 새 정부 들어와서 권한 나누기라든지 법치의 무시, 이런 논란들이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요. 어제 특별사면을 보니까 권한 남용의 절정, 법치 훼손의 완결판,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권한 남용의 절정이라고요?
◆ 하태훈
그렇죠. 사면권도 남용이 됐고, 그 전에 인사권이라든지 등등 여러 가지 대통령 권한의 남용이라고 하는 것들이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 진행
그것들 중의 절정이다, 왜 그렇게까지 보시게 된 거죠?
◆ 하태훈
그야 말로 말씀하신 것처럼 확정 판결문이 마르기도 전에, 아직 형이 집행되고 있는 도중인 분들까지도 다 사면을 시켰고. 그래서 사법부의 판결을 그대로 무시해 버리는 그런 점에서는 법치 훼손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가장 뜨거운 논란 꺼리는 지금 말씀하시는 것대로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 부분이 될 것 같은데요. 한화의 김승연 회장, 현대의 정몽구 회장, SK의 최태원 회장, 또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이런 분들이 논란인 것 같아요. 형 확정 된 지 서너 달 안 된 사람도 있고, 제대로 추징금 안 낸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실상이 어떤가요?
◆ 하태훈
저는 이런 분들이 끼어 있는 것을 보고, 명분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기업인 사면이다, 이렇게 돼 있지만, 두 가지의 끼어 넣기가 있었다고 봅니다. 보복 폭행을 했던 다른, 경제범죄가 아닌, 그런 범죄의 기업인도 포함이 됐고. 그 다음에 슬쩍 끼워 넣어진 분들이 언론사 사주라든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선고를 받은 분들이라든지, 아니면 뇌물을 받은 비리 측근, 이런 분들까지도 포함이 돼서, 명분은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국민 화합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실은, 명분과 실제는 다르다고 보여 집니다.
◇ 김현정 / 진행
특히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요. 이 분은 지금 추징금 납부를 안 한 상태인데, 그래도 원래 사면이 가능한 건가요?
◆ 하태훈
사면 논란이 있을 때 마구잡이로 다 기업인들은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추징금 같은 것도 잘 납부하고,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보니까 추징금 납부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한다면 법 집행기관인 법무부가 스스로 법을 무시하게 되는 거죠. 추징금 납부도 하지 않았고, 또 사회봉사명령도 백여 시간 남아있는 분들까지 사면을 시켰다고 하는 것은 형 집행기관으로서 스스로 그 임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원래 특별 사면이라는 것은 어떤 제한 조건 같은 건 없는 건가요?
◆ 하태훈
제한 조건은 사면법에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냥 죄를 범한 자, 이렇게 돼 있기 때문에, 사실은 그런 점에서도 사면법을 좀 구체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요건을 좀 구체화해서, 제한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개정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권노갑 의원 같은 경우는 추징금 납부 안 해서 이번에 특사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법무부가 설명을 해서요. 기준이 좀 다른 건가, 이런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 하태훈
네.
◇ 김현정 / 진행
청취자 한 분이 질문을 주셨네요. 저도 이 질문 드리려고 했는데, 같은 질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설명을 하셨어요... “일각에서 비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부정적이지만, 기업인들이 해외활동을 하는 데에 불편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점을 감안해서 결단을 내렸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것도 일리 있는 주장 아닌가요?
◆ 하태훈
경제가 그렇게 해서 살려진다면, 그래도 사면의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저는 경제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그것 가지고 경제가 살려질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업이라고 하는 것이 기업 총수 한 사람으로 인해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총수 한 사람의 전과를 지워준다고 해서, 기업이 살려지는 것도 아니고 경제가 살려지는 것도 아니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사면의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우리가 흔히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곳들, 혹은 경제 선진국, 거의 일치하니까요. 그런 선진국에서는 어떤 가요, 이 특별사면?
◆ 하태훈
외국의 경우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사면권은 고유한 권한인데요. 아마도 우리처럼 이렇게 남발되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 역대 대통령 모두 다 그랬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는 한나라당이 사면법이 제정된 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안을 냈을 정도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그런 내용의 개정안을 냈던 것으로 봐서도 우리에게 너무 비일비재했던, 사면권의 남용 실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지 않아도 지난 정권에서 이 논란이 컸는데요. 그래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잖아요. 그리고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특별 사면도 하게 됐는데, 이번에도 그게 적용이 된 건가요?
◆ 하태훈
그렇죠. 그 법이 1월부터 시행이 돼서, 지난번에 한 번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서 했던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이번에 대대적으로 했는데. 그 위원회가 구성이 되어 있는데, 사실은 그 위원회가 구성이 됐다고 하는 것은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취지인데, 아마도 형식적으로 그냥 어떤 절차,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구성도 사실은 법무부나 검찰 인사가 5명이 들어가 있고, 외부 인사는 4명밖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그냥 승인해 버리는 그런 기구가 아니었나,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 법치주의의 훼손인데, 그 사면심사위원회가 법치주의 훼손에 어떤 방조를 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이 특별 사면이 국민이 공감할 만한 그런 기준을 가지고 이뤄지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세요?
◆ 하태훈
사면심사위원회가 잘 운영이 된다고 하면 될 텐데, 그것도 형식적인 기구에 그쳤고요. 제가 보기에는 사면이라고 하는 것은 사법부의 판결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면심사위원회에 사법부의 인사들이 많이 들어가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특별 사면 대상의 요건들을 조금 더 구체화 시켜야지만 그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사면시킴으로 해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사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4665님이 이런 질문 주셨어요. 특별사면이 왜 특별사면입니까,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준 건데, 그렇게 제한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라고 주셨네요?
◆ 하태훈
그렇죠. 사면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다만 그것이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너무나 자의적으로 남용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삼는 것이거든요. 그 대상을 좀 제한하고 절차를 좀 투명하게 하는 식으로 개정이 돼야한다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의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요?
◆ 하태훈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결국은 재판부가 이렇게 하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뒤집어 버린다는 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지적들을 지금 청취자 분들이 많이 주고 계시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0813(수) 고려대 하태훈 교수 "사면심사위원회,법치주의 훼손 방조했다"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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