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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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7(월) 생환광부 "매몰 10일째 처음 절망…그때 '발파' 외침 들렸다"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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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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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정하 (봉화매몰광산 생환)



매몰 10일째 되던 날 헤드램프도 깜빡깜빡
"이제 끝났다" 첫 절망…20분 후 '발파' 소리
배고픔과의 싸움…암벽에 흐르는 물로 버텨
광부들 동료애 남달라…구하러 올 거라 확신


지난 목요일 저희 뉴스쇼에서는 봉화군 광산 붕괴현장을 연결해서 고립된 노동자 가족들의 호소를 전해드렸습니다. 그날이 매몰 8일째였어요.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꼭 다시 전화하겠다 말씀을 드렸었는데 바로 다음 날 밤 11시 바로 그 좋은 소식이 들려왔죠. 무려 221시간을 갱도 안에 갇혀있었던 두 명의 광부가 정말 기적처럼 걸어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그 두 분 가운데 한 분 박정하 씨의 목소리, 지금부터 직접 들어봅니다. 박 선생님 나와 계세요?

◆ 박정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 박정하> 네.

◇ 김현정> 아직 병원에 계시는 거죠?

◆ 박정하> 네, 지금 병원에 시키는 대로 잘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몸 상태는 어떠세요?

◆ 박정하> 근육이나 그런 상태는 많이 호전이 돼 가고 있고요. 정신적으로 받았던 트라우마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크게 느낄 정도로. 자는 도중에 소리도 좀 지르고 또 행동 자체도 좀 막 커지는 게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

◇ 김현정> 자면서 소리를 지를 정도로, 그러니까 극심한 스트레스를 한 열흘 간 받으셨기 때문에 그런 트라우마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 같네요. 안대도 계속 끼고 계시는 사진을 제가 봤는데 이제는 빼셨다고요?

◆ 박정하> 네, 이제는 뺐어요.

◇ 김현정> 식사는 이제 정상식 하세요?

◆ 박정하> 네, 정상으로 식사는 하고 있고요.

◇ 김현정> 감사합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소감도 제가 안 여쭤봤네요. 열흘 만에 세상으로 나오신 소감은 어떠세요?

◆ 박정하> 소감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너무 범위가 적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요. 그때는 사실 구조되기 막 직전에 제가 열흘째 되던 날 같이 있던 동료한테도 야, 이제 희망이 없다라는 얘기를 처음으로 했어요.

◇ 김현정> 열흘째 되던 날.

◆ 박정하> 네, 마지막날 마지막으로 한번 이 갱구, 저 갱구 헤드램프가 남아 있을 때 다녀보자 해서 올라가는 도중에 헤드램프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서부터 조금 불안감이 밀려오더라고요. 이제 그게 꺼짐으로 인해서 저희는 완전히 눈 뜬 봉사가 되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박정하> 그래서 가서 확인을 하고 내려와서 불을 붙여서 옷을 말리기 위해서 이 얘기를 할 때 처음으로 제가 그랬어요. 희망이 없는 것 같다. 하면서 모든 게 그만 다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한 20분도 채 안 돼서 발파라고 외치는 소리가 저한테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어요.

◇ 김현정> 20분 동안 이제 정말 끝이구나, 이제 불도 끊어지면 정말 끝이구나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발파 하는 소리가 들려요?

◆ 박정하> 네. 그래서 이게 나는 진짜 사람 소리인가 하고 옆에 친구한테 소리를 들었나 하니까 아무 소리 못 들었다는 거예요.

◇ 김현정> 내가 환청인가 이 생각하신 거예요?

◆ 박정하> 그렇죠. 왜 그러냐면 며칠 전서부터 밤에 자꾸 환청 같은 게 들려요. 막 이상하게 사람 발자국 소리도 들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얘기 하는 것처럼도 들리고 일단은 발파 소리를 들었으니까 일단 우리가 대피를 하자. 뒤로 좀 물러나자 해서 안전 모자를 쓰고선 한 10m 정도 뒤로 후퇴를 했어요. 후퇴를 하고 있는 도중에 꽝 하면서 불빛이 보였어요.

◇ 김현정> 선생님, 그거 딱 보셨을 때 어떠셨어요?

◆ 박정하> 이제 살았구나. 그러면서 막 형님 하면서 뛰어오는 친구가 아주 열심히 사는 청년이에요. 저를 막 부둥켜안고 엉엉 울고 저도 부둥켜안고 엉엉 울고 이제 살았다, 고맙다, 고생 많이 했다. 물이 있든 말든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죠. 그렇게 돼서 구조가 됐던 건데 그냥 그거를 극적으로 그렇게 됐다라는 건 표현을 어떻게 해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건지 어떻게 보면 연출된 드라마 한 편처럼요.

◇ 김현정> 벅차오릅니다. 제가 다 벅차오릅니다. 그 시간에 가장 힘든 건 뭐던가요?

◆ 박정하> 가장 힘들었던 건 배고픔이죠. 추위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는 자재 덕분에 추위는 그렇게 좀 피할 수 있었는데 먹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박정하> 식수도 그때 가지고 왔던 3분의 1통의 물도 떨어지면서 물은 어떤 물은 어떤 걸 마셔야 될까 하면서 쭉 찾아다니다가 암벽 틈에서 뚝뚝 떨어지는 거기에 물통을 대고 물을 받았어요. 먹을 수 있는 건 배가 고프니까 물 밖에 없고 그래서 한번 먹어보자 해서 그냥 끓이지 않은 물을 먹어봤어요. 먹어봤는데 저는 괜찮았는데 옆에 친구, 이 친구는 막 계속 토하고 그러더라고요. 그 물이 안 맞는다고.

◇ 김현정> 사실 저는 그 암벽에서 나오는 물 떨어지는 걸 드시면서 버티셨다길래 그래도 식수 환경은 괜찮았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동료 한 분은 그거 토하고 막 배탈이 좀 나셨군요.

◆ 박정하> 네.

◇ 김현정> 참. 그러면 그때부터는 마음대로 마시지도 못하는 거잖아요. 먹을 게 없는 건 말할 것도 없고.

◆ 박정하> 그래도 어떻게 해요. 목도 타고 아침, 점심, 저녁 시간으로는 꼭 그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어요.

◇ 김현정> 토해 가면서라도 이거 마시지 않으면 죽는 거다 이런 생각이 드시니까.

◆ 박정하> 네.

◇ 김현정> 그러니까 제일 힘든 건 배고픔, 그리고 목마름, 이게 시작되면서부터고 사람들이 나를 포기해버리면 어떡하나. 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이 혹여라도 들지는 않으셨어요? 시간이 가면서.

◆ 박정하>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제가. 왜냐하면 제가 광부들의 습성을 좀 알아요. 동료애라는 건 다른 직종의 동료들보다 굉장히 더해요, 사람들이.

◇ 김현정> 동료애.

◆ 박정하> 그렇게 뭐라고 할까요. 진짜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조직 같은 그 형태의 사람들인데 조금 사람다운 냄새나는 그런 질릴 정도로의 끈기 있는 인간애는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절대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어요.

◇ 김현정> 분명히, 분명히 나를 구하러 올거다라는 믿음을 한 번도 놓지를 않으셨군요.

◆ 박정하> 네.

◇ 김현정> 그런 게 있군요. 반드시 이런 상황에 처한 동료는 우리가 구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걸 믿으셨어요.

◆ 박정하> 네, 믿었죠.

◇ 김현정> 그 믿음이 있으니까 열흘을 그렇게 떨어지는 물드시면서 버티실 수 있었던 거네요.

◆ 박정하> 그럼요.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구조돼서 나가는 순간 그 동료들이, 그 수많은 동료들이 밖에서 진짜 고생들을 많이 했구나라는 것을 봤을 때 제가 저를 위로를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 동료들한테 정말 고맙다라는 위로를 해 줄 정도로 그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고요.

◇ 김현정> 듣고 있는 저도 눈물이 나네요. 선생님, 잘 하셨습니다. 잘 버텨주셨고요.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땅 속에서 누구 얼굴이 제일 보고 싶으셨어요?

◆ 박정하> 제일 그거는 가족들이죠.

◇ 김현정> 가족들이죠. 가족 중에서도 누구.

◆ 박정하>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그래도 아내죠.

◇ 김현정> 아내.

◆ 박정하> 왜 그러냐면 준비가 안 됐잖아요. 내가 죽어도 애들한테 대한, 그런 것들을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던 거고 또 유선상으로도 뭐라고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고.

◇ 김현정> 지금 이제 아내 얼굴 보면서 이제 잘해 주셔야 되겠어요.

◆ 박정하> 그렇게 해야죠.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죠.

◇ 김현정> 또 쑥스러워지죠.

◆ 박정하> 네.

◇ 김현정> 선생님, 이제 퇴원을 하게 되시면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은 일은 뭡니까?

◆ 박정하> 어저께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이 왔더라고요. 두 가지 부탁을 했어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광산들에 종사하고 있는 광부들은 마지막 보루다. 그 사람들은 사실 어디 갈 때 없어서 지금도 광산에 일하는 사람이다. 절실하게 생각을 하고 있고 정부가 그런 것들을 관리를 하는데 이 광산도 사고 나기 전날 이 안전 점검을 하러 왔었다, 관계기관에서. 그리고 바로 그 이튿날 이렇게 됐었는데. 보고서에 의해서 안전하다 이렇게 평가를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안전한지 가서 두들겨보고 만져보고 옷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그냥 왔다 가는 그런 형식으로 하지 말고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걸 좀 꼭 좀 보고를 해 달라는 부탁을 제가 했어요.

◇ 김현정> 전국에 광산들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점검 해 달라, 그 말씀 당부하셨고요.

◆ 박정하> 지금 어쨌든 광산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좀 안전한 범위에서 일을 할 수있도록 해 달라라고 제가 당부 부탁을 했고 저도 앞으로 하여튼 그런 것들을 사회 활동에 접목해서라도 하고 싶어요. 너무 불쌍하잖아요. 내가 왜 죽었는지, 왜 이런 위험한 일에 처해 있는지 이런 것들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아요.

◇ 김현정> 맞습니다.

◆ 박정하> 많은데 겉핥기식으로 건너가다 보니까 예고 없는 이런 사고들이 발생하고 이런 거 아니겠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런 사고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안전의 중요성을 아시는 분이니까 앞으로 이런 일, 이런 일에 앞장서서 나서겠다 이런 각오까지 다지셨어요. 저희들도 간절하게 기도했고 많은 국민들이 걱정 많이 하셨습니다. 그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얼른 털고 일어나시고 두 번째 인생 사시는 기분으로 또 값지게 살아주시기를 기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박정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힘든 분들도 저도 이렇게 살아왔는데 힘든 분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튼 힘내시고 열심히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마지막 말씀까지 감동적이네요. 선생님, 오늘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 박정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봉화의 매몰광산에서 열흘 만에 구조된 두 분 가운데 한 분, 박정하 씨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