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경제 상황은 3차 오일쇼크라고 할만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좀처럼 경제 위기를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볼 때도 대통령의 이런 고백은 충격적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제, 현재 어떤 상황이고 돌파구는 있는 건지, 해외에 있는 분의 시각을 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과의 장하준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경제전반에 관한 질문 들어가기 전에요, 잠깐 이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어제 아시아에서 유독 우리나라 증시만 대폭락을 했습니다. 이게 어떤 이유라고 보십니까?
◆ 장하준
아시아 증시 중에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사실 거품이 끼어있는 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어차피 내려갈 타이밍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돈을 빼느냐 이런 것은 투자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죠. 그래서 떨어지는 건 불가피 한 거고, 경제 사정이 전 세계적으로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우리나라도 그 풍랑에서 안정할 수 없는 거고. 어제 유독 혼자 떨어졌다고 해서 꼭 우리나라만 거품이 끼어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우리나라에 거품이 있는 건 사실이고 더 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위기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해법도 찾아볼 수 있을 텐데,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 장하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죠. 전체적으로 국제 유가에다가 곡물가에다가 무엇보다도 지나간 것처럼 많이 생각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아직도 계속 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국제금융시장도 굉장히 불안하고 뉴욕이나 런던 시장도 보면 며칠 좋은 소식 나오면서 올라가는 듯했다가 확 떨어졌다가 널뛰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예외일 수는 없고.
우리나라가 특히 더 좀 어려운 것이 제 생각으로는, 지난 한 10여 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투자와 기술개발을 게을리 하고, 또 경제 체질 자체가 금융 면에서 많이 허약해져있거든요. 10여 년 전하고 비교해서 기업 부채는 줄었지만 그 대신 가계 부채가 엄청 늘어가지고 여러 가지 그런 면에서 불안 요인도 있고 해서 상당히 안 좋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IMF 때와 비슷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밖에서 보긴 어떠세요?
◆ 장하준
글쎄요, 그때 같다고 볼 수는 없겠죠. 무역수지가 그때는 몇 년 계속 적자였는데, 지금 작년까지 한 10여 년 동안 제 생각에 좀 지나치게 흑자를 많이 냈다고 생각할 정도로 흑자였고, 외환보유고가 높은 상태이고. 그 다음에 한보나 기아 같은 대규모 기업 파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때하고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까 말한 대로 투자에 소홀했고, 가계 부채하고 정부 부채가 많이 늘어나있다, 이런 면에서 취약 요인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다면 지금의 경제 상황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뭐라고 보십니까, 역시 유가입니까?
◆ 장하준
유가도 문제지만 제 생각에 더 큰 문제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거죠. 유가는 올라가면 덜 쓰면 되고 그런 건데. 금융시장이 교란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게 저는 가장 불안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그렇다면 역시 그것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시는군요?
◆ 장하준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그것이 지금까지도 계속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그 와중에 유가까지 급상승 하면서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다는 말씀이시군요?
◆ 장하준
그렇죠. 그 유가 문제도 사실 금융시장하고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게, 요즘은 선물 같은 것도 많아 가지고 기름값이 올라가는 데에 투기성 요인도 많이 있거든요. 단순히 수요가 올라가서 그런 게 아니라 금융 시장이 워낙 발달하다 보니까 앞으로 기름값이 오를 거니까 그거에 대한 투기적으로 하는 면들이 있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도 금융 시장이 한몫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어제 대통령이 지금의 경제 상황이 3차 오일쇼크라고 할만 하다, 이런 말씀을 하면서 지금 굉장히 경제적으로 불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하준 교수님, 국제 유가 상승이라든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것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고요. 지난해부터 죽 있었던 얘긴데, 대응이 어려웠던 걸까요?
◆ 장하준
글쎄요. 단기적인 거시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묘방이 그렇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도 상당히 어려움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유가가 올라간다, 이런 건 우리가 하루아침에 통제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금융시장 문제 같은 것은 사실 2007년 하반기부터 제 판단으로는 거품이 많이 끼었는데.
그때 노무현 대통령도 주가 지수 2천 됐으니까 나라 경제 잘 되는 거라고 하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 시절에 자기가 당선되면 주가 5천까지 올린다, 이런 식으로 도리어 그런 걸 부추기는 발언을 했거든요. 환율이라든가 이런 쪽에서는 사실 여러 가지 곤란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 꼭 잘했다, 못했다, 할 수 없지만, 그런 금융시장의 거품을 미리미리 빼놨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걸 안 한거는 지난번 정부도 그렇고 이번 정부도 그렇고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 진행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747정책 굉장히 강조를 했습니다. 혹시 이 부분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보십니까? 747 기조에 기반한 어떤 정책들 말입니다.
◆ 장하준
747 이야기는 했지만 사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한 일이 별로 없죠. 시간도 사실 몇 달 되지 않았고.
◇ 김현정 / 진행
시작을 제대로 못했으니까요, 747은.
◆ 장하준
그렇죠. 시작도 제대로 못했고, 기껏 시작한다고 한 게 어떻게 한미 FTA라도 좀 빨리 해서 그 효과라도, 제 생각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효과라도 누려볼까 하고 쇠고기 타결 시킨 건데, 그것도 국민들의 반응이 너무 안 좋아가지고, 사실 747 정책을 해서 뭐가 잘못됐다고 말하기가 좀 부끄러울 정도로 이뤄진 게 없죠.
◇ 김현정 / 진행
또 한 가지는 환율정책입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 경제팀의 환율정책, 그러니까 환율을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해서 수출을 늘린다, 이걸 통해서 경제를 성장 시킨다, 이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장하준
글쎄 저는 꼭 그렇게 보진 않는데. 고환율 그러니까 원화 평가절하 시키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거든요. 어쨌거나 국제수지가 적자인 상황인데, 더 고환율 정책을 펴서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가지고 국제 수지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데 제 판단으로는 지금 워낙 외부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에, 고환율 정책을 쓰면 물가 부담이 너무 커지죠. 그리고 이제 상대적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쌓아 놓은 외환보유고가 있기 때문에 한 1~2년 적자 나도 큰 문제가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저는 환율은 지금까지 해 온 고환율 정책을 꺾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일률적으로 고환율은 무조건 좋고 무조건 나쁘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이게 어차피 가치 판단의 문제는 아니고 선택의 문제니까요.
◆ 장하준
그렇죠. 상황이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물가도 봐야 되지만 성장도 봐야 되는 거고. 그러니까 거시경제정책의 어려움이라는 게 그런 여러 가지를 밸런스를 해야 하는 건데, 그런 상황에서 정책에 따라서 판단이 다를 수가 있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장하준 교수 보시기에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정책을 좀,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신다고요?
◆ 장하준
그렇죠. 지금 상황에서는 원화를 계속 너무 평가 절하 쪽으로 가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또 상황이 바뀔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유가가 더 올라가고 해서 무역 적자가 계속 늘어나면 싫더라도 할 수 없이 원화 평가 절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야말로 그때그때에 맞게 유동적으로 아주 신속하게 대응을 해줘야 한다는 얘긴데요.
◆ 장하준
그렇죠. 거시 정책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무슨 운하를 판다든가 한 번 하면, 바꾸기 힘든 일들은 신중하게 해야 하지만, 거시 정책은 그 상황에 따라서 빨리 움직이는 기민성이 또 필요한 거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청취자들이 질문 주고 계십니다. 4802님은 지나치게 정부가 개입하는 건 문제가 아닌가요, 이렇게 주셨네요?
◆ 장하준
지금 정부가 개입을 너무 안 해서 문제 아닌가요?
◇ 김현정 / 진행
오히려 그렇게 보시는군요.
◆ 장하준
네, 주로 가는 기조가 규제 완화, 민영화, 이런 쪽이니까, 물론 뭐가 지나치냐, 이런 것도 판단 따라 다를 수도 있고 어떤 영역에서는 지나치게 하는 면도 있겠죠. 그러니까 일률적으로 나눌 수 없는데, 그 사안에 따라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기획재정부의 강만수 장관, 올 성장률을 6%에서 4% 후반으로 수정을 했고요. 또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3% 내외로 잡았던 걸 4.5%까지 인상을 했습니다. 이 전망에 대해서는 동의 하시나요?
◆ 장하준
거시경제전망이라는 게 워낙 어려운 거고, 지금 제일 문제는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국제금융시장이 워낙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에 지금 현재 같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두세 달 있다가 미국의 큰 은행이라고 하나 파산되면 완전히 또 달라질 수도 있는 거거든요.
◇ 김현정 / 진행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네요.
◆ 장하준
그럼요. 지금 금융시장 교란 문제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솔직히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단정해서 그 정도는 꼭 이룰 수 있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교수님 계신 영국 상황은 어떤가요, 거기도 그런가요?[BestNocut_R]
◆ 장하준
영국도 굉장히 안 좋죠. 영국도 미국 못지않게 부동산 시장 거품이 끼었고, 여기도 은행 하나 이미 공적자금 투입해가지고 작년 여름에 국유화했고요. 여기도 상당히 지금 부동산 시장도 침체되고, 경기도 본격적으로 침체 국면 들어갔다고 해서 걱정이 많죠. 그리고 이 나라는 특히 금융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그쪽이 교란되니까 상당히 경제가 타격을 많이 입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굉장히 지금 안개 속에 전 세계가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말입니다.
◆ 장하준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현 상황 극복하기 위한 어떤 당장 필요한 처방전, 어떤 것 있다고 보세요?
◆ 장하준
글쎄요, 지금 단기적으로는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죠. 그러니까 굳이 얘기하자면 국제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져서, 정말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그런 사태가 왔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 거냐, 그런 계획을 세우는 것 외에는. 그러니까 예를 들어 그런 상황이 오면 일시적으로 자본 이동을 통제한다든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계획 세우는 거 말고는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죠.
그런데 당부 드리고 싶은 건 장기적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그것도 너무 한 쪽으로 규제완화, 민영화, 이런 쪽으로 생각하지 말고, 투자 늘리고 기술 개발하고 그 다음에 가계부채 같은 것도 지금 너무 커져 있기 때문에 줄이고 그런 식으로, 장기적으로 체질을 고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특히 이렇게 어려울 때 미리 준비해놔야죠. 지금 당장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워낙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 김현정 / 진행
상황이 더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고요. 투자나 기술 개발, 이럴 때일수록 더 게을리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더 강화해서 늦추지 않아야지만 체질개선이 된다, 이런 말씀이셨습니다.
◆ 장하준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늘 말씀 대단히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0703(목)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한국 증시 거품, 더 떨어질 것"
200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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