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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0(수) 김인규 KBS 前 이사 "1년, 2년뒤도 생각 안한다"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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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 방송 보면 KBS 사태가 주요 관심사로 다뤄지고 있죠. 특히 정연주 사장 해임 이후에 과연 누가 KBS 사장에 오르느냐, 여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는데, 오늘이 공모 신청 마지막 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관심의 대상이었던 김인규 전 KBS 이사가 사장 공모 신청을 포기했습니다. 저희 CBS가 김인규 전 이사 전화로 연결해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민경중 / 진행

왜 포기하신 건가요?


◆ 김인규

오늘 공모가 마감 되는데요.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KBS 사내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제 공모 자체를 놓고 여러 가지 말이 많아서,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이 확산되지 말아야겠다, 이러한 생각에서 어제 공모 포기를 밝혔습니다.

좀 더 말씀을 드린다면, 제가 KBS 사장에 응모하는 것 자체가 KBS 문제를 넘어서 또 커다란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특히 야당으로부터는 여권의 방송장악 음모의 일환이다, 이런 공세가 계속되면서. 제 자신 평소에 KBS맨, 또는 방송인 김인규다, 이렇게 자부를 해왔는데, 낙하산 인사, 정치인 김인규, 이렇게 매도되는 현실을 직시를 하게 됐고, 따라서 자칫 사장 후보 응모 자체가 어려운 국민의 여건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우려도 생기고.

또 한편으로는 KBS 내부 직원들 가운데는 떳떳하게 사장으로 나서달라, 이런 여론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저를 둘러싸고 혼란한 KBS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라고 판단해서 어제 결심을 했습니다.

◇ 민경중 / 진행

김인규 전 이사께서는 언론학 박사이시기도 하고 방송계에서 오랫동안... KBS의 공채 1기 출신이시죠?


◆ 김인규

그렇습니다.

◇ 민경중 / 진행

공채 1기라고 하면 언제를 얘기하는 겁니까?


◆ 김인규

1973년인데요. KBS가 국영방속으로 죽 오다가, 73년에 공영방송으로 탈바꿈했는데, 그때 제가 공사 1기생으로 수습기자로 입사를 했죠. 그래서 꼭 30년 간 KBS맨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린다면, 흑백TV 시대에는 초년병 기자 시절입니다만, 저도 사건기자로 뛰어왔고, 80년대 칼라TV 시대를 맞아갔고 정치부 기자,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했을 때는, 그 당시 가장 심각했던 것이 편파방송 시비였기 때문에, 이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서 정말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리고 21세기 맞아서는 뉴미디어 본부장이라는 것을 맡아서 급변하는 디지털 방송 환경 속에서 입지가 점점 어려워지는 공영방송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일을 해왔었습니다.

◇ 민경중 / 진행

KBS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KBS 공채 출신이 한 번 왔으면 한다, 이게 KBS 내부의 여론이었던 것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선 후보 캠프에 몸을 담으셨잖아요. 어떤 계기로 담으셨던 겁니까?


◆ 김인규

이게 이번 논쟁의 핵심인데요. 과연 제가 낙하산 인사냐, 이 부분인데. 제 자신은 사실 이 낙하산 인사라는 것은 제 자신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30여 년 간 KBS에서 열심히 일을 해왔고, 또 하나는 2년 전이죠. 2년 전에 정연주 사장이 연임을 하려고 했을 때, KBS 직원들 가운데 자체 여론조사를 한 모양입니다. 그 여론조사의 결과를 가지고 저보고 연임을 막아달라, 이런 지지가 상당히 많았어요. 그래서 그때 사장에 사실 응모를 했었습니다. 했는데, 결국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바가 있죠.

그러다가 지난해 9월 말인데,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이명박 후보 캠프 측으로부터 방송 전문가가 필요하다, 도와 달라, 이런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어요. 저도 그 당시에 볼 때 선거캠프에 몸 담근다는 것 자체가 결국은 방송인으로서 약점이 되지 않겠느냐, 이런 우려에서 여러 차례 고사를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만,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10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따르자, 결심을 했고. 그래서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자원봉사자로서 어떤 선거방송을 돕게 됐죠.

◇ 민경중 / 진행

정연주 전 사장이 해임이 가능 하냐, 이것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요. 우선 정연주 전 사장의 가장 큰 실책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KBS 이사를 하셨기 때문에 주장하시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요?


◆ 김인규

지금 해임된 분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평가하는 것은 그렇습니다만, 객관적으로 말씀을 드린다면... 우선 방송구조라는 것이 상당히 복잡합니다. 방송을 전혀 관련이 없었던 분이 오셨기 때문에, 들어와서 파악하는 데에 상당히 좀 어려웠고.

◇ 민경중 / 진행

그 전에 박권상 사장도 사실은 관련이 없던 분인데?


◆ 김인규

박권상 사장은 제가 그 당시에 모시고 있었습니다만, 박 사장님께서는 방송에 대해서 어떤 부족한 부분은 참모들을 폭넓게 활용을 해서, 그래서 그 당시 뉴미디어 본부를 만들었습니다. 미디어 방송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그런데 정 사장은 취임하시자마자 뉴미디어 본부를 해체하더라고요. 그런 부분,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하지 않았느냐, 그것 하나하고요.

또 하나는 KBS 조직을 완전한 팀제로 도용을 해서, 팀제 자체가 개혁의 아이콘 같이 하셨는데. 방송 기능을 가진 쪽에서는 어떤 게이트 키핑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모든 전 직원을, 그 당시에 차장 부장 국장 본부장 죽 있었는데, 이것을 그냥 팀원, 팀장으로 나누다 보니까, 아무래도 꼭 거쳐야 할 게이트 키핑 구조가 열악해지면서 여러 가지 파생되는 문제점, 이런 것들이 조직 문화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보고.

공영방송이라는 것은 잘 아시다시피 방송의 주인이 국민이니까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를 기반으로 해서 재정을 꾸려나가야 하는데, 적자편성이라는 것은 하면 안 되는 거죠. 결국은 국민들이 만들어준 재원 하에서 해야 하는데, 몇 년 간의 걸쳐서 적자로 운영했다는 것은 상당히 향후 KBS에 부담이 되지 않나,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 민경중 / 진행

어쨌든 공모에 응하지 않은 건 잘 했다는 문제 메시지도 지금 들어오고 있는데요. KBS 출신이 이번 기회에 사장이 한 번, 다른 사람이라도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 김인규

저는 그렇습니다. 공사가 된 지 35년이 됐어요. 35년이면 성인도 지나서 5년이 됐는데, 그럼 과연 KBS 출신들 중에서는 KBS 사장을 할 만한 인물이 없느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 민경중 / 진행

개혁이 가능할까요?


◆ 김인규

그런 말들 밖에서 하죠. KBS 출신이 되면 개혁을 못 할 것이라고 하는데, 저는 반대로, KBS 방송구조를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하는 개혁은, 자칫하면 정말 섣부른, 뭐라고 할까... 속된 표현으로, 선무당이 하는.. 그런 결과도 빚을 수 있다...

◇ 민경중 / 진행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김인규

네, 그래서 내용을 알아야지 개혁이 가능하지 않느냐. 그런 의미에서는, 물론 KBS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인간관계 때문에 어렵다는 측면도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러한 사항을 고려해서는 안 되는 KBS의 위기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누가 되든 간에 개혁의 고삐는 늦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합니다.

◇ 민경중 / 진행

마지막으로요. 이번에 공모 사장이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 임기기간을 소화하는 정도이고, 차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 이런 분석들이 있는데. 어떠십니까?


◆ 김인규

저는 분명히 말씀드린다면, 그저께 밤에 10시 반부터, 제 나름대로의 입장 표명하는 성명서를 작성했습니다만, 그걸 작성하면서 1년 뒤다, 2년 뒤를 염두에 둬서 그런 글이 나오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솔직한 제 마음을 비우는 그런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민경중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