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부의 대변인을 자처하면서 대화를 촉구했던 유인촌 장관과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시민운동의 대표인사시죠,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상임이사를 만나볼 텐데요. 어제 종교 사회 언론 등 각계 인사 34명의 시국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비록 재협상은 아니지만 추가협상을 얻어냈고, 또 대운하 계획을 철회 시키고 보수 언론의 현실을 드러냈으니 촛불집회는 이미 국민의 승리다, 오는 5일 예정된 대규모 촛불집회를 비폭력 평화시위로 진행해서 진정한 국민 승리로 선포하자” 이런 내용을 발표 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박원순 상임이사 만나보죠.
◇ 김현정 / 진행
박원순 상임이사님은 참여연대 초창기 멤버이시고요, 지금은 아닙니다만, 오랫동안 참여연대를 이끌었던 분이신데요, 며칠 전에 참여연대가 전격 압수수색 당했을 때 그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너무 착잡하죠. 물론 참여연대 자체가 압수수색 당한 것은 아니고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사무실이 참여연대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고, 결과적으로 보면 참여연대 건물 안이었기 때문에 그랬고. 과거 15년이 넘게끔 참여연대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화, 인간화를 이끌어온 대표적 시민 단체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사무실이 이렇게 압수수색 당한 것은 사실 처음 있는 일이죠. 여러 가지 배경이 있겠습니다만, 이런 상황이 또 하나의 오늘의 시국의 상황을 증명해주는, 그런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사실 박원순 상임이사께서는 그동안 촛불집회에 대해 앞장서진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촛불시위 그 이후를 준비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혹은 대통령 탄핵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소극적인 입장이셨는데, 그런데 어제 34인 시국선언에 참여 하셨습니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도 참여하시고요?
◆ 박원순
같은 시민사회 안에서도 여러 단체나 기관, 또 사람들의 역할이 각각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기본적인 생각은 물론 이번 정부의 졸속 쇠고기협상과 그로 인한 잘못된 대응에 대해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자기들의 의사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시위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이런 촛불민심이 드러난 시민들의 뜻과 열정이라는 것이 서울광장에서의 시위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국민들의 삶 속에서, 제도 속에서, 계속 밝혀져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이후를 걱정하고 고민하는, 대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저는 이번 상황을 보면 물론 졸속 협상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가 자꾸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이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실 이번 이런 일이 물론 큰 잘못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과연 탄핵되고 물러나기까지 해야 되는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 시위에 대한 대응 태도를 보면, 그렇게 끝낼 수도 있었던 일을 자꾸 더 악화 시키는 게 아닌가, 정부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대응 태도를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바뀌었단 말씀이신데요. 어떤 대응 태도를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는 거죠?
◆ 박원순
지난번 협상에 대해서 국민들이 아주 굉장히 거대한 민심이 돼서 비판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걸 보고 대통령이나 여당이나 모든 정치인들이 그걸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정말 국민들을 섬기겠다고 이렇게 대통령이 나서서 두 번이나 사과하고 다짐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에 굉장히 또 그야말로 표변을 했다고 할 정도로, 국민들을 상대로 강경진압에 나섰죠. 그래서 수백 명이 다치기도 하고 그냥 평화롭게, 심지어 누워 있는 YMCA 총장님이시죠. 이런 분들을 예를 들어서 방패로 내리치고 밟고 이런 일들이 있었죠. 물론 일부시위대가 과격한 부분이 있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사실 청와대로 진격하자는 것조차도 부적절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 평화롭게 진행돼왔던 것 아닙니까. 그래서 오히려 그런 경우에 그런 반성을 했다면, 이번에 이 시위라는 것은 사실 광우병 국민대책위가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도 아니라고 보거든요? 자발적인 시민들이 오히려 다수이고 그것을 사후적으로 정리해주는 게 그런 대책위의 역할이었다고 생각 되는데. 아무튼 그런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의견이나 여론을 듣고.
또 때로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분들 직접 만날 수 있지 않습니까? 청와대로 부를 수도 있고 안 오겠다면 찾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반성을 했다면 진정으로... 그런데 굉장히 야만적인 방법으로 진압하고자 했고 폭력이 가해졌고 수백 명이 병원으로 실려 가고,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 대응하고 있는 방식 자체가 지금 어청수 경찰청장이 물러나라는 게 굉장히 큰 요구 사항이 돼 버렸잖아요. 뿐만 아니라 검찰의 태도라든지 언론에 대한 정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다시 지펴내는, 그래서 오죽하면 다시 종교인들이 나섰겠습니까?
◇ 김현정 / 진행
혹시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셨습니까?
◆ 박원순
저는 이분은 물러나셔야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번에 진압 태도를 보면... 경찰이 국가 공권력이지 않습니까. 물론 폭력적인 집회에 대해 당연히 대응해야죠. 폭력 집회를 평화적인 집회로 만들겠다는 의도보다는, 한 걸음 훨씬 더 나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게 지금 진압의 태도나 내용이 나와 있고요. 또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지 않았습니까.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 내려 보내서 친정부 세력을 복원해라, 예컨대 이런 것들은 경찰의 중립을 결정적으로 해하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거죠.
다시 말씀드리면, 경찰청이 그런 국민들을 위해서, 또는 폭력적인 집회에 대응한다고 하는 중립적인 태도가 아니라,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버린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누가 신뢰를 하겠습니까? 저는 대통령을 비롯해서 모든 국가 기관의 장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은 중립과 신뢰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신뢰를 잃어버리면 더 이상 어떤 정책이나 대처도 불가능해지는 것이죠.
◇ 김현정 / 진행
그 말씀은 비단 어청수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지금 정부의 지도자에게 다 하시는 말씀처럼 들리네요?
◆ 박원순
그렇습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지난번 청와대 뒷산에서 그 도도한 촛불의 행진을 보고 그 소리를 듣고 반성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 기조를 일관해서, 폭력적인 집회는 안 된다고 얼마든지 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정말 그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그 뜻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견지했다면, 이 촛불을 중단되도록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또 다수의 국민은 정부도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문제는 며칠 되지 않아서 갑자기, 좀 느닷없다고 생각될 정도의 변화가 있었잖아요.
◇ 김현정 / 진행
강경진압 모드를 지금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 박원순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한편에서는 말입니다. 강경 진압으로 변하게 된 이유가 시위대가 자극해서 그렇다, 예를 들어서 전경이 있는데 전경 헬맷에 손가락을 넣는다든지, 이렇게 됐기 때문에 이 쪽에서도 강경진압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도 얘기를 하는데요?
◆ 박원순
물론 그런 부분이 있죠. 제가 보기에는, 저는 폭력집회는 저 자신도 굉장히 반대하고 있고요. 그런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기가 어렵고, 그것이 바로 강경진압을 불러온 측면도 있다, 그렇게 봅니다. 그런데 대중이라고 하는 것은 어쨌든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전체적으로는 평화집회라고 볼 수 있는데, 일부 일종의 폭력적인 대응 양상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부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그런 몇몇 사람들 때문에 전체를 그렇게 몰아붙인다면, 결국 강경진압은 또 강경 대응,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오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소수를 가지고 전체 기조를 바꾼 그 부분을 지적하시는 거군요?
◆ 박원순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종교인들이 전체적으로 나선 것 아닙니까. 아마 제가 보기에는 훨씬 더 정부로서는 더 어려운 입장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왜 그렇죠?
◆ 박원순
저는 이렇게 정부에게도 비판하고 있지만요. 시민사회 쪽에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말씀드린 것처럼, 비폭력이 결국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부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런데다가 지난 대규모 집회가 있었잖아요. 그 이후에 저는 그런 식으로 계속 집회를 하다보면 그런 부분도 생기고, 또 국민들의 동력도 딸릴 수 있기 때문에, 좀 쉬면서, 또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그렇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얘기들을 해왔는데요. 어찌됐든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은 정부에게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저는 늦지 않았다고 보고요. 정부가 이렇게 국민을 마치 적으로 보는, 또는 지난 70년대나 80년대나 볼 수 있는 이런 행태가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들을 대하고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조금 전에 말씀하시면서 종교계가 이렇게 비폭력 촛불집회를 하면서 말하자면 끼어든 것이 오히려 정부로서는 더 골치 아프게 됐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 박원순
그렇지 않겠습니까. (웃음) 정부 입장에서는 사실은 촛불 시위를 변질된 정치집회, 폭력시위로 몰아서, 강경하게 진압을 하고 끝을 내고 싶었겠죠. 이번에 그런 태도가 역연히 보였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국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종교인들이 나서면서 비폭력의 기조가 확고해졌잖아요. 그러면 국민들이 훨씬 더 참여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촛불시위가 계속 되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이제는 강경 진압할 명분도 없어졌잖아요.
◇ 김현정 / 진행
지금 이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박원순
저는 이번에 사실 신뢰를 많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거든요. 몇 차례 지금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진실이라고 하는 해답 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반성했는데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은 태도, 이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보고요. 거기에 걸맞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해임이라든지, 국민들의 민심을 달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제 유인촌 장관이 시민단체 쪽하고 대화하고 싶단 말씀 하셨거든요. 혹시 박원순 이사께서 나가서 대화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 박원순
저는 대화는 언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지금 이렇게 시민사회 단체들이 굉장히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상태죠. 왜냐하면 구속했죠, 압수수색했죠, 이래 놓고 대화하자, 이건 사실 좀 아마 시민사회 단체들이 굉장히 반대하고 나설 겁니다. 시간이 좀 필요하고, 그런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0702(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어청수 경찰청장 물러나야"
200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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