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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대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엘리자베스 2세, 英 격변 속 안정 상징
감정, 견해 표출…찰스 3세, 母와 달라
찰스 3세 즉위 땐 왕정 지지 여론 절반
애도 분위기 끝나면 갈림길 서게 될 것
왕정 폐지? 연방국 분위기 심상치 않아
연방국, 과거 식민지였지만 실리적 면도
영국 입헌군주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지난 8일 향년 96세의 나이로 서거했죠. 왕으로 지낸 기간만 70년이 넘습니다. 그 사이에 영국 총리가 15명 거쳐갔고요. 미국 대통령은 11명, 우리나라 대통령도 13명입니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지금 윤석열 대통령까지 계속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었던 거예요. 이 상징이라고 할 만하죠. 열흘 간의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여왕의 마지막을 보기 위한 인파가 700만 명 몰릴 것으로 예상된답니다. 에딘 버러의 인구는 900만 명이에요. 그런데 신기한 건 이런 애도의 분위기, 추모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영국에서는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는 점입니다. 엘리자베스 2세와 새로운 국왕 찰스 3세 그리고 영국의 입헌 군주제까지 오늘 궁금증들 풀어보겠습니다. 영국 근대사 연구자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김대륜 교수,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대륜>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영국의 추모 분위기,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 김대륜> 아마도 영국 사람들은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데 그런 성정에 비추어 봤을 때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고요. 예전에 다이애나비가 죽었을 때 그때 이후로 아마 이렇게 사람들이 추모의 물결을 이렇게 보인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고 그런데 무엇보다도 여왕께서 굉장히 오래 사셨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얘기한다면 호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입헌군주제라는 게 사실은 우리한테는 생소해요. 영국인들에게 이 왕실의 의미는 어떤 건가요?
◆ 김대륜> 입헌군주제라는 말은 다 아시는 것처럼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집약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국가의 수반이기 때문에 군대의 통수권이라든가 아니면 입법과정에서도 여왕이 반드시 동의를 해야만 왕이 반드시 동의를 해야만 법이 만들어지고 그다음에 총리를 임명할 권한도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권한이 있지만 이런 권한을 전혀 행사를 하지 않죠. 그리고 실제로 의식적인, 의례적인 일들만 이렇게 수행을 할 뿐인데도 여왕이 가지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본적으로 영국 사회가 여왕이 재임하고 있던 기간에 굉장히 큰 변화를 뒀거든요. 세계 제1의 제국에서 고만고만한 어떤 선진국의 하나 정도로 격하가 되는 그런 움직임이 있었고 영국 경제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었고 영국 사회도 큰 변화를 겪었는데 이렇게 변화가 계속되는 과정 속에서도 어떻게 보면 여왕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이렇게 그 자리에 있는. 변화 속에 안정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안정을 상징하는 어떤 그런 존재,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입헌군주제에 대한 질문을 제가 드렸는데 그냥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 이야기가 바로 이어질 만큼 영국의 왕은 엘리자베스 2세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얘기인데요. 이별의 슬픔과는 별개로 군주로서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엘리자베스 2세.
◆ 김대륜> 엘리자베스 2세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굉장히 겸손한 분이고요. 그리고 굉장히 신중한 분이고 그리고 굉장히 성실한 분입니다. 절대로 자신의 어떤 정치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법이 없었고요. 15명의 총리를 거치는 동안 실제로 총리와 매주 만나게 되는데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부딪혔던 적이 딱 한 번 정도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금방 수습이 되는데 마거릿 대처 수상 때 잠깐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 외에는 여왕은 한 번도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바깥으로 표출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러면서도 그 뒷면에서는 이 총리들을 후원하고 그다음에 영국의 특히 외교나 이런 측면에서 영국의 어떤 지위를 유지하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해 왔죠. 그래서 이게 문제가 되기도 했어요. 다이애나가 사망했을 때는 왕실이 이거를 철저하게 가정의 문제, 한 가정의 문제로 치부를 하면서 여왕이 조용히 있었거든요. 아무런 논평도 내지 않고.
◇ 김현정> 그때도 신중했군요. 다이애나비 사망 때도.
◆ 김대륜> 그냥 조용히 있다가 국민으로부터 꽤 원성을 들었잖아요. 여왕은 어디에 있는가, 이런 신문 표제가 실리기도 하고 결국에는 이후에 다시 인기를 회복을 하긴 하는데 여하튼 일생 동안을 항상 제시간에 국가의 업무를 받고 그리고 그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을 했고 굉장히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영국의 어떤 외교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나라에서 또 외교활동을 펼치기도 하고 이런 면에서 굉장히 모범적인 분이었다라고 할 수 있죠.
◇ 김현정> 주로 하는 일은 어떤 상징적인, 영국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외교 활동, 외교 무대에서 활동한 게 주 임무라고 봐야 되는 거죠.
◆ 김대륜> 그게 가장 중요하죠. 왜냐하면 영국이라는 나라가 그래도 국제 무대에서 힘을 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영연방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거든요. 여기에 지금 50개가 넘는 나라가 가입이 되어 있고 그중에 14개의 나라에서는 여왕이 실제로 국가의 수반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주나 캐나다나 아니면 뉴질랜드나 이런 나라에서는 영국의 여왕이 상징적이긴 하지만 국가의 수반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나라들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계속해서 여왕의 존재를 드러내고 그리고 이 결속을 다져주는 역할을 했던 거죠. 그런데 영연방 국가들을 다 합치면 경제력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지금 국제연합에 가입돼 있는 나라들의 4분의 1이 넘거든요. 그런데 그 나라들을 영국이 움직일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기 때문에 영국이 많이 쪼그라들었어도 여전히 강대국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될 수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 중심에 여왕이 있었다라고 보시면 별로 틀리지 않을 겁니다.
◇ 김현정> 사실 우리로서는 그 개념이 잘 이해는 안 돼요. 연방이라는 것 안에 그렇게 많은 나라가 들어가 있고 사실 호주며 캐나다며 다 독립적인 국가잖아요. 그런데 그들이 하나의 어떤 카테고리 안에서 같이 움직인다라는 게, 우정 같은 거라고 봐야 돼요? 아니면 패밀리, 가족 같은 이런 느낌으로 봐야 돼요? 뭐라고 생각하면 돼요?
◆ 김대륜> 기본적으로 우호적인 협력관계라고 보시면 되죠.
◇ 김현정> 우호적 협력 관계.
◆ 김대륜> 우호적 협력 관계라고 보시면 되고 실제로 내정에 간섭하거나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있을 수가 없는데요. 국제관계나 이런 데 있어서 보조를 맞출 수는 있죠.
◇ 김현정> 그렇게 국민적인 신망이 높던 엘리자베스 2세가 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음 왕은 찰스 3세. 아들인 찰스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높더라고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 김대륜>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요. 엘리자베스 여왕의 성품과는 다르게 찰스는 자기 견해를 드러내는데 그렇게 주저하는 인물이 아니에요. 그래서 상당히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강한 견해를 표출해 왔거든요. 환경 문제라든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자기 나름대로 견해를 표출해 왔고 실제로 그게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를 테면 어떤 자신이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내각의 각료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써서 로비를 한다거나 이런 일들이 언론에 알려지기도 하면서 어머니와는 대조적인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다이애나를 잊지를 못하거든요. 아직까지.
◇ 김현정> 다이애나비.
◆ 김대륜> 그래서 카밀라 파커볼스가 지금 왕비가 되시는 카밀라 파커볼스와의 어떤 관계, 이 스캔들은 결코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잊히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전히 찰스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있죠.
◇ 김현정> 그런 상태에서 또 찰스가 워낙 감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견해 표현을 잘 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이게 다 국민들 마음에는 썩 들지 않는 거군요.
◆ 김대륜>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 보면 이건 엘리자베스 생전에 여론조사이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생존해 있을 당시에 왕정을 지지하느냐라는 물음과 이 왕위가 찰스로 넘어갔을 때 왕정을 지지하겠느냐라는 물음에서 지지하겠다라고 답변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어요.
◇ 김현정> 절반으로 줄어들어요?
◆ 김대륜> 네. 그 정도로 생각이 다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실제로 왕실 폐지 얘기, 그 여론이 지금 더 높아졌어요? 지금 추모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 김대륜> 폐지 여론을 오히려 누르려고 하는 움직임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왕실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있었거든요. 지금 21세기 혹은 20세기에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속받은 어떤 왕위라는 것이 도대체 가능하기는 한 이야기냐라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었고 그런 분들은 대략 한 20% 안팎으로 계속해서 자리잡고 있었어요. 있었는데 이제 여왕께서 사망하시고 난 이후에 그런 목소리를 찰스로 왕위가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왕정의 폐지를 원한다라는 개인 시위 같은 것을 했을 때 경찰이 그거를 과도하게 억누르는 모습들이 조금 보였거든요. 몇 건이 보였습니다. 몇 건이 보였기 때문에 그래서 영국 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이런 식으로 억압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이냐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영연방이 좀 심상치가 않습니다.
◇ 김현정> 영연방 국가요? 아까 한 50여 개국 된다고 했던 그 영연방 국가들.
◆ 김대륜> 네.
◇ 김현정> 어떤 느낌인데요?
◆ 김대륜> 지금 호주의 총리 같은 경우에는 전형적인 공화주의자, 그러니까 왕이 없는 정치체제를 원하는 사람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많은 나라들이 예전에 영 제국의 식민지였던 나라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김대륜> 그런데 영국이라는 나라가 제국을 통치하면서 저질렀던 많은, 어떻게 보면 악행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사실상 묻혀 있거나 의도적으로 은폐되거나 아니면 기억에서 지워지는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하고 영 제국에 속했던 옛날의 과거, 별로 아름답지 못했던 과거를 다시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좀 드러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굉장히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가 노예제의 문제거든요. 영 제국이 노예제에 굉장히 큰 역할을 했고 노예제를 여러 나라에서 운영을 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또 일정하게 배상을 해야 되는 그런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텐데 적어도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는 시기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걸로 봅니다. 그리고 영국 사람들도 이제 서서히 그런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영국의 젊은이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 김현정> 사과할 건 우리가 사과해야 한다, 과거를 돌아봐야 된다 이런 분위기.
◆ 김대륜> 분위기가 1960년대, 70년대나 지금은 굉장히 달라졌고 그리고 찰스가 즉위를 함으로써 그 분위기는 훨씬 더 달라질 것이다라고 생각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사실 우리 입장에서 그냥 생각할 때는 식민지 하에 있었던 상황에서 벗어났는데, 독립을 했는데 그 연방에 계속 묶여 있다는 자체가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갔는데.
◆ 김대륜> 그러니까 그 영 제국의 유산이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해요.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뿌리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했고 그런데 그 유대감의 이면에 깔려 있는 착취와 억압과 이런 것들이 막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 김현정> 우리와 일본의 관계랑은 다르다는 얘기죠?
◆ 김대륜> 네, 조금 다릅니다. 조금 다르고 그리고 영 제국의 일원이었다가 이제 독립을 하면서 영연방으로 남아 있는 자체가 또 영국에게 지원 받을 수 있는 어떤 실리도 있기 때문에, 실리적인 이익도 있기 때문에 복잡한 정치적인 계산에다가 아주 복합적인 역사적인 유산이 얽혀 들어가면서 그래서 영연방이라는 걸 유지해 왔는데, 이제까지 유지해 왔는데 그것을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랬던 것처럼 찰스가 잘 다룰 수 있을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은 있습니다.
◇ 김현정> 찰스의 리더십에 달렸다, 이렇게 봐야 되겠네요.
◆ 김대륜> 그렇죠.
◇ 김현정> 여러분, 언뜻 생각하시면 식민지 국가에서 독립했는데 왜 그 전의 상황을 그대로 남아 있으려고 하지 잘 이해가 안 가실 텐데 지금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나라들은 이름도 처음 듣는 나라도 많더라고요. 이런 국가들, 작은 국가들이기 때문에 실리적인 면에서도 그냥 영연방에 묶여 있는 게 나쁘지 않은 나라들이 많았다는 얘기네요.
◆ 김대륜> 네.
◇ 김현정> 그렇게 보는 게 맞죠.
◆ 김대륜> 네.
◇ 김현정>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가 잘 다뤄왔던, 관리해 왔던 이 우호관계가 있다면 찰스 3세의 영국도 그러할 것이냐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이런 말씀.
◆ 김대륜>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찰스 3세의 새로운 영국. 이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어떻게 정리가 될까요?
◆ 김대륜> 지금 일단 애도의 기간이 지나고 나면 상당 기간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가지면서 찰스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왕정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 하는 아주 중요한 갈림길에 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추모 기간이고 온 세계가 애도하고 있지만 그다음에는 또 무엇이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영국의 미래도 궁금해서요. 오늘 이야기들 좀 자세하게 짚어봤습니다. 오늘 깊이있는 설명 고맙습니다.
◆ 김대륜>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기초교양학부 교수세요. 영국 학자 김대륜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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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4(수) "'어머니완 다르다' 찰스 3세의 영국, 왕정 유지 갈림길"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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