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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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목) 이어령 "젊은이들은 방황해야 창조가 나와"
2008.05.15
조회 573
이 시대 젊은이들은 어떤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또 어떤 고민과 망설임을 갖고 있을까요.
우리시대 큰 스승인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젊은이들에게 말합니다.
“세상 어느 나라 젊은이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하나 손색이 없다.
그 총명함과 지혜를 불필요한 소모전에 써버리고 정작 창조적인 생산 활동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이죠.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젊은이들에게 할 얘기가 많다고
하는데요. 반세기 동안 쉬지 않고 날카로운 필봉을 휘두른 우리 시대 큰 스승이
젊은이에게 전하는 격려와 조언, 지금 들어볼까요.
이어령 선생님~


1. 스승의 날 찾아오는 제자들 많으실 듯?
한꺼번에 초청하지 않고 특별초청하니까, 스승의 날이 열흘쯤 계속될 것 같다.

2.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김현자 선생이라고, 같이 늙어가는 가장 오래된 제자다.
내가 그 선생의 딸을 가르쳤고, 결혼식때 주례를 섰다.
무려 2대를 가르친 셈이라 기억에 남아.

3. 특별히 남는 스승?
이숭령 선생님. 돌림자가 같아서 형제 같은데 , 형제는 아니다.
그 분이 학문하는 자세를 나한테 남겨주셔서,
내가 대중문화쪽 일을 하면서도 학문을 잃지 않게 해주셨다.
내가 뭘 할려고 하면 “이사람 그러면 안된다.”라고 항상 말씀하셨는데,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도 계속 그 목소리가 귓전에 들린다.
내가 그 많은 일을 하면서도 학자로 남게 해주셨고, 그 동기를 만들어주신 분이다.

4. 이 시대가 참 메말랐다. 스승에 대한 존경도 없고 사랑도 없고.
조언을 구할만한 스승도 없다고 말하는데..이유가 뭘까?
모델을 잃어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큰바위얼굴이 없어진 것.
전통이 단절되고 개인화되면서 가정이 황폐화 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누구를 존경해보지 못한 것이다.
예전엔 부모님을 가장 존경했는데,
지금은 다들 “아버지처럼 되고싶지 않다. 엄마처럼 안될래.”라고 이야기해.
사회전체가 권위주의인건 나쁘지만 아우라가 없어진 건, 우리 본인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수직사회가 수평사회가 되다보니까,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친구끼리 수평적으로 어울리지, 수직적으로는 단절이 되어버린다.
친구중에는 멘토가 있어도 어른에겐 없는 것.
과거 민주화운동 당시,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권위주의를 없애는데는 성공했지만 권위까지 사라져서 불행해진 것이다.

5. 이렇게 된 이유가 , 아이들이 학원가고 독서실 가고 너무 바쁘다 보니, 존경할 사람을 찾을 시간도 없어서 아닐까.
- 부모들도 자기들이 너무 바빠서 애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다.

6. 최근에 ‘젊음의 탄생’이라는 책을 내셨다.
그런데 그중 가장 주목되는 문구가,
“우리 젊은이들을 세상 어느나라 젊은이들과 비교해도 하나 손색이 없다.
그런데 그 총명함과 지혜를 불필요한 소모전에 다 써버리고
정작 창조적 생산활동 할때는 제 기량 발휘못하더라. 안타깝다.“
무슨 뜻인지?
- 젊은이들이 욕망을 불사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안팎으로 다른데 신경쓰게 하는게 너무 많다.
정치적인 문제, 호주머니 휴대폰부터 인터넷 댓글까지...젊은이들을 가만히 안놔둔다.

7. 오히려 그런 참여가 창조적 활동 아닌가?
- 좋은 경우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 댓글을 보면, 욕만 하고 초딩이니 고딩이니 자기들끼리 싸운다.
요즘엔 직딩이란 말까지 생겼더라.
웹이 오히려 참여를 소모시키고 젊은이들을 다른데로 빼내고 있다.
젊은이들이 얼마든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데,
우리가 못만들어줘서 못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구글이나 유투브 같은 사이트가 탄생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곧 나오리라고 본다.

8. 이어령 선생 젊은시절엔 어떠셨나?
- 우린 학교를 제대로 안다닌 세대다. 전쟁에, 근로동원에, 아르바이트에...
그런데 그게 오히려 나를 창조적으로 키웠다. 혼자서 다 생각해야하니까.
그래서 오히려 감사한다.

9. 젊은이들은 결국 놀고 연애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 그래서 내가 젊은이들은 ‘방황’하라고 말한다.
개미들을 보면, 항상 방황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는 순간엔 곧장 집안으로 들여온다.
방황하면서도 돌아갈 목적지를 절대 안잊는 것이다.
나도 문학을 하면서 동시에 음악도 하는등 다양한 일을 했다.
외통수로만 나가면 절대 창조적인 것들이 안나온다.
젊은이는 쓰러져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