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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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금)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건국절,친일파도 건국공로자로 둔갑시켜"
200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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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7년째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준비한 지가 어느새 7년이 지났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29일, 17권 중에 3권이 1차로 발간이 되어야 하는데요. 일부 유족들과 기념사업회의 이의신청 때문에 발간이 연기가 됐다고 합니다. 문제가 원만히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소송까지 가게 될 수 있는 민감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를 연결해서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발간이 연기될 정도로 그렇게 이의신청이 많이 접수가 됐습니까?

◆ 박한용

많다고 해야 할지 적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지난 4월 29일 4,776명의 명단을 발표했지 않습니까. 그 후 두 달 간 이의신청을 받았는데, 유족이나 관계자들로부터, 이의신청에 대한 면담과 접수, 그 쪽 이의신청 내용에서 저희들이 추가 검증할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편찬위원회에서 심의과정, 최종결과 통보라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런 절차에 의한 검증작업과, 한편으로 저희들이 뜻하지 않은 피해자들 없애기 위해서, 최대한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이러한 이의신청에 대한 검증작업을 좀 더 치밀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검증 작업 때문에, 인명사전의 발간이 다소 연기가 된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몇 명이나 이의신청을 했나요?

◆ 박한용

118명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주로 어떤 인물들, 어떤 내용으로 신청을 한 겁니까?

◆ 박한용

분야는 관료, 법조, 이런 쪽에... 일제시대에 관료를 했거나 판검사, 이런 경우가 많고요.

◇ 김현정 / 진행

그런 분들은 어쩔 수 없이 복무를 한 거다, 이런 입장이겠군요?

◆ 박한용

어쩔 수 없이 라기 보다, 재능이 있기 때문에 관리를 한 것인데, 그것이 왜 친일이냐, 뭐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관료들 있고요, 또?

◆ 박한용

관료라든지 법조, 판검사죠. 또 만주군 장교들, 만주에서 장교 한 것이 왜 친일이냐, 이런 경우입니다. 오히려 그 당시에도 좌익을 토벌하러 다녔기 때문에 친일이 아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118명 정도인데, 이게 전체 대상자 가운데 0.025%입니다. 실제로 이의신청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이의신청 중에서 상당수가 대부분은 사실에 대한 이견 차이라든지, 구체적인 소명 사실이 없습니다. 대체로는 저희들이 조사한 내용이 거의 정확성 있다는 입장이고요.

다만 일반적인 기록이 안 남고, 유족들만이 특별한 아는 경우가 있겠죠. 그런 경우에 한해서 저희들이 아마 그런 것들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제가 지금 이의신청이 들어온 분들 이름을 보고 있는데, 유명한 분들이 있네요. 박정희 전 대통령, 무용가 최승희 씨, 또 언론인 김성수 씨, 장지연, 김동인, 이원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들이 그때 명단에 올랐었고, 이분들 유가족들, 혹은 기념사업회에서 이의신청을 한 거군요.

◆ 박한용

네, 네.

◇ 김현정 / 진행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이 118명 중에 얼마나 있다고 보십니까?

◆ 박한용

아까 말씀드렸듯이 사실에 관한 이의신청일 경우에는 중요하겠지만, 이미 기존에 포함된 내용에 대해서 문제제기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은 저희들이 볼 때는 물론 지금 결정을 내릴 수는 없겠죠, 절차가 있겠습니다만. 다만 유족들이 새롭게 제시한 내용들이 있어서 저희들이 검토할 때, 상당한 객관성을 띄고 있다, 이럴 경우에는 저희들이 그런 부분에서 사전에 수록 보류나 제외가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유족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의신청이 기각이 되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겠죠?

◆ 박한용

네, 그럴 수도 있죠.

◇ 김현정 / 진행

그렇게 되면 상당히 사전 발간이 연기가 될 수도 있겠어요?

◆ 박한용

이의신청이 기각된 연구자들에 대해서 제기될 수 있는 각종 소송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저희들이 이미 대규모 고문 변호인단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10여명 정도 저명한 변호사들이 참여를 밝히셨고, 민변 쪽에도 조직 차원의 지원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한 두 명이라도 일단 소송이 들어가면 길어지게 돼 있잖아요? 그런데 전체 4,776명 가운데 한 두 명의 소송이 길어지는 것 때문에 발간이 계속 지연이 된다면 이것도 좀 문제일 것 같은데, 발간 일정을 어떻게 잡으실 생각이세요?

◆ 박한용

이게 사실관계가 아닌 다음에는 저희들이 신속하게 처리를 해야 하고, 이건 재판의 문제는 아니고 역사적 문제입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해가 돼야 하는데, 이것이 법률적 공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발목잡기가 될 수 있어요, 사전편찬에 대해서.

이러한 어려움은 있지만 이미 저희들은 국민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친일인명사전을 8월 29일에 원래 발간하려고 했죠. 부득이 늦춰졌지만, 저희들이 이미 대부분의 사실은 다 조사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은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작은 저희들 최대한 빨리 다 해놓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들 최대한 단축 시켜야 되겠죠.

◇ 김현정 / 진행

어쨌든 한 두 명이라도 소송이 걸리면 최종 발간까지는 지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 박한용

그렇긴 합니다만, 일단 저희들이 8월 말에서 9월 초에, 최종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 통보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빨리 사전 제작에 들어가고.

◇ 김현정 / 진행

그리고 소송을 소송대로 따로 진행이 되는 식이 되겠군요.

◆ 박한용

네.

◇ 김현정 / 진행

지금 문자 메시지들 보내주고 계십니다. 2064님이 외압이 있겠지만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꼭 편찬해주세요. 8366님이 이 땅의 부정과 부패, 온갖 비리가 척결되지 않은 근본 원인은 친일파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요, 이런 의견들 주고 계시네요.

그런데 실장님, 이런 의견들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왜 이제 와서 이걸 들춰내서 국민들을 분열 시키느냐, 이렇게 질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 주시겠습니까?

◆ 박한용

이제 와서 들춰내는 문제는 아니고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이승만 정부가, 마땅히 일제로부터 독립한 정부라면 친일청산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오히려 일부에서 국부로 받드는 이승만 대통령과 그 하수인들이 친일파가 부하도록 육성했습니다, 독립된 국가에서. 이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막강한 기득권을 행세하고 있고.

현재 친일청산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가 하면, 국립대학교 교수조차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가 훗날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발언이 나오고, 친일했던 사람들을 오히려 양심수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국립현충원에는 친일파들이 독립유공자로 둔갑이 돼서 지금 국가로부터 기념을 받고 있어요.

저는 이러한 상황이 과연 정상인가, 우리가 친일청산을 함으로써 역사의 정의를 상실한 부분이 사회적 합의가 되었다면 이런 망신살을 아직까지 이렇게 심하게 뻗치지는 않았을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일찌감치 정리가 됐었어야 하는데 여태까지 못 했고, 이제 와서 라도 정의와 상식을 바로 잡고 싶다는 말씀이신데요. 문자메시지 7749님이 이런 질문 주셨네요. 실용정부로 넘어오면서 혹시 친일사전의 반대 분위기가 더 느껴지십니까, 이런 질문?

◆ 박한용

당연히 그렇습니다. 물론 이것을 저희들이 직접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친일인명사전 명단 발표를 저희들이 4월 말에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대통령께서 “이미 일본을 용서했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다시 말해서, 한일 과거사 문제를 다 용서했다는 얘기가 될 것이고, 거기 친일의 역사도, 우리의 원수였던 일본제국주의가 한국을 침략한 역사도 용서했는데, 친일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저희들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친일청산, 지금 건국절 논쟁에도 그것이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건국절로 할 것이냐, 광복절로 할 것이냐, 이 논란이요?

◆ 박한용

이 문제도 친일 문제를 바라보는데서 달라집니다.

◇ 김현정 / 진행

그것은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 박한용

우리들이 말하는 광복절이라고 하는 것은 1945년 8월 15일이죠. 우리가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일제식민지 지배로부터 근본적인 자주와 독립과 자유를 쟁취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45년 8월 15일 아니라 대한민국이 건국된 1948년 8월 15일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에요. 이 경우에는 대한민국 건국이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까. 이럴 경우에는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독립한 나라라고 하는 독립국가의 개념보다는, 1945년 8월 15일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3년 동안 좌익과의 반공투쟁에서 만들어진 국가라고 하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즉,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에 좌익과의 투쟁 속에서, 즉 빨갱이와의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국가다, 라는 것이 자연적으로 들어가 있고.

◇ 김현정 / 진행

그렇게 딱 규정하지는 않지만, 8.15를 광복절에서 건국절로 바꾸면, 광복절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이런 의미세요?

◆ 박한용

그렇죠. 대한민국의 건국의 의미를 중요시할 때, 이것은 바로 반공투쟁과 자본주의를 선택한 것이라는 얘긴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에 일제시기에 아무리 악랄한 친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해방 이후에 반공투쟁만 하면 대한민국 건국투쟁이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에서 애국자로 둔갑이 돼서 건국공로자가 됩니다.
이와 반대로 백범 김구 선생님 같이 훌륭한 항일운동가나 민족지도자 같은 경우에는 남북정부를 둘 다 부정하지 않습니까, 분단정부가 되니까. 이렇게 하셨던 분은, 즉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한민국 건국 공로자가 될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통일된 조국을 원한다면서 이쪽도 저쪽도 서지 않았다는 분들은 이제 공중에 붕 뜨게 된다는 말씀이세요?

◆ 박한용

네, 이렇게 될 경우에 대한민국의 역사성은 임시정부로부터 연결되지 않는 것도 당연히 마찬가지이거니와, 일제 식민지의 항일운동의 의의가 전혀 사라져 버립니다.

◇ 김현정 / 진행

무슨 말씀이신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지금 논란이 광복절이냐 건국절이냐 워낙 심해서요. 오늘은 일단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사전을 편찬하고 있는 분들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