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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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이경숙 숙대 총장 "어린쥐 논란에 큰 오해있었다"
2008.06.03
조회 4218
오늘은 실용정부가 출범한지 꼭 백일이 되는 날입니다. 실용정부의 백일을 평가하면서 대부분 그 시작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그러니까 인수위 시절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당시 인수위에서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영어교육 로드맵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시간이 흐른 지금, 인수위원장은 당시를 어떻게 소회하고 있을까요. 당시 인수위 위원장이시죠, 숙명여자대학교의 이경숙 총장과 백일을 돌아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인수위 활동 끝내고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이경숙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이제 학교 돌아와서, 제가 8월 31일이면 은퇴이기 때문에 남은 임기 잘 마무리하고, 학교 운영 잘 원활하게 지속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 김현정 / 진행
사실은 18대 국회의원으로 이경숙 총장을 예상했던 분들도 많았는데, 교단에 남는 걸로 마음을 정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 이경숙
제가 총장을 14년 반을 했거든요. 그런데 해왔던 그런 과제들이 마무리 짓지 못한 것들이 몇 개 있었어요. 그래서 유종의 미를 잘 거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남았죠.

◇ 김현정 / 진행
지금도 그 선택에는 후회가 없으십니까?
◆ 이경숙
그럼요.

◇ 김현정 / 진행
인수위 시절, 인수위 활동하시면서 마음고생도 하셔서 그런가요, 미련이 하나도 안 남으시는 걸 보니.(웃음)
◆ 이경숙
(웃음) 그건 아니고, 언제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에 있든지 최선을 다 하고 나면 미련이 없잖아요.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오늘이 실용정부가 출범한 지 꼭 백일이 되는 날입니다. 사실은 실용정부 얘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인수위 시절부터 셈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수위 활동 돌아보면서 어떤 성과, 어떤 아쉬움들 기억이 나시나요?
◆ 이경숙
성과라고 하면 5년의 청사진을 그렸으니까, 그 기본이 되는 정부조직 개편안 만들어낸 것, 시간이 촉박하지만 그래도 골격을 세웠고, 그리고 국정 철학이라든지 국정 지표, 그리고 193개 국정 과제를 도출해 낸 것은 큰 성과가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아쉬운 게 있다면 시간이 50일 동안에 그 많은 과제를 도출하고 전체 틀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같이 의논하고 이런 시간이 별로 없었죠. 그것이 아쉬우면 아쉽죠.

◇ 김현정 / 진행
설득, 소통을 하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 이경숙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사실은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게 영어교육 문제 아니겠습니까? 왜 그렇게 그 당시에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을까요?
◆ 이경숙
그 당시에 강조한 게 아니라, 저는 영어교육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 온 적이 있어요. 총장 되기 전부터도 주변에서 제가 상황들도 많이 느끼고, 또 제 자신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아동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너무 어린 시절부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과외 공부를 몇 개씩, 몇 과목씩 해야 하는 것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고요. 또 거기에 따라서 사교육비를 너무 많이 지출하다 보니까 학부모들의 부담이 큰 것에 대해서 마음이 아프고요.

선진국들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살펴봤더니, 룩셈부르크를 비롯해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들이 영어를 공교육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4만 불 이상이 되는 국가들을 전부 조사를 해보니까, 전부 영어공교육으로 초등학교부터 다 들어갔더라고요. 그래서 그렇다면 얼마나 들어가면, 어떤 준비를 하면, 우리나라도 영어를 과외를 시키지 않고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해냈을 수 있을까 보니까, 한 1년에 1조씩 5년 동안 5조 정도만 쓰면 이게 해결이 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렇다면 국가에서 책임을 지고 공교육을 시키면 아동도 학부모도 국가 재정도 전부 좀 해방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죠.

◇ 김현정 / 진행
문제는 그런 발표, 논의가 있자마자 사교육 시장이 상당히 들썩였다는 겁니다.
◆ 이경숙
그것은 저는 사교육 시장들이 그것을 이용을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래서 아까 제가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충분한 논의 시간이 있었다면, 이것을 전부 근거를 대면서 준비 계획을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키고 이런 과정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특히 제 구상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생활영어를 하는 식으로 하면 초등학교 한 3년, 4년 하면 생활 의사소통은 되는 영어를 할 수 있겠다, 그런 환경을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그렇게 교육을 하고 있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충분한 여건이 되고 사교육 시장은 들썩이지 않고, 이렇게 몇 가지 조건이 마련이 되면 이 영어 몰입교육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총장님은 보시는 거죠?
◆ 이경숙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만 준비가 된다면, 5년의 기초 쌓고 10년 계획을 잡아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차근차근 하면, 과외 할 필요가 없죠. 아직도 소신에 변함이 없어요.

◇ 김현정 / 진행
만약 다시 한 번 이런 영어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입니다. 한 번 더 시간을 가지고 시도를 하고 싶으십니까?
◆ 이경숙
그렇죠. 사실은 국민들이 아무리 하는 사람이 좋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데에 힘이 들어 하고, 어려움을 느끼고, 불안해한다면, 그것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국민들 입장에 서서 신뢰할 수 있는 그러한 내용들을, 미리 정책을 발표해서 나오기 전에 제시를 하고, 거기에 대한 계획서 청사진들을 다 알려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그리고 나서 이해된 다음에 하나하나 차근차근 5년이든 10년의 기간을 거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한다면 저는 이것 성공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이왕 이경숙 총장께 허심탄회하게 듣는 자리니까, 제가 이 질문도 꼭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이경숙 당시 인수위원장께서 오렌지를 ‘오렌지’라는 발음 아니다, ‘어륀지’다, 이렇게 지적을 하신 게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가 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경숙
그것이 인수위의 어떤 영어 공교육과 연결된 내용이 아니었어요. 그게 큰 오해인데, 사실은 공청회 자리에서 어떤 학부모가 발음을 원어민에 가깝게 해줄 용의는 없느냐, 이런 질문을 했어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답변으로, 동조를 해준 내용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확대 재생산되면서 오해가 크게 나갔던 것 같아요. 골자는 어디로 가고, 말꼬리를 갖고 그냥 조롱을 하고 이런 쪽으로 갔죠. 그래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본인의 의도하고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쪽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반성을 많이 하죠. 좀 더 생각을 신중하게 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죠.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다시 얘기를 돌려보겠습니다. 오늘이 실용정부 100일 되는 날,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연일 시끄럽고요. 또 민영화 문제, 대운하 문제, 여러 정책들이 여전히 혼란 중에 있는데요. 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 이경숙
안쓰럽죠. 사실 인수위에서 만든 193개 과제를 이제는 차근차근 정책에 반영시키면서 추진을 해야지 선진국 가는 로드맵이 추진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해낼 시간도 없이 그런 어려움에 봉착을 했잖아요. 그래서 아직은 시간이 100일이니까 100일이 길면 길지만, 5년을 따지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니까 앞으로 다시 추리면서 새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있고요.

결국 국민들하고 더 소통을 긴밀하게 하고, 또 필요한 정책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제시를 하면서 설득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자세들도 가져야 하고, 여러 가지로 오히려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성숙된 자세로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기대를 하고 있죠.

◇ 김현정 / 진행
이렇게 까지 어렵게 꼬인 이유는 뭘까요?

◆ 이경숙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보니까, 우선 새 정부로서는 의욕도 넘치고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이런 데에 상당한 집중을 하려고 시작을 했잖아요. 그래서 그 쪽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쪽에서 오는 정치적인 상황이라든지 쇠고기 협상에 대한 이런 것들을 덜 거기에 신경을 썼던 게 아닌가,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국민들과 소통을 충분히 하면서 자세를 가다듬었으면 좋았을 건데, 시작할 때부터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니까 거기에 감당하기가 벅찼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 진행
경제 쪽에 일단 초점을 너무 맞춰서... 부담을 사실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새 정부가.
◆ 이경숙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그게 결정적인, 근본적인 이 정국을 꼬이게 한 계기가 됐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이경숙
그러니까 다른 데를 신경을 덜 쓴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더 안타까운 건요. 그렇다고 경제가 지금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거든요?
◆ 이경숙
왜냐하면 이 국가 전체에 시스템이 맞물려 들어가야지 경제가 좋아지거든요.

◇ 김현정 / 진행
말하자면 민심도 그 중에 하나가 될 수 있고요?
◆ 이경숙
그것 큰 거죠. 그 비용이 많이 드니까 그런 데에. 그래서 전체가 안정이 되고 통합이 되고 해야 경제가 같이 좋아지는 건데, 그런데 이런 것 같아요. 지금도 5년 동안의 경제를 다 살리는 약속을 하고 들어왔지, 당장 백일 동안의 모든 경제를 한꺼번에 키우지는 못하잖아요.

◇ 김현정 / 진행
지금 민심이 워낙 안 좋다 보니까, 결국은 인적 쇄신 몇 명 하는 거로 해결이 될 일이 아니라, 아예 좀 어렵더라도 재협상까지 가자, 이런 의견까지도 나오고 있는데요. 혹시 이경숙 총장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해결방안?
◆ 이경숙
그 해결 방안을 알면 한꺼번에 다 풀어버리겠죠. (웃음)

◇ 김현정 / 진행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인수위에 참여하셨던 분으로서, 이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한다면?
◆ 이경숙
저는 아무튼 전반적으로 시스템 다시 점검하고, 거기에는 인사 관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행정체계라든지 이슈별 문제점이라든지 과정 전부를 점검하지 않겠어요?

◇ 김현정 / 진행
전반을 다 수정해야 될 때라고 보시는 군요, 사람 문제만이 아니라.
◆ 이경숙
전체를 좀. 문제점 되는 것은 전부 분석하고 수정 보완을 하시겠죠.

◇ 김현정 / 진행
인수위 시절에 잡아 놓은 틀 중에서도 지금 고쳐야 될 부분이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백일 지나고 보니까.
◆ 이경숙
인수위에서는 사실은 5년 내의 과제를 전부 정리를 했어요. 그러니까 지금 출범도 시작하지 못한 과제들이 참 많죠.

◇ 김현정 / 진행
인수위에서 주도적으로 청사진을 냈던 것이 대운하 관련된 부분인데요.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 가지고 계십니까?
◆ 이경숙
대운하는 시간을 갖고 국민여론을 수렴하면서 협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결정을 한다, 그게 인수위 입장이었어요.

◇ 김현정 / 진행
여전히 그 생각에는 변함없으시고요?
◆ 이경숙
네, 그래야죠.

◇ 김현정 / 진행
만약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이거 접어야 되는 일이라고도 보시고요?
◆ 이경숙
저는 같이 토론을 공개적으로 같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찬반을 해갔고. 국익에 정말 어떤 게 도움이 되나. 한 번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는 그런 과정이 좀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죠.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셨어요, 이제 8월이면 총장 임기가 완전히 끝나고, 그러면 학교를 떠나시게 되는 건가요?
◆ 이경숙
그렇죠. 이제 은퇴를 하니까요.

◇ 김현정 / 진행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게 있으실까요?
◆ 이경숙
앞으로 계속해서 공부해야죠., (웃음) 죽을 때까지 공부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김현정 / 진행
혹시 말이죠. 정치권에서, 정부에서, 지금 일할 사람 없다, 다시 좀 와서 뭔가 좀 일을 해 달라, 영어 교육 얘기도 좋고, 그런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 응할 생각은 있으십니까?
◆ 이경숙
가정법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저는 구체적으로 제가 제 주도적으로 계획 짜서 준비하니까, 만약에 대한 것은, 거기에 대한 답변은 적절치 않은 것 같네요.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짧게 이제 백일 이 정도니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렇게 해 주십시오, 쓴 소리, 어떤 것도 좋습니다. 한 말씀 해주시죠.
◆ 이경숙
이제 국민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셔야죠. 그리고 많이 국민들 소리 들으시고, 처음에 말씀하셨듯이 섬기는 정부를 꼭 세워주시기를 기원하고 있어요.

◇ 김현정 / 진행
아직까지는 좀 덜 섬기고 있는 것 같나요?
◆ 이경숙
섬기고 계시죠. 그런데 섬기는 방법에 있어서 국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섬기셔야 되겠죠.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