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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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4(목) 박성제 MBC노조위원장"비판 언론 길들이겠다는 정권과 보수언론의 합작품"
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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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MBC의 입장을 듣겠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노조의 입장이죠. 그제 MBC가 PD수첩 광우병 방송 내용에 대해서 시청자에게 사과 방송을 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수용한 조치인데요. 이것을 두고 MBC 내부에서는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다, 라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을 연결해서 입장을 들어보도록 하죠.

◇ 김현정 / 진행

언론인으로서 이번 사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 박성제

저도 기자생활을 했던 사람이고요. 그런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참담하고 자괴감을 많이 느낍니다. MBC와 PD수첩을 사랑해주시고 기대를 많이 주신 시청자나 국민 여러분께 오히려 사과 방송을 막지 못 해서, 제가 사과를 드리고 싶은 그런 심정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우선 지금 말씀하신 사과방송 송출과정부터 짚어보죠. MBC 경영진이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과방송 결정을 받아들인 건데, 여기에는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거죠?

◆ 박성제

엄기영 사장과 경영진의 결정은 공영방송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방송을, 그런 제작진의 행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게 아닌가.
특히 구성원들의 반발이 분명히 예상되는데도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그만큼 정권 차원의 압박이 거셌음을 미루어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서 경영진이 정권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 좀 편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 진행

정권으로부터 압박이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 부분은 혹시 어떤 근거가 있는 겁니까?

◆ 박성제

근거가 있는 건 아니고요. 일부 정권의 힘 있는 분들이나, 한나라당의 주요 실세들이 PD수첩 사과하고, 제작진 징계해야 한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발언을 최근에 여러 차례 많이 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다 직간접적인 압력이 된다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혹시 더 큰 문제, 예를 들면 경찰의 압수수색이라든지 이런 걸로부터 방송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경영진이 이런 방법을 택한 면도 있다고 보십니까?

◆ 박성제

그런 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엄기영 사장이 그제 오후 확대간부회의에서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본인이 발언을 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또 회사를 나름대로 어려움에서 지키겠다는 의도가, 저희가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결정이 단견적인,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결정이고, 장기적으로 공영방송 MBC가 비판 언론으로써 정권을 견제하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해 달라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 하고, MBC의 앞으로 미래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는 결정이라는 것이 저희 노동조합의 입장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작은 부분이라도 PD수첩이 오역이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 수 있는 건 아닌가요?

◆ 박성제

그렇죠. 이미 번역 상의 오역, 생방송 진행 중의 실수 부분에 관해서는 충분히 저희가 사과를 했고 그것이 충분하지 못 하다는 지적이 있을 경우에는,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는 것도 저는 맞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 전체, 그리고 대부분의 내용이 불공정한 것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지금 분위기이거든요. 그런 분위기에는 절대 저희가 수긍을 할 수가 없고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보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 박성제

한 마디로, 비판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정권과 보수 언론들의 합작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가 될 텐데요.

◇ 김현정 / 진행

사실은 현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에 ‘프레스 프렌들리’, 그러니까 언론과도 잘 지내겠다, 이런 얘기들을 천명 했었는데요. 왜 이렇게 KBS, MBC 이어서 팽팽한 갈등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보세요?

◆ 박성제

이명박 정부가 내 건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구호는 한 마디로,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하고만 프렌들리하게 지내겠다, 이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아니면 국민들의 시각에서, 정권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도를 하는 언론과는 절대로 프렌들리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게 속내가 아닌가 저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비판하는 언론 중에 MBC라든가 KBS, 또 다른 일부 신문들이 많이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러한 언론들을 다스리지 않으면, 길들이지 않으면, 이 정권이 임기를 다 마칠 수 없다든가, 아니면 정권 연장을 할 수 없다든가, 이런 걱정으로부터 나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현 정부 들어와서 MBC 민영화 이야기가 자주 나왔었는데, 혹시 이 사태들 하고 민영화하고도 좀 연관이 됐다고 보시나요?

◆ 박성제

MBC 민영화는 뭐 현 정부 들어서만 나온 게 아니라, 현 정부가 야당시절에, 한나라당 시절부터 오래전부터 주장해오던 것입니다. 민영화의 의미가 공기업이나 공적 소유의 기업들을 국민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좋은 의미가 아니라, 방송, 공영방송 차원에서는 지금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느냐 하면,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들을 재벌이나 대기업에게 넘겨줘서, 우호적인 오너를 만듦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방송을 길들일 수 있다는 속셈이 깔려있는 것이 바로 MBC 민영화의 의도가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그 과정의 하나라고 보십니까?

◆ 박성제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한나라당에서는 이렇게 얘기 합니다. 이번 사과방송이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PD수첩 제작진 빨리 조사에 응하고, 원본도 제출하라, 이렇게 요구하고 있는데, 이 요구들이 계속 들어올 것 같습니다. 요구에 응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 박성제

이것은 어디까지나 PD수첩 제작진과 변호인단이 결정할 사항이고요. 노조가 이래라 저래라 결정할 사항은 아니지만, 저희 전 사원들의 뜻을 대변해서 말씀드린다면, 절대로 수사에 협조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 수사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언론 자유에 대한 탄압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사이기 때문에 저희가 협조할 수 없고요.

강제적으로 압수수색이 들어온다거나 아니면 우리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체포, 이런 것들이 진행이 된다면 저희는 실력으로 저지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수사에 협조를 해서 일단 소환 절차에 응해 가지고 거기에서 정당성을 밝힐 수는 없습니까, 지금 정당하다는 주장이시라면?

◆ 박성제

이 수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도 - 정치적인 궁지에서 PD수첩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정국의 전환을 꾀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를 저희가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수사에는 협조할 수 없는 것이죠. 더군다나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방송을 했다고 해서, 검찰이 칼을 빼들고 제작진들을 불러서 수사를 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뭐 어떤 사람들의 명예가 훼손됐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명예훼손 혐의로 잡아넣겠다는 수사에 어떤 언론인이 협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예를 들면 우리 CBS 방송에도 기자들이 많이 계신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는데, 너 그 기사 마음에 안 드니까, 네가 취재한 취재수첩, 녹음기 다 가져와라, 이러면 어떤 기자가 수긍을 하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저희는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조금 전에 이경재 의원 인터뷰를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 MBC가 편향방송을 많이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PD수첩의 오역을 사과하는 정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책임 없이 방송독립을 더 이상 부르짖으면 안 된다, 전반적인 보도 태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박성제

한나라당의 많은 의원님들이 예전에는 어떻게 말씀 하셨냐하면,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MBC가 어용방송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서 눈치를 보는 어용방송이고, 좌파방송이다, 이런 말씀들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권이 바뀌었거든요. 그러면 저희가 정권의 그렇게 눈치를 보는 방송이라면, 방송 내용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여전히 제작진들과 기자와 PD들의 자율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자율적인 방송을 하게 된다면, 결국은 기자나 PD들, 제작진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또 시청자들의 시각에서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것과 부딪치는 정책이나 정권의 정책에 대해서는 저희가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저희의 비판을 많이 받는다면, 그것에 대해서 반성하는 태도가 더 마땅한 것이 아닌가, 방송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모든 것을 그런 식으로 통으로 한 마디로 싸잡아서 몰아붙인다면 저희도 당연히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 진행

네, 위원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